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설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소설 속 어머니의 이름이 ‘쌍년’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왜 쌍년이었는가 하면 손자를 기대하던 할아버지에게 손녀 소식이 전해지고 쭈뼛쭈뼛 이름을 뭐라 지을꼬 여쭈자 이 할아버지 담뱃대를 집어 던지며 “쌍년이라고 불러라 쌍년이!”라고 일갈해 버려 그예 이름이 “雙年”이 돼 버린 것이었다. 남아선호의 오래된 역사 속에서 딸들은 그 이름에서부터 서글프고도 한스러운, 동시에 난폭하면서 잔인한 인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끝순이니 딸그만이니 막녀니 하는 이름이 … [Read more...] about ‘제국주의의 치어리더’, 박경원의 삶
역사
한국식 재개발의 기원
여기서 광주는 빛고을의 광주가 아니다. 넓을 광 자 광주다. 즉 전라도 광주가 아니라 경기도 광주를 의미한다. 1971년 8월 10일 경기도 광주 땅에서 그 서슬 퍼렇던 박정희 정권도 (일단은) 두 손을 든 심각한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친숙한 용어로는 '광주대단지 폭동 사건'이라 한다. (경기도) 광주대단지 폭동 사건 이 봉기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뒤로 미루고, 봉기 와중에 벌어진 일 하나를 먼저 소개해 보자. 몽둥이와 최루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참외를 실은 삼륜차 하나가 … [Read more...] about 한국식 재개발의 기원
조선을 떠나며: 해방 이후 조선땅에 남은 일본인들의 삶 ②
※ 「조선을 떠나며: 해방 이후 조선땅에 남은 일본인들의 삶 ①」에서 이어집니다. 조선에 눌러앉고 싶은 일본인들 1945년 9월 12일 경성 : 때아닌 조선어 강습 열기 경성 YMCA 청년회관 로비에는 어린 학생에서 백발이 성한 노인들까지 삼삼오오 모여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바로 이들은 조선어를 배우기 위해 모인 일본 사람들이었다. 당시 강단에 선 일본인 강사는 이런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센세 (대역) "조국의 패전과 조선의 독립으로 발생한 현 상황은 비록 … [Read more...] about 조선을 떠나며: 해방 이후 조선땅에 남은 일본인들의 삶 ②
‘난징의 능욕’,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정을 따라서 (5): 난징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약산 김원봉」에서 이어집니다. 경남에 거주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의 부음을 전해 들으면서 나는 난징에서의 둘째 날, 호텔에서 지척이었던 리지샹(利済港) 2호에 있는 '긴스이루(樓)'를 떠올렸다. 2014년에 장수성(江蘇省)의 '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된 유적은 굳게 잠겨 있었으므로 우리는 출입문 사이로 보이는 퇴락한 건물 앞에 세워진 표지석밖에 찍을 수 없었다. 난징 리지샹 … [Read more...] about ‘난징의 능욕’,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성매매를 처벌해선 안된다” 앰네스티의 결정을 지지하는 이유
앰네스티에서 ‘성매매 비범죄화’에 대한 입장을 검토 중이라는 기사를 얼마 전에 봤는데, 그 결론이 ‘처벌을 반대하는’ 성매매 비범죄화 및 합법화라고 하니 정말이지, 놀라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성매매 노동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사고하게 된다면, 그래서 숙고의 숙고를 거듭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결론이기도 하다. 앰네스티의 놀랍고 역사적이고, 용감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왜 박수를 보내는지 몇 가지 질문을 통해 알아보자. Q1. 성매매가 합법적으로 존재하면 좋은 점이 … [Read more...] about “성매매를 처벌해선 안된다” 앰네스티의 결정을 지지하는 이유
늙은 공산주의자의 회고가 그렇게 두렵나?
박건웅의 2010년도 만화 『나는 공산주의자다』(보리)가 초중고 도서관에서 퇴출되게 되었다. (참조: "청소년 도서 부적절 논란 '나는 공산주의자다'") 『나는 공산주의자다』는 허영철의 에세이 『역사는 한 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2006)를 만화로 옮긴 책으로, 2010년 2권으로 출간되었다. 도대체 왜 『나는 공산주의자다』가 초중고 도서관에서 퇴출되게 되었을까? 사정은 이렇다. 먼저, (<조선일보>의 표현을 빌리면) 우파 성향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가 5월 19일 정부와 … [Read more...] about 늙은 공산주의자의 회고가 그렇게 두렵나?
난징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약산 김원봉
※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정을 따라서 (4): 일본육사 출신 독립군 대장, 일본군을 궤멸시키다」에서 이어집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아래 임정)가 공식적으로 난징(南京)에 청사를 둔 일은 없다. 훙커우 의거 이후 상하이를 떠난 임정은 항저우에서 3년을 머물렀고, 1935년에는 난징과 자동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전장(鎭江)으로 옮겨갔다. 난징에 남은 임정의 자취들 당시 난징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 수도였으므로 임정도 난징으로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임정이 … [Read more...] about 난징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약산 김원봉
조선을 떠나며: 해방 이후 조선땅에 남은 일본인들의 삶 ①
1945년 우리나라가 해방된 이후로 일본인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나라에 남아서 생활했고, 또 어떤 식으로 빠져나가 귀환해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런 면에서 『조선을 떠나며』라는 책은 그런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책 내용은 대부분 일본인들의 시점에서 그려진 회고담이다. 여기서는 책을 보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약간씩 발췌, 각색해서 올려본다. 좋은 책이니 관심 있으면 내용 전부를 보았으면 한다. 38선 이남의 일본인들 패전 당시의 … [Read more...] about 조선을 떠나며: 해방 이후 조선땅에 남은 일본인들의 삶 ①
일본육사 출신 독립군 대장, 일본군을 궤멸시키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정을 따라서 (3): 37살의 나이 차, 백범과 중국여인의 ‘특별한 동거’」에서 이어집니다. 답사 둘째 날, 자싱(嘉興)과 하이옌(海鹽)을 거쳐 우리는 어둠살이 내리고 있는 항저우(杭州)에 닿았다. 하나둘 불을 켜고 있는 도시로 들어가면서 나는 상하이를 떠나 이 낯선 도시로 스며들어야 했던 1932년의 임시정부(아래 임정)와 백범을 비롯한 요인들을 생각했다. 항저우는 장강(長江) 델타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저장성(浙江省)의 성도(省都)다. 중국의 7개 … [Read more...] about 일본육사 출신 독립군 대장, 일본군을 궤멸시키다
백범의 한인애국단과 윤봉길의 훙커우 의거
※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정을 따라서 (1): 후미진 중국 골목에 한국인이 줄 선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상하이의 임시정부 청사 다음 여정은 훙커우(虹口)로 더 잘 알려진 루쉰(鲁迅) 공원이었다. 1927년 상하이로 온 루쉰은 생전에 이 공원을 즐겨 산책하였는데 1956년 그의 유해가 이곳으로 이장되면서 기념관이 만들어졌고 1989년에는 공원 이름도 아예 루쉰으로 바뀐 것이다. 일찍이 영국 원예가가 설계한 서양식 정원 양식의 이 공원을 일약 세계에 알린 이는 스물다섯 살의 조선 청년 … [Read more...] about 백범의 한인애국단과 윤봉길의 훙커우 의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