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고용노동부)가 ‘노동개혁 2대 지침’ 최종안을 내놓자마자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공식 명칭은 ‘노동개혁 2대 지침’이지만, ‘양대지침’, ‘2대지침’ 등으로 일컬어지고, ‘노동개혁 5대 법안’과는 다른 것이다. 막 이것저것 다 섞어놔서 얼핏 봐서는 뭐가 뭔지 모르게 해 놓고 혼란을 주도록 꾸미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쨌든 ‘2대 지침’의 골자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이다.
일반해고는 ‘쉬운 해고’라고도 불리는데, 한 마디로 ‘저성과자 해고’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정리해고와 징계해고에 덧붙여 ‘일반적인 해고’를 하나 더 넣는다는 개념. 성과가 떨어지는 노동자를 자를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여기서 ‘저 성과자’라는 것이, 아주 착하게 해석하면 일하는 능력이 떨어져서 당연히 잘라야 하는 사람으로 보겠지만, 그동안 편법, 불법으로 이뤄져 온 해고들을 보면 이상한 것들이 많다. PHP 개발자에게 아이폰 앱 개발하라고 시키고 못 해내면 저성과자 되는 거다.
취업규칙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혹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허용’이라고 일컬어진다. 기존에 노동자에게 불리한 규칙을 도입할 때는 노조와 합의하거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는 것을 살짝 꼬아놓은 거라 할 수 있다.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되는 것이라도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그냥 동의 없이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 이런 공식 문서에
이런 애매한 표현을 써 놨다는 건 일단 가짜라는 소리다. 그냥 노동자 동의 없이 취업규칙(사규)을 맘대로 바꿀 수 있게 허용한다는 가이드라인이라 보면 된다.
사실 ‘2대 지침’은 고용노동부가 발표하고 각 기업에 보급하려고 준비 중인 자료집이다. 여러 판례와 사례를 정리해서 이런 것은 되고, 이런 것은 안되고 하는 것들을 정리해놨다. 그 속에서 저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일부 현행 노동법과 배치되는 것들도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와 더불어 일부 전문가들은 어차피 노동법이 있으므로 이런 행정 지침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단은 맞는 말인데, 이런 지침이 널리 보급되고 퍼지면 ‘정부가 이렇게 해도 된댔다’며 여기저기서 활용할 테고, 그러면 현실에 맞는 법안을 위해 법 자체를 수정하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하루 이틀 살아본 것도 아니고, 그걸 꼭 말을 해야 아나. 그래서 일개 ‘행정 지침’일 뿐인데도 노동계에서 엄청난 반대를 하는 거다.
게다가 좋은 사례와 나쁜 사례를 뒤섞어서 결국은 노동자에게 해가 되는 지침을 발표해놓고는 ‘좋은 면도 있다’라고 주장하며 적용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은, ‘취업규칙 변경 완화’의 실제적인 예로 활용될 수 있다. 즉, 노동부 지침 자체가 취업규칙 맘대로 변경하는 예로 활용될 수 있고, 그걸 모범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지침을 고용노동부에서 내놓고 배포한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서 참 씁쓸하다.
출처: 빈꿈 EMPTY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