1. 지난 20대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가 얻은 표는 79만 9천여 표, 19대 대선 201만 표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역대 최악의 대선 성적은 고스란히 지방선거로 이어졌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책의 위기라는 측면에서 짚어보려 한다. 2. 정의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정책 ‘패스트 팔로워’의 성격을 띤 정당이었다. 마치 수입상처럼 유럽에서 확립된 복지 제도를 대표 정책으로 내세웠고, 디테일의 문제는 있었지만 대중과 다수당의 수용성이 높았다. 반면 근래 … [Read more...] about 정의당의 몰락과 불평등과의 전쟁
‘이준석류 청년 정치’가 해답이 아닌 이유
1. 뭔가 이상한 소식을 들었다. 최근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뽑힌 A씨의 성범죄 전력이 드러났다는 뉴스이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8일 국민의힘은 전원이 2, 30대 남성으로 구성된 8명의 대변인을 오디션을 거쳐 선발했다. 이후 4일이 지난 뒤 이 중 한 명의 성범죄 전과가 소소하게 언론을 탔다. 일단, A씨의 죄질이 매우 나쁨에도 집행유예에 그쳤다는 점이 짜증을 불러온다. 2017년 5월 A씨는 그와 이별을 원하는 여성 B씨의 스토킹 신고를 통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헤어진 B씨를 … [Read more...] about ‘이준석류 청년 정치’가 해답이 아닌 이유
통일을 원하지 않은지는 꽤 됐다
통일을 원하지 않은 지는 꽤 됐다. 첫 번째 이유는 너무도 벌어진 경제적 격차다. 남한 대 북한보다 차이가 적었던 서독과 동독의 사례에서조차 통일 독일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서독보다 경제력이 좋은지 의문인 남한이 동독보다 한참 뒤처진 북한을 끌어안고도 경제 침체를 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기 어렵다. 북한과 경제 권역이 합쳐지면 내수 시장이 커진다며 낙관하는 이들도 있지만, 북한의 낙후된 경제로 인해 최소 2,000만의 난민이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정상의 복지국가도 … [Read more...] about 통일을 원하지 않은지는 꽤 됐다
나의 죄와 조국의 죄
1. 존경하는 건설일용직 노동자 지인이 있다. 인생 굴곡이 평탄하지 않은 분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지만, 50줄에 접어든 나이에 건설판 잡부로 살아간다. 한때 인생의 밑바닥에서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주변에 밝은 에너지를 전파하는 페북 스타로 변신했다. 일용직 노동자로서 이분의 지론은 ‘살 만한 개천’이다. 비정규직도, 건설 일용직도 열패감을 느끼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한국 중산층의 이기적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도 분명하다. 상위 1%를 비판하며 … [Read more...] about 나의 죄와 조국의 죄
이뤄지지 못한 4인 가족의 ‘유토피아’는 어디로 갔는가
아쉬움 2.5에 읽을 가치 7.5라는 평을 하고 싶다. 책이란 본디 TMI라는 전제하에, 이 책은 괜찮은 TMI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저자 양승훈의 시선이다. 저자는 현재 경남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연구자이자 질 높은 칼럼니스트인데,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관리 파트에서 5년간 근무했던 경험을 영민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녹여냈다. 저자는 대우조선이 본격적인 첫 직장이었고, 이전에는 제조업 현장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 그는 조선소 생산직 노동자들의 모습을 신기해하며 묘사하는데 (조선업은 … [Read more...] about 이뤄지지 못한 4인 가족의 ‘유토피아’는 어디로 갔는가
일본의 치졸한 무역 해코지로부터 얻어야 할 뼈저리고 실용적인 교훈
1. 자동차 바퀴 안에 들어가는 제동장치의 부품을 만드는 제조업체에 다닌 적이 있다. 공장을 두 개나 둔 견실한 하청업체였고, 원래 있던 주안공단의 공장은 상당히 낡았지만 새로 지은 남동공단의 공장은 시설이 꽤 괜찮았었다. 국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할 뿐 아니라 수출을 한다는 말도 들었는데, 나 같은 생산직은 오래 다닌 정규직이더라도 좋은 수입은 아니었다. 근속기간이 긴 정규직 생산직의 경우, 거의 늘 있는 잔업과 제일 바쁠 때의 주야 2교대로 노동자 평균연봉을 약간 넘는 벌이를 맞추는 … [Read more...] about 일본의 치졸한 무역 해코지로부터 얻어야 할 뼈저리고 실용적인 교훈
‘일반고 확대’의 의미: 갈등 기폭제로서의 교육이 아닌, 어울려 살기 위한 교육
학비 부담이 큰 한국에선 교육비 부담을 최소화한 나라를 동경하는 이들이 많다. 시쳇말로 무상교육이다. 교육 기회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무상교육은 정당성을 갖게 된다. 없는 집 자식도 돈 걱정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관념도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개인 부담 공교육비가 아주 적고 이를 위한 세부담 찬성 여론이 매우 높은 스웨덴의 경우, 교육비 부담을 낮추는 일이 처음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1930년대, 블루칼라 계급은 고등교육 자체에 대한 … [Read more...] about ‘일반고 확대’의 의미: 갈등 기폭제로서의 교육이 아닌, 어울려 살기 위한 교육
노회찬 송가
노회찬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난 날은 10년 전, 아내를 처음 만난 날이기도 했다. 눈팅하던 한 커뮤니티에서 그의 간담회를 연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회찬을 보러 갔다. 아내와는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담소를 나누었는데, 그 인연이 확고부동한 평생의 짝으로 이어졌다(인연의 계기가 돼주셔서 감사합니다. 노회찬 님). 호프집으로 이어진 2차에서 우연히 노회찬의 옆에 앉게 됐다. 잠시였지만 10년 전 그때 궁금했던 것을 물어봤다. 정말로 복지를, 다른 좋다고 하는 나라들처럼 하려면 부자 … [Read more...] about 노회찬 송가
성장을 위한, 낡은 사고와의 이별
낡디 낡은 경제학박사 유승민 “성장이란 건 돈을 어떻게 버느냐의 문제 아닙니까? 복지나 분배는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고.” 재작년 대선 TV 토론회에서 유승민이 문재인에게 던진 질문이다. 유승민은 경제학 전공자들이 흔히 가진 이분법 편견과 후진적인 복지 인식을 드러냈지만, 문재인도 복지 (담론) 후진국의 기성세대답게 딱히 제대로 된 응대를 하진 못했다. 유승민식 이분법의 맹점은, 뒤에 자세히 알아볼 것이지만, 이렇게도 간단히 알 수 있다. 돈 씀씀이가 엉망인 어느 가정에서 … [Read more...] about 성장을 위한, 낡은 사고와의 이별
집값 상승이라는 ‘맥거핀’
주택 수에 대한 기초 팩트 한국은 주택이 많이 모자란 나라다. 크게 세 가지 근거가 있다. 먼저 인구 대비 주택 수. 국제비교는 1,000명당 주택 수로 이뤄진다. 한국은 2017년 기준 400호에 미달해 OECD 가운데 가장 적은 수준이다. 이런 나라는 몇 되지 않으며 모두 주거 불안이 고조돼 있다. 유일하게 한국과 비슷한 인구밀도를 가진(즉 유달리 인구밀도가 높은) 네덜란드는 1,000명당 주택 수가 440호 남짓이다. 440호도 그렇게 많은 주택 수는 아니다. (※ 한국에 … [Read more...] about 집값 상승이라는 ‘맥거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