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남자친구와 동시에 슬럼프의 늪에 빠진 적이 있다. 무엇을 위해 기사를 써야 할지, 그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대의명분은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고, 기술 트렌드를 알려주는 것”.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발심이 먼저 생긴다. 기자로서 회의감이 드는 이유 1. 업체들의 사업 이야기와 정의는 무슨 연관 관계가 있나 다들 업계 최고, 세계 최초의 기술이라고 읊조리지마는 그것은 업체들만의 주장일 뿐이다. 그런 보도자료를 받고 쳐내야 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 [Read more...] about 기자로 산다는 것의 허망함
언론
‘전창진 무혐의’ 키워드가 불편한 이유: 무혐의 처분을 확인할 수 없으니까
형사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 대한민국 헌법 제27조④ 그래서 저는 전창진 전 프로농구 KGC 감독(52·사진)을 아직 무죄로 추정합니다. 아직 어떤 사법 기관에서도 그를 유죄로 판결한 적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전 전 감독이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 역시 아직 믿지 않습니다. 근거가 너무 부족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실제 확인 결과 이 기사를 쓴 블로거 분께서도 별다른 근거 없이 이렇게 주장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디어 비평 매체 … [Read more...] about ‘전창진 무혐의’ 키워드가 불편한 이유: 무혐의 처분을 확인할 수 없으니까
카드뉴스로 복붙하면 복붙이 아닙니까
얼마 전에 아이즈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다. 위근우 기자가 라면을 소재로 쓴 맛깔나는 에세이다. 12월 23일에 올라온 글인데, 이 글이 올라오고 5일이 지난 후, 그러니까 28일 오후에 JTBC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아이즈의 글을 베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드는 카드뉴스가 올라왔다. 이것은 없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필요했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유혹하거나 혹은 상대방의 의중을 떠보고 싶은 것이었다면 커피 한 잔, 좀 더 과감하게는 술 한 잔을 청하는 것도 괜찮을 … [Read more...] about 카드뉴스로 복붙하면 복붙이 아닙니까
그냥 금수저를 성공한 금수저로 포장해 훈계질하는 언론
“하늘이 감동할 만큼 노력해 봤나요?”… 흙수저 탓만 하는 세대에 일침 금수저가 노오오오오력을 외쳤다고 사람들의 분노가 넘친다. 하지만 이 기사는 애초에 기사에 등장하는 금수저를 과도하게 포장하며 구라를 친 문제까지 있다. "이날 행사엔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이하 BoAML) 자산관리(WM)부문 대표인 피터 황(한국명 황웅성·54) 수석부사장이 멘토로 초청됐다. 그는 월스트리트 진출을 꿈꾸는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선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자 대표적인 롤모델. 한 20대 남성 참석자는 … [Read more...] about 그냥 금수저를 성공한 금수저로 포장해 훈계질하는 언론
나의 조선거지 맛집 탐방기: 간장 두 종지
간장을 2인당 한 종지 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1인당 한 종지의 간장이 나왔다. 내가 아우슈비츠에 끌려가다가 마지막 소원으로 탕수육 몇 점이 먹고 싶다고 소원을 빈 게 아니었음에도 종업원 일을 하시는 분은 나와 지인에게 각각 한 종지씩의 간장을 주셨다. 그 높은 분에게도 함부로 몸을 주지 않는다는 간장님은 나와 지인에겐 기꺼이 몸을 주셨다. 사전에 미리 가서 간장을 킵해두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지인과 나는 우리도 모르게 메뉴가 나올 때마다 "감사합니다"는 인사를 연발했다. 먹은만큼 … [Read more...] about 나의 조선거지 맛집 탐방기: 간장 두 종지
SNS의 낚시꾼들: 시리아 폭격을 악용하는 이들에게
얼마전 한 페친이 공유한 포스팅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작성자는 스리랑카의 한 닛산자동차 판매대표인 Mohammed Niyas씨. 그런데 올린 사진이 아주 쇼킹합니다. 프랑스군의 폭격으로 피흘리는 수 많은 아이들 모습이 실려 있습니다. 저도 순간적으로 서방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현지 소식인가 보다했는데… 그만 초보 밀리터리 매니아 본능이 첫번째 사진에 꼿혔습니다. 프랑스 전투기중에 수직 꼬리 날개가 2개인 경우가 없을텐데… 현역으로 뛰는 프랑스 전투기라고 해 봐야 신형 라팔이랑 … [Read more...] about SNS의 낚시꾼들: 시리아 폭격을 악용하는 이들에게
조갑제의 발언을 조갑제로 반박한다
현재 한국에서 탐사보도의 대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주로 한 사람이 떠오르죠.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 그렇다면 주진우 기자가 청소년이었고, 밥벌이를 하지 않던 시절에는 누가 있었을까요. 그 때는 한국 언론계가 암흑기였으니 (지금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아예 없지 않았을까 싶으시겠지만, 분명 있었습니다. 젊은 날의 그를 본 사람들은 굉장한 확신에 차서 이야기했죠. 젊은 날의 그 기자는 현재의 주진우조차도 보고 배워야 할 부분들이 많다고 말예요. 바로 조갑제입니다. 한국 현대사에서는 … [Read more...] about 조갑제의 발언을 조갑제로 반박한다
한겨레신문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광고 논란에 대해
초등학교 시절 우리는 ‘국민교육헌장’을 누가 빠른 속도로 암송할 수 있느냐를 두고 시합하곤 했다. 빨리 외느라 막판엔 혀가 얼얼하고 숨이 차 오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박정희 유신독재 아래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으니 영롱하신 그분의 존엄성과 영도력만 배웠다. 그리고 독재가 가장 효율적이며 적절한 정치체제라고도 배웠다. 나아가 경제성장과 조국근대화의 역사적 사명 앞에서 무력과 폭력은 항상 정당화되었다. '평등’과 ‘사회’는 가장 불온한 언어였고, ‘민주주의’란 배부른 놈들이나 하는 몽환적 언어일 … [Read more...] about 한겨레신문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광고 논란에 대해
우리의 발언은 기울어진 저울의 한 편에 필연적으로 무게를 실어주게 된다
"이건 이지은이 노래하는 이야기보다 더럽게 길고, 재미없고, 우울하기까지 한 한지은, 그리고 수많은 다른 지은이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여자친구, 여동생, 딸이 있거나 또 다른 어떤 여성들을 사랑하며 살아갈 남성이라면 한 번쯤은 읽기를 부탁하는 글이다." 1. 내가 피해자로서 기억하는 첫 성추행은 여섯 살 때였다. 혼날 것이 두려워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후 기억이 희미한 성추행들이 몇 차례 있었고, 용돈 준다며 길에서 따라오는 아저씨들이 또 몇 있었다. 내가 배우던 학원 … [Read more...] about 우리의 발언은 기울어진 저울의 한 편에 필연적으로 무게를 실어주게 된다
빌 게이츠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세계일보에 빌 게이츠 “사회주의가 미래 지구의 유일한 대안 체제”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겹따옴표를 썼다는 얘기는 빌게이츠가 저런 말을 직접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The Atlantic에 올라온 James Bennet의 원문을 보면, 사회주의라는 단어는 전혀 없다. 기후 변화를 주제로 한 Bill Gates의 인터뷰의 번역 일부를 보자. 왜 자유 시장이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를 충분히 빠르게 개발하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글쎄요, 그럴만한 운이 따르지 않았습니다. 이산화탄소를 방출하지 … [Read more...] about 빌 게이츠는 “사회주의”라는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