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팝업 광고: 안 된다
제가 블로터에 막 합류했던 2010년 봄, 모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이런 제안을 하더군요.
“사람들이 블로터에 접속할 때마다 2-3초 동안만 우리 회사 광고 페이지를 먼저 띄워주고 블로터로 보내면 안될까요? 딱 하루라도 좋습니다. 광고비로 천만원을 드리겠습니다.”
딱 2-3초, 그것도 하루 동안만 그리 해 주면 천만원, 나중에는 2천만원을 주겠답니다. 하지만, 블로터 김상범 대표의 입장은 단호했습니다.
돈을 더 준대도 싫답니다. 배너 광고야 독자가 볼 건지 안 볼 건지 선택할 수 있지만, 그런 형태의 광고는 독자 시간을 훔치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겁니다.
제안한 회사에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된다고 했더니 이번엔 자기네 회사 제품 관련해서 전문가 포럼을 열어줄 순 없겠냐, 제품 홍보는 필요 없고 자기네 제품이 채택한 IT 기술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주면 된다, 그 내용을 기사로 소개해 주면 된다, 그렇게 해 주면 천만원을 주겠다더군요. 포럼을 여러 번 열어주면 회수만큼 돈을 곱해서 주겠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나였습니다.
김상범 대표는 기업 홍보가 아닌, 특정 주제에 대한 기획기사 후원인 만큼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대기업이라 안 되겠답니다. 그 기업은 가끔 블로터 기자들의 도마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곳이다 보니, 그런 식으로 밀월 관계가 만들어지면 어떻게 쓴소리를 할 수 있겠냐는 게 이유였습니다.
영업사원 통한 광고 매출 확보: 안 된다
2014년 초, 네이버가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로 개편하면서 다른 언론사들과 마찬가지로 블로터의 트래픽도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광고 매출이야 당연히 줄었고, 당시 블로터가 자립을 위해 추진했던 교육 사업 역시 적잖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김상범 대표에게 이제라도 광고 영업사원을 뽑아서 광고 매출을 늘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조심스레 여쭈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는 역시나였습니다.
선정적 네트워크 광고: 안 된다
미디어랩이나 구글애드센스 같은 광고네트워크로 들어오는 광고야 우리가 광고주에게 달래서 받은 광고가 아니니 광고주를 의식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가 먼저 기업을 찾아 다니며 광고를 달라 하면 어찌 되겠냐, 그 때부턴 광고주 신경 쓰여서 기사 제대로 나오겠냐 하시더군요.
그 때는 제가 더 이상 블로터 사업본부장이 아니고, 블로터에 셋방살이 하면서 독립된 일을 하던 터라 주제 넘은 간섭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레서 조금은 부담 없을 것 같은 대안을 제시해 봤습니다.
“그러면 이빨 광고, 뱃살 광고 실어 보죠!”
구글 애드센스 같은 광고 네트워크에서 가장 클릭당 광고비가 높은 광고주 업종이 병원인데, 블로터는 병원, 대출… 이런 광고는 절대 게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는 역시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블로터는 지금까지도 병원, 대출 광고 청정지역으로 남아있답니다.
네이티브 애드: 안 된다
2015년 초, ㅍㅍㅅㅅ,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같은 미디어들이 네이티비애드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자 김상범 대표에게 우리도 네이티브애드 상품을 만들어보자고 얘기했습니다.
기업을 노골적으로 홍보해 주는 것도 아니고, 정보를 제공하면서 그 안에 PPL 식으로 기업을 살짝 노출하는 건데, 게다가 돈을 받았다고 밝히면 되는 건데 뭐가 문제겠냐고 식으로 말씀 드렸었죠.
하지만, 역시는 역시나. 어떤 형태로든 기사와 광고는 섞여선 안 된다는 입장만 확인했습니다. 그 때 김상범대표는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내가 미디어를 만든 건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야. 쪽팔리는 언론인이 되지 말자. 그게 이유였어.”
바로 이런 모습이 지난 5년 동안 블로터 사업본부장으로, 나중엔 블로터에 셋방살이 하는 연구소 소장으로 지켜봐 온 김상범 대표의 모습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김상범 대표는 언론관에 있어서는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고집스러운 분입니다. 조금만 타협하면 편히 갈 수 있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김상범 대표님의 매력이고, 블로터의 매력 아닐까요.
블로터를 팝니다
그런 블로터가 독자들에게 블로터를 팔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블로터 지분을 넘긴다는 얘기가 아니라, 블로터의 취지를 보고 후원해 달라고 손을 내민 겁니다. 어쩌면 기업에 손을 내미는 것보다 독자들에게 손을 내미는 게 훨씬 더 부끄럽고 민망한 일일 텐데 말입니다.
하지만, 블로터는 그렇게 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했냐구요?
당연히 블로터를 샀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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