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우리와 인연도 많고 비슷한 것도 많은 나라다. 요즘은 로마자로 언어 표기를 바꿨지만 한자를 사용했고 상명하복의 유교 문화에 익숙했고 중국식 관료제도를 도입해 온 나라였다. 외침도 많아 때로는 짓밟히고 대개는 그를 무찌르면서 민족적 자존감도 높디높지만,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전락했고 분단의 아픔도 겪었다. 그리고 여기에 작은 공통점 하나를 더 든다면 구정, 즉 음력 설을 성대하게 치른다는 것. 1968년 설날은 1월 30일이었다. 사람들은 고향을 찾아 길을 떠났고 마을마다 귀향객이 … [Read more...] about 1968년 2월 1일, 사이공의 도살자
언론
킹스맨의 이야기 종합 선물세트
400만 관객을 돌파한 <킹스맨>이 ‘19금’ 외화 중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킹스맨>의 이 흥행 스코어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로 심지어 영화를 만든 영국보다 많다. 영국 배우의 재발견, 스파이 영화의 재해석, 모던함과 B급 액션의 조화, <올드보이>를 참고한 신선한 액션, 경쟁작이 없던 늦겨울 극장가, 젊은층과 중장년층이 동시에 공감할 가벼운 오락영화 등 흥행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이 영화의 … [Read more...] about 킹스맨의 이야기 종합 선물세트
우리가 숨길 것이 필요한 이유
이 글은 2014년 10월에 발행된 글입니다. 요새 카카오톡 정부 검열 사건과 관련하여 시끄럽다. 정부의 감시에 대한 개인의 두려움과 거부가 여과 없이 표출되는 것을 보면 마치 작년 미국에서 Edward Snowden 폭로 당시를 보는 것 같다. 그 당시 흘러나온 수많은 글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Whisper Systems[1]의 CTO였던 보안전문가 Moxie Marlinspike가 WIRED에 기고한 글이다. 이 글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숨길 것 없고 떳떳한 사람이라면 … [Read more...] about 우리가 숨길 것이 필요한 이유
독자와 소통하지 않는 기자는 자격 없다
내가 어제 썼던 '지역일간지가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서 강조하고 싶었든 것은 시민 속에서 나오는 기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출입처(기자가 취재를 담당하는 영역)'에서 나오는 기사는 정보 가치가 없다는 뜻인가? 물론 아니다. '출입처 기사'라 하더라도 독자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되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독자가 관심있어 하고 흥미롭게 읽을 출입처 기사도 분명 있다. 문제는 기자가 출입처를 벗어나 평범한 시민이나 독자들과 만나지 않으면 해당 출입처의 논리와 관심사에 매몰될 … [Read more...] about 독자와 소통하지 않는 기자는 자격 없다
이승복 기사 오보 논쟁, 역사 속에 묻히나
이 글은 2014년 12월 15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지난 12월 9일은 내겐 뜻 깊은 날이다. 결혼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1984년 10월 첫 직장에 입사한 나는 그해 12월 9일 대구서 결혼식을 올렸다. 좀 이른 결혼을 한 건 생전 처음 해보는 타향살이에다 친구 하숙집에 얹혀사는 게 낯설고 또 부담스러워서였다. 역사적으로 보면 12월 9일은 ‘반공소년’ 이승복이 무장공비 손에 처참하게 희생된 날이기도 하다. 참고로 이승복은 나와 동갑내기(1959년생)다. ‘이승복 사건’ … [Read more...] about 이승복 기사 오보 논쟁, 역사 속에 묻히나
한국언론의 일상이 된 ‘받아쓰기’, 그 연원은?
이 글은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소식지 <산재없는 그날까지>에 기고됐습니다. ‘받아쓰기.’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정확한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을 익히기 위해 선생님이 불러주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학습방법이다. 말의 내용에 대한 의심은 필요 없다. 그저 잘 받아쓰기만 하면 100점을 얻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보도가 그랬다. 그러나 결과는 빵점이었다. 언론 역사상 길이 남을 대형 오보가 쏟아졌다. 300여 명의 원통한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의 첫 … [Read more...] about 한국언론의 일상이 된 ‘받아쓰기’, 그 연원은?
블로터 김상범 대표 이야기
대형 팝업 광고: 안 된다 제가 블로터에 막 합류했던 2010년 봄, 모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이런 제안을 하더군요. “사람들이 블로터에 접속할 때마다 2-3초 동안만 우리 회사 광고 페이지를 먼저 띄워주고 블로터로 보내면 안될까요? 딱 하루라도 좋습니다. 광고비로 천만원을 드리겠습니다.” 딱 2-3초, 그것도 하루 동안만 그리 해 주면 천만원, 나중에는 2천만원을 주겠답니다. 하지만, 블로터 김상범 대표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돈을 더 준대도 싫답니다. 배너 광고야 독자가 볼 … [Read more...] about 블로터 김상범 대표 이야기
채널A도 인정한 이름궁합 테스트
채널A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고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궁합을 보도하여 이슈가 되었다(관련기사:채널A, 이완구·성완종 ‘이름궁합’ 보도 구설). 이름궁합이란 두 사람의 이름을 번갈아가면서 적은 뒤 그 획수를 더해 두 자리 숫자로 만드는 신묘한 점술이다. 종편 중 2년 연속 시청자 만족도 1위에 빛나는 채널A의 이슈 선점능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며, ㅍㅍㅅㅅ도 대세에 따르고자 본 페이지에서 바로 해볼 수 있는 이름궁합 테스트를 급조해 보았다. … [Read more...] about 채널A도 인정한 이름궁합 테스트
너비는 1km, 깊이는 1cm
에반 윌리엄스의 A mile wide, an inch deep를 번역한 글입니다. 내가 최근에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수가 트위터보다 많든 말든 “내 알 바 아니라”고 한 말을 사람들이 인용하고 있다. 해당 글을 읽어보면 내가 왜 알 바 아니라고 말한 것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인용한 문구는 다음과 같다: “트위터가 세상에 미친 영향력을 인스타그램과 비교해본다면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적어도 둘은 간단하게 비교할 수 있는 대상들은 아니다. 트위터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 [Read more...] about 너비는 1km, 깊이는 1cm
폭풍의 한가운데서 그를 보내다
※ 뉴미디어와 저널리즘에 관심이 많고 《뉴욕타임스》 종이신문을 오랫동안 열독해온 손재권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가 아래 글에 큰 영감을 줬습니다. 다만 본문 내용은 온전히 필자의 자료조사와 비평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노년의 기자는 작은 회의실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 앞에 4명이 둘러앉았다. 그들은 한창 잘나가는 어느 인터넷 미디어의 편집책임자들이었다. 젊은 인터뷰이들은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늙은 인터뷰어는 무표정했다. 뉴미디어 기자들은 라이베리아 내전의 … [Read more...] about 폭풍의 한가운데서 그를 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