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거의 발악하는 수준이다. 자유경제원, 뉴데일리, 교육부 등등에서 찌라시, 혹은 그 수준에 버금가는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내용들이 지난 몇 년간 해왔던 주장을 거의 동어반복하는 수준이다. 그들의 종북몰이, 살펴나 보자.
1. TV 조선
내용 간단 요약: 북한 교과와 남한 교과가 똑같다. 남한 교과서가 북한 주도의 적화 통일을 원하는 것 같다. 보천보 전투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가장 심각하다.
어처구니없는 소리다. 정말 그렇다면 신고를 할 일이지, 왜 언론에서 터뜨리고 있는가. 더구나 보수정권이 권력을 잡은 지 8년째다. 이게 사실이라면 보수 정권은 대체 무엇을 했는지 오히려 물어야 한다.
여하간, 북한은 1960년대 이후 역사교육의 기준을 ‘근대혁명운동사’로 삼아 ‘3.1운동 → 마르크스 레닌 사상의 유입과 노동·농민운동의 성장 → 만주에서 김일성의 항일 투쟁’ 공식으로 수십 년째 서술하고 있다.
남한의 교과서? 펴서 읽어 보시라. 우선 남한의 독립운동사의 정통성은 다 알다시피 ‘3.1운동 → 임시정부’로 이어지는 정통성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또한 만주에서의 무장 투쟁, 국내에서의 좌우합작운동, 소년운동 및 형평운동 등의 문화운동, 실력양성운동, 농민·노동운동 등 다양한 섹터로 풍부하게 서술되어 있다.
남한의 교과서와 북한의 교과서는 기술 방식이나 내용 수준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보천보 전투는 김구가 이끄는 임시정부와 김원봉의 민족혁명당 통합을 설명하는 가운데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사로 잠시 나올 뿐이다. 그것도 보천보 전투가 아니라 동북항일연군 수준에서 다루어진다.
그것도 맘에 안 든다고? 1942년 김구의 충칭임시정부는 일제와의 항전을 위해 중국공산당 산하 조선독립동맹과의 통합을 노력하고 있었다. 동북항일연군은 중국공산당 산하 기구 아닌가. 역사적 사실을 지우란 말인가?
2. 조갑제
내용 간단 요약: 임수경-문익환 목사의 방북을 너무 간단하게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대부분 본인의 과도한 해석으로 교과서를 잘못되었다고 몰아붙이는 수준이다. 더구나 교과서는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임수경-문익환 목사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다’. 그렇지 않았나? 객관적으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그것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써달라고 조르는 꼴이다.
결국 공과 과에 대한 공정한 서술이 아니라 본인들의 구미에 맞는 극우파 역사서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차라리 만들라. 만들기 위해서라도 ‘자유발행제’로 가자. 그게 순리 아닌가?
3. 교육부
내용 간단 요약: 국군에 의한 민간인 서술은 상세히 쓰면서 북한군에 의한 학살 사례는 서술하지 않았다. 수정명령 내렸는데, 여전히 마음에 드는 수준이 아니다.
열심히 연구하셨다. 교육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 명령 따라서 교과서 트집 잡아내는 게 목적인가? 이런 내용으로 카드뉴스 만들 시간 있으면 더 많은 학자들에게 연구 기회를 주고, 충분한 합의와 다양성의 배려를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이 파트에서 중요한 것은 ‘민간인학살’이다. 민간인 학살 연구가 진행된 지는 그렇게 오래지 않았다. 민간인 학살은 국군, 북한군, 미군에 의한 학살이 연구되고 있으며 북한군의 학살 역시 역사적 사실이다. 물론 교과서에 기록되어 있다.
다만, 현재까지의 연구를 바탕으로 할 때, 남한 지역에서 발굴된 대규모의 민간인 학살은 그 양과 숫자에서 국군이 압도적이다. 교과서는 이런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노근리 학살 사건 같은 미군 학살도 반영되어 있다. 이게 정말 문제라면 새로운 연구를 진행해서 학계에서 인정받아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면 그만이다.
더구나 자국의 민간인 학살을 싣는다는 것은 그만큼 교과서가 대단히 선진국화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대표적인 나라들이 자신의 과오를 교과서에 담고 있다. 미국은 74년간 진행되어온 흑인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에 대해 클런턴 정부에서 인정하고 사과한 뒤 부시 정부가 이어받아 보상정책을 추진했다. 민간인 학살 기록이 교과서에 나오는 건 이상한 게 아니라 우리의 클라스가 선진국급으로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4. 종북 타입
이제 이들의 주장은 지겹다. 몇 가지 교과서 본문을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것도 사실상 재료가 다 떨어져서 그런지 같은 내용이 돌고 돈다. 그만큼 교과서 연구를 안 하고 있다는 말이다.
여하간 악의적 편집을 제외하고 나면, 그들의 주장은 언제나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이승만과 박정희를 띄워 달라.
그런데 교과서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이승만과 박정희의 공과 과를 서술하고 있다. 6.25 당시 무책임한 이승만의 태도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으며, 양민학살을 비롯한 과나 이승만 개인의 기회주의적인 면모 등도 서술되어 있지 않다. 단 민주주의의 역사 단원에서 발췌개헌, 사사오입 개헌, 이어진 4.19혁명으로 명확히 독재라고 기술하고 있고, 원조경제, 삼백 산업 등 경제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 또한 베트남 특수, 중화학 공업 발전, 새마을 운동, 경부고속국도-포스코 완공, 경제개발계획 모두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물론 동시에 5.16 군사정변, 한일협정 당시 불거진 온갖 문제점들, 3선 개헌, 유신, 10.26 사태 등 민주주의 파괴의 역사 또한 정확히 기술하고 있다. 민청학련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서술되지 않은 채 말이다.
둘째, 종북, 또 종북몰이.
찌라시 쓰는 사람들의 논리는 언제나 뻔하다. 학교 교과서는 철저하게 남한 위주로 배우고 북한은 눈곱 수준으로 다루는데, 이 사람들은 언제나 1:1 비중을 원한다. 친일파 얘기 나오면 그러면 북한은 친일파 청산했냐, 토지개혁 얘기 나오면 북한 토지개혁도 문제 많지 않았느냐, 민간인 학살 얘기 나오면 왜 북한군 학살은 얘기하지 않느냐… 내용만 바뀔 뿐 논법은 똑같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기존 한국사 교과서는 남한과 북한에 대해 배우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배우며 부수적으로 북한에 대해 조금 배울 뿐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역사는 북한에 비교 서술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로 서술되어야 한다. 당연하지 않은가? 왜 북한을 의식하여 비교 서술해야 하는가? 그렇게 모든 면에서 남과 북이 동등한 수준인가? 그렇게 의식하는 것이 정상적인가?
의식과 수준 면에서 과연 누가 종북인지 묻고 싶다. 모든 것을 북한에 빗대어 사고할 수밖에 없는 그들이야말로 종북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