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페친이 공유한 포스팅을 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작성자는 스리랑카의 한 닛산자동차 판매대표인 Mohammed Niyas씨. 그런데 올린 사진이 아주 쇼킹합니다. 프랑스군의 폭격으로 피흘리는 수 많은 아이들 모습이 실려 있습니다. 저도 순간적으로 서방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현지 소식인가 보다했는데… 그만 초보 밀리터리 매니아 본능이 첫번째 사진에 꼿혔습니다. 프랑스 전투기중에 수직 꼬리 날개가 2개인 경우가 없을텐데…
현역으로 뛰는 프랑스 전투기라고 해 봐야 신형 라팔이랑 구형(?) 미라지 2000 인데 둘 다 단발 엔진에 수직 꼬리 날개는 각각 1개씩이고 비행기의 실루엣도 모하메드씨가 올린 폭격중인 전투기 사진과는 전혀 다릅니다.
얘네가 바로 라팔과 미라지 2000D. 서로 비슷해 보이지만 전방의 라팔은 카나드(carnard)라고 주 날개 앞에 별도의 작은 날개가 있고 또 자세히 보시면 공기 흡입구(intake ramp)의 모습이 뒷편의 미라지 2000D와는 다릅니다. (사진 출처)
아무튼 순간적으로 든 의문이 저로 하여금 이 포스팅에 실린 사진들을 점검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선 폭격중인 프랑스(?) 전투기 사진부터… 간단히 구글의 이미지 검색을 사용하니 지난 10월 23일자 멕시코 신문 기사(출처)가 뜹니다. 러시아의 시리아 폭격에 관한 기사죠.
참고로 폭격중인 러시아 전투기는 Su-30SM. 원래는 코브라 기동으로 유명한 Su-27이 아닐까 했는데 최근에 인공위성 사진 분석 결과 Su-30SM으로 판명됐습니다. (출처) 아래가 Su-30SM 사진입니다. 첫번째 폭격 사진은 러시아 전투기가 수행중인 사진이었던 거죠.
두번째 사진은 공식 사이트에서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장 근접한 출처가 10월 17일자 주로 러시아군의 폭격을 다루는 트위터 계정(출처)입니다. 일단 정식 출처를 찾기 어려우니 결론을 내리기는 조심스럽지만 트위터에 사진이 올라온 시기가 10/17이라면, 이번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군의 첫 출격이 11/16인 걸 감안해 볼 때 프랑스군의 폭격 피해자라고 보긴 힘듭니다.
세번째 사진은 좀 유명한 사진입니다. 지난 6월 24일 영국의 몇몇 매체에서 집중적으로 다룬 바 있는 시리아 사람들의 반응인데.. 이게 뭐냐하면, 아사드정권이 시리아정부를 홍보하기 위해 “Summer in Syria”라는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했더니 시리아시민들이 지난 몇년간 아사드정권이 저지른 참상을 담은 사진들을 대대적으로 트윗한다는 기사중에 나온 사진이죠. (기사 링크)
이제 마지막 사진을 찾아 보겠습니다. 이 사진도 공식 뉴스에서 출처를 찾을 수 없었고 가장 오래전 자료가 2015년 6월 7일자 트윗 사진입니다. 아사드 정부군의 폭격으로 엄마는 잔해에 깔려 사망하고 애들만 살아 남았다는 얘기죠. 다시 말씀 드리지만 원 사진 자료의 출처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 정도에서 멈춰야 되기는 하는데.. 궁금증이 도져서 원 작성자인 무하메드씨의 페이스북을 방문해 보니 마침 비슷한 포스팅이 하나 더 있더라구요.
이 양반이 이런 엉터리 자료 올리기로 재미를 붙이자 점차로 간이 부어 올라서 이제는 아예 대 놓고 공식 뉴스 자료를 가져다 프랑스군의 공습 피해라고 사진을 올립니다. 참고로 이 자료 준비하는 1-2시간 동안 공유하기 숫자가 150건 이상 더 늘었습니다.
전면에 피 철철 흘리는 꼬마 얼굴이 클로즈업된 사진 보이시죠? 이 사진은 올 2월 2일에 세계적인 뉴스통신사인 AFP가 시리아 반군이 점령한 지역 병원에서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꼬마를 찍은 사진입니다. 보스톤 글로브지 기사의 27번째 사진을 보시기 바랍니다 (출처).
이제 결론 겸해서 한마디 하겠습니다.
무하메드씨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저런 엉터리 포스팅을 했는지는 알지 못하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페친분도 낚이셨고 그 낚인 공유 포스팅에 어제 하루만 100명이 넘는 한국분들이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더불어 수많은 가슴 아파하시는 공감의 댓글도…
그리고 지금 무하마드씨 본인의 페이스북에는 거의 4000회에 육박하는 “공유하기” 숫자가 보입니다. 이게 여기서 끝나지 않고 현재 중동 각국과 중국을 포함한 여러곳에서 이 낚시 글에 막대한 네티즌이 낚여 서방에 분노를 발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쟁터에서 폭탄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니고 민간인 부상자나 사망자가 나오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더불어 어린이들의 희생을 피할 수 없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고요. 그러니 이번 사진의 진범인 러시아와 아사드정권만 아이들의 희생에 책임이 있는 건 아닙니다. 이제 서방의 공습이 강화되면 더욱 더 많은 민간인 피해자들이 생길 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하메드씨의 포스팅이 불편한 건….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나 종교, 신념을 옹호하기 위해서 거짓에 기댈 수는 없다는 겁니다. 물론 당장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고 순간적인 동정을 유발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런 식의 사기행각으로 얻은 지지가 유지되면 얼마나 유지되겠습니까? 그냥 자기가 지지하고 싶어하는 진영에 폭탄 하나를 묵직하게 던지는 꼴 밖에는 안되는 겁니다.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예전에 김낙호님께서 백투더소스를 주창하신 적이 있죠. 내 진영과 내 주관에 딱 맞는 뉴스를 보는 순간 소스를 살펴보시는 것이 깨어있는 시민의 첫번째 임무입니다.
원문: Dancing Jes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