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가 된 법정 인혁당이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시선 집중을 받은 것은 두 차례에 걸쳐서였다. 1964년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북괴의 지령을 받고 대규모 지하 조직으로 국가 변란을 획책”했다는 어마어마한 ‘인혁당’ 사건의 개요를 발표한 것이 그 첫 번째였다. 중앙정보부장까지 나서서 발표한 ‘대규모’는 총 57명이었다. 1개 소대급의 지하 조직으로 국가 변란을 획책하려 한다는 대한민국 공안당국 특유의 허장성세의 전통은 이토록 유구하거니와, 이 사건 당시까지만 해도 기개가 살아 있었던 대한민국 … [Read more...] about 앞으로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할 역사 ①
역사
드라마 속 ‘사도세자’의 변천
사도세자의 비극은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희한한 사건이라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쓰였다. 어린 시절 TV에서 울부짖는 미치광이 왕자와 아들을 근엄하게 꾸짖는 늙은 왕의 모습을 다들 한두 번은 보아왔으리라. 과거 사도세자를 그린 영화와 드라마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또 그 작품들은 <사도>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1950~2000년대까지: 영화와 드라마가 사랑한 주인공, 사도세자 필자가 찾은 사도세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중 가장 오래된 … [Read more...] about 드라마 속 ‘사도세자’의 변천
로마의 무덤, 파르티아 ①
※ 필자주: 일베에서 폭식 투쟁이라는 어이없는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표현을 하는 사람도 천박하거나 남을 해치는 자유는 삼가야겠죠. 나치 친위대, 홍위병과 크메르 루주, 모두 이렇게 마음이 병든 사람들의 집단 광기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이 역사를 배운다면, 집단 광기는 결국 자신에게 더욱 큰 피해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정치운명이 결정난 페르시아 원정입니다.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페르시아 원정 기원전 … [Read more...] about 로마의 무덤, 파르티아 ①
로트렉과 발라동
<왕좌의 게임>이라는 미드가 있어. 내용을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대충 몇 마디로 정리해 본다면 중세 유럽의 외피를 두른 판타지야. 이제 시즌 4까지 나왔으니까 기회 있으면 한 번 보고. 이 미드의 주요 인물로 매우 귀한 가문 출신의 총명한 젊은이가 등장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그는 난쟁이다. 그런데 난쟁이의 친누나와 형이 함께 침대를 뒹구는 사이로 설정돼 있지. 근친혼이 일반적이진 않지만 무척 친숙한 가문인 셈이야. 그런데 그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전혀 엉뚱한 사람 하나를 떠올렸어. … [Read more...] about 로트렉과 발라동
잘 알려지지 않은 2차대전 영화들
며칠 후에 2차대전 동부전선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할 생각이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그렇지만 볼만한 영화 클립을 모아보겠습니다. 먼저 핀란드 영화인 <겨울전쟁>(1989)입니다. 핀란드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규모로 , 끊임없는 전투씬이 나오며 무장, 전차와 전투기 고증도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2차대전 직전인 1939년~1940년 겨울이 벌어진 전쟁으로, 절대적 약자였던 핀란드가 고군분투 끝에 많은 영토를 잃고서 2차대전에서 추축군에 참전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 영화에는 … [Read more...] about 잘 알려지지 않은 2차대전 영화들
이승만과 싸우려면 기지론자 모두와 싸워야 한다
약산 김원봉, 해방 이후 독립운동가 집안의 어려움, 친일파의 활개, 반민특위의 좌절, 그리고 지난 7월 31일이 사형집행일이었던 죽산 조봉암의 실험과 좌절까지...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1945~48년의 시간에 '갇히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승만 욕만 하게 되거나, 새누리당 원망만 하고 바뀌는 것은 아무 것도 없게 된다. 해방기를 이해하기 위한 더 큰 흐름 일제로부터의 해방은 국제 정세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그게 연합군의 승리였다. 물론 우리 민족의 역량도 매우 … [Read more...] about 이승만과 싸우려면 기지론자 모두와 싸워야 한다
‘제국주의의 치어리더’, 박경원의 삶
어느 소설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소설 속 어머니의 이름이 ‘쌍년’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왜 쌍년이었는가 하면 손자를 기대하던 할아버지에게 손녀 소식이 전해지고 쭈뼛쭈뼛 이름을 뭐라 지을꼬 여쭈자 이 할아버지 담뱃대를 집어 던지며 “쌍년이라고 불러라 쌍년이!”라고 일갈해 버려 그예 이름이 “雙年”이 돼 버린 것이었다. 남아선호의 오래된 역사 속에서 딸들은 그 이름에서부터 서글프고도 한스러운, 동시에 난폭하면서 잔인한 인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끝순이니 딸그만이니 막녀니 하는 이름이 … [Read more...] about ‘제국주의의 치어리더’, 박경원의 삶
한국식 재개발의 기원
여기서 광주는 빛고을의 광주가 아니다. 넓을 광 자 광주다. 즉 전라도 광주가 아니라 경기도 광주를 의미한다. 1971년 8월 10일 경기도 광주 땅에서 그 서슬 퍼렇던 박정희 정권도 (일단은) 두 손을 든 심각한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친숙한 용어로는 '광주대단지 폭동 사건'이라 한다. (경기도) 광주대단지 폭동 사건 이 봉기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뒤로 미루고, 봉기 와중에 벌어진 일 하나를 먼저 소개해 보자. 몽둥이와 최루탄이 난무하는 가운데 참외를 실은 삼륜차 하나가 … [Read more...] about 한국식 재개발의 기원
조선을 떠나며: 해방 이후 조선땅에 남은 일본인들의 삶 ②
※ 「조선을 떠나며: 해방 이후 조선땅에 남은 일본인들의 삶 ①」에서 이어집니다. 조선에 눌러앉고 싶은 일본인들 1945년 9월 12일 경성 : 때아닌 조선어 강습 열기 경성 YMCA 청년회관 로비에는 어린 학생에서 백발이 성한 노인들까지 삼삼오오 모여들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바로 이들은 조선어를 배우기 위해 모인 일본 사람들이었다. 당시 강단에 선 일본인 강사는 이런 말로 강의를 시작했다. 센세 (대역) "조국의 패전과 조선의 독립으로 발생한 현 상황은 비록 … [Read more...] about 조선을 떠나며: 해방 이후 조선땅에 남은 일본인들의 삶 ②
‘난징의 능욕’,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노정을 따라서 (5): 난징 시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약산 김원봉」에서 이어집니다. 경남에 거주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효순 할머니의 부음을 전해 들으면서 나는 난징에서의 둘째 날, 호텔에서 지척이었던 리지샹(利済港) 2호에 있는 '긴스이루(樓)'를 떠올렸다. 2014년에 장수성(江蘇省)의 '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된 유적은 굳게 잠겨 있었으므로 우리는 출입문 사이로 보이는 퇴락한 건물 앞에 세워진 표지석밖에 찍을 수 없었다. 난징 리지샹 … [Read more...] about ‘난징의 능욕’,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