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센터는 2018년 1월, 미프진(Mifegyne) 의약품의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식품의약안전처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바 있습니다. 미프진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미프진 의약품이 사용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청구였는데요, 식약처는 안전성 검토를 진행한 바 없다는 실망스러운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는 해당 약품을 수입하려는 업자나 제조사가 안전성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한 후에야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직 국내에 미프진을 시판하려는 제약회사나 관련 업체가 없기 때문에 안전성 검토 자료가 부존재한 것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사업자의 요청이 없더라도, 시민들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는 약품에 대해서는 안전성 검토 및 국내 도입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고요.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지금, 세상은 빠르게 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인해 인공임신중절에 있어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커졌습니다. 미프진과 같은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에 대한 수요 역시 빠르게 증가했지만, 공식적인 유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해 불법적으로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을 판매하다가 적발되는 건수도 크게 늘어났습니다. 국회에서도 어서 미프진 의약품을 국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식약처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미프진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진행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2019년 7월 24일, 1년 반 만에 다시 식약처에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 식약처에 접수된 미페프리스톤 단일 및 복합 성분 의약품에 대해 안전성 검토가 요청된 내역 (품목 기준코드, 제조/수입 여부, 요청일, 제품명, 업소명, 주원료, 분류번호 등)
- 식약처에서 생산한 미페프리스톤 단일 및 복합 성분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 문서 (미페프리스톤은 미프진 의약품의 주요 성분으로, ‘미페프리스톤 단일 및 복합 성분 의약품’은 미프진 및 미프진과 같은 효능의 의약품을 의미합니다.)
2019년 08월 02일, 식약처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부존재’를 통지해왔습니다. 이는 미프진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요청한 제조/수입사가 아직 없으며, 식약처는 아직도 미프진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식약처는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프진 도입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낙태죄는 더 이상 불법이 아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난 직후,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헌재 결정 이후의 방향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연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 오정원 님은 미프진의 전면 도입을 요구하면서, 낙태죄가 더 이상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식약처의 허가가 있다면 미프진을 도입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역시 제약회사들이 미프진 도입을 허가받기 위해 검토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미프진’ 도입은 당연한 권리라는 녹색병원 산부인과 의사 윤정원 님 인터뷰.
향후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데다가, 그 이후 다시 사업자의 검토 요청과 식약처의 검토 및 허가 절차를 거치는 시간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이 길어질수록 당장 미프진 의약품이 필요한 사람들이 겪어야 할 고통 역시 더 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정보공개센터가 재차 미프진 의약품에 대한 식약처의 빠른 논의를 요구하는 것은 식약처가 미프진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와 도입을 미적거리는 동안, 당장의 필요로 인해 음성적인 유통 경로를 찾다가 가짜 약으로 고통받거나 제대로 된 사용법을 알지 못하고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례가 점차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의 건강권을 해치는 현실적이고 다급한 문제에 대해,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식약처가 더 이상 손을 놓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원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