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서방, 참선 한 번 해보게 지방에 살다 보니 서울에 볼일이 있으면 영등포에 있는 처가에서 묵는다. 볼 일이라고 했지만 마무리는 항상 술이다 보니 새벽에 들어가기 일쑤다. 지금은 적응이 됐지만 처음에 처가 아파트 비밀번호를 조심스럽게 누르고 들어가다 깜짝 놀란 적도 많았다. 컴컴한 어둠 속에 장인어른께서 가부좌를 튼 채 꿈쩍도 않고 앉아 계셨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두 분 다 주무시고 계실 거라 생각했던 나는 깜짝 놀라 면구스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했지만 아버님께서는 미동도 없으셨다. … [Read more...] about 안 그래도 짜증 나 죽겠는데 참선이나 해볼까?
『반일 종족주의』와 『천년의 질문』: 우리는 언제까지 역사를 잊고 살 것인가
1. 세상이 시끄럽다. 이럴 때면 조용한 방에서 책 한 권 붙들고 세상의 시름을 잠시 잊고 싶지만 요즘은 ‘책 세상’이라고 해서 별다르지 않다. 한창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반일 종족주의』 탓이다. ‘베스트셀러’가 되어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그 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전문가가 논평을 내놓은 바 있지만, 이영훈이 직접 조정래의 『아리랑』의 몇몇 장면이 ‘조작’되었다고 저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예기치 못한 곳으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이영훈은 『반일 … [Read more...] about 『반일 종족주의』와 『천년의 질문』: 우리는 언제까지 역사를 잊고 살 것인가
천태만상 한국 사회: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이 고발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
1.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은 제목에서 풍기는 신비하고 고답적인 분위기와는 다르게 지금-여기의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겨냥한다. 방금 ‘한국 사회’라고 썼지만 사실 이 단어에 대한 엄밀한 정의부터가 쉽지 않다. ‘한국’은 구획된 영토를 가진 국가의 이름이기 때문에 어려울 게 없지만 문제는 ‘사회’다. 1896년 갑오개혁 정부가 일본에 파견한 유학생 단체인 ‘대조선인일본유학생친목회’가 펴낸 『친목회회보』에 처음 그 단어가 등장한 이래 ‘사회’라는 말은 다양한 정치적 입장이 치열하게 … [Read more...] about 천태만상 한국 사회: 조정래 작가의 『천년의 질문』이 고발하는 한국 사회의 민낯
우리와 가장 가깝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나라 북한의 이야기
북한에서 넘어온 한 권의 소설 놀라운 책이 우리에게 도착했다. 무려 현재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직접 쓴 북한 체제 비판 소설이 출간된 것이다. 책의 제목은 『고발』, 지은이는 ‘반디’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출판사는 다산책방이다). 물론 처음은 아니다. 이 책은 이미 2014년 출판사 조갑제닷컴에서 출간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는 조용했던 이 책이 왜 갑자기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이 책을 펴냈던 출판사다. 『從北(종북) 백과사전』 … [Read more...] about 우리와 가장 가깝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나라 북한의 이야기
피해자의 입장과는 너무나 먼 ‘제국의 위안부’
"무엇보다도 위안부들 중에 어린 소녀가 있게 된 것은 '일본군'의 의도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앞에 살펴본 '강제로 끌어간' 유괴범들, 혹은 한 동네에 살면서 소녀들이 있는 집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던 우리 안의 협력자들 때문이었다. 위안부가 된 소녀들을 가족이나 이웃으로서 보호하기 보다는 공부라는 교육 시스템에서 배제해서 공동체 바깥으로 내친 우리들 자신이었던 것이다." (박유하, 『제국의 위안부』, 52쪽) 이 책의 목적은 위안부 문제의 ‘해결’에 나름의 도움을 주기 위한 데 … [Read more...] about 피해자의 입장과는 너무나 먼 ‘제국의 위안부’
뒤늦게 ‘국제시장’을 보았다
박근혜의 말 한마디로부터 이 난리는 시작되었다. 그녀의 리터러시는 형편없을지 모르나 졸지에 한 영화를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녀가 갈라놓은 홍해의 양편에서 우리는 물고기처럼 많은 말들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국제시장>을 보고 나니, 이 영화를 둘러싼 그간의 논쟁들이 그저 소음에 불과했음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를 둘러싼 소음의 풍경들은 한국 사회의 강고한 진영논리와 그에 의해 한 텍스트가 편의적으로 … [Read more...] about 뒤늦게 ‘국제시장’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