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육업에 종사하며 겪은 충격적인 일화 몇 개를 소개해본다. 사례 1. 2005년 첫 직장 생활을 할 때 운이 좋게도 넉넉한 자금을 가진 회사에서 새로운 교육을 탐험하고 실험할 수 있는 TFT팀에 있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초중생들에게 글쓰기 수업을 강의했는데, 대학 논술 붐이 있었던 시기라 초중등 학부모들 중에 앞선 사람들에게는 글쓰기의 중요성이 슬슬 강조되고 있었다. 나와 우리 팀의 지론은 '보고 듣고 경험하지 않으면 글을 쓸 수 … [Read more...] about 배움의 본질을 찾아서
교육
공대 학벌에 대해서
1. 나는 경남과학고를 수석으로 입학했다. 서울과학고 수석에 간발의 차이로 뒤져서 전국에서는 2등이었다고 한다. 과학고에서는 매달 KAIST 입시 본고사와 같은 포맷으로 월례 고사를 봤는데 졸업할 때까지 1등만 했다. 2학년 마치면 내신 성적순으로 60명 중 20명 정도는 KAIST에 무시험으로 진학할 수 있었다. 원서를 쓸 때는 TO가 몇 장이 배정될지 모르기 때문에 커트라인 근처에 있는 친구들은 조마조마해 했다. 나는 담임 선생님께 무시험 전형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어려운 양보를 했다며 … [Read more...] about 공대 학벌에 대해서
영국 중학생들의 수학 경시대회 문제, 같이 풀어보실래요?
※ The Guardian의 ‘Can you solve it? Are you smarter than a British 13-year-old?’와 ‘Did you solve it? Are you smarter than a British 13 year old?’를 축약 번역한 글입니다. 원문은 문제 해설, 학생들의 성적과 문제를 푼 가디언 독자들의 성적을 적어놓았습니다. 13~16세 영국 학생은 정기적으로 영국 수학진흥재단(UK Mathematics Trust)이 주관한 중급 수학 … [Read more...] about 영국 중학생들의 수학 경시대회 문제, 같이 풀어보실래요?
대학, ‘실패해도 괜찮다’는 가치관을 가르치다
※ 이 글은 The New York Times에 실린 「On Campus, Failure In on the Syllabus」를 번역한 글입니다. '실패 증서'를 벽에 거는 학생들 지난해 스미스 대학(Smith College) 가을 신학기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이어 얼마 전 학기말 고사 기간에도 학교 측은 캠퍼스 본부 근처를 지나는 학생들에게 꽤 낯선 영상을 하나 틀어놓았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각자 겪은 최악의 실패담을 털어놓은 내용이었습니다. “대학 와서 처음 치른 쓰기 시험에 … [Read more...] about 대학, ‘실패해도 괜찮다’는 가치관을 가르치다
젊은 교사와의 소통
교대 동기 모임에 나갔다. 이런 곳에 잘 다니는 체질은 아니지만, 대학 졸업 후 30년이 지난 지금 친구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궁금하고 해서 참여했다. 삼사십대 때와는 달리 지금 우리가 어떤 불순한 이해관계를 매개로 사람을 만나고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저렴한 집단의식을 경계한다. 새로운 관계망 속에서 내가 제일 관심을 두는 부분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품고 무슨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가 하는 것이다. … [Read more...] about 젊은 교사와의 소통
주거 지역이 가난한 아이의 계층 이동에 미치는 영향
※ The New York Times에 Justin Wolfers가 기고한 ‘Why the New Research on Mobility Matters: An Economist’s View’을 번역한 글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는 주거 지역이 경제적 성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주거 지역이 직접적으로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특정 주거 지역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모여드는 것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 … [Read more...] about 주거 지역이 가난한 아이의 계층 이동에 미치는 영향
감옥에도 콘돔이 제공되는 시대에 청소년 콘돔 규제가 웬 말이오
2015년 9월, 캘리포니아는 해당 주 내에 있는 34개 교도소에 콘돔을 제공하기로 했다. 캘리포니아 주가 버몬트 주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수감자에게 콘돔을 제공하는 주가 된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사실 교도소에서 수감자 간의 성관계는 합의 하에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는 금지되어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도관은 금지해도 성관계는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공공보건운동가들은 어차피 발생한다면 성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고, 현재 유럽연합과 캐나다에서도 … [Read more...] about 감옥에도 콘돔이 제공되는 시대에 청소년 콘돔 규제가 웬 말이오
학종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학종 다음의 셀프학종
나는 학종(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학종에 대해 우려가 있다. 여기서 내가 우려하는 것은 대학 입학을 위한 학종이 아니다. 학종은 대학 입학 이후에도 계속된다. 이미 우리 사회가 특정 대학에 들어갔다고 해서 대단한 프리미엄이 생기지 않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대학 졸업한 다음 취업을 하려 할 때 , 공무원 시험을 제외하면 결국 대부분 괜찮은 기업의 신입사원 선발방식은 학종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기업이 먼저 하고, 이게 … [Read more...] about 학종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학종 다음의 셀프학종
학교, 승진하는 사람이 아닌 승진제도의 문제
'승진문제' 한국의 교사에게 이보다 더 엄중한 실존적 이슈가 없다. 이 땅의 교사 치고 승진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안 품어 본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다. 현재의 승진제도는 문제가 많다. 그리고 학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 문제는 잘못된 승진제도와 궤를 같이한다. 말하자면, 승진제도는 학교 교육의 주요모순(primary contradiction)이다. 현행 승진제도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력히 믿기 때문에 나는 승진을 피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 [Read more...] about 학교, 승진하는 사람이 아닌 승진제도의 문제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드문가?
30년 전 교단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내 눈에 비친 학교의 모습은 정상적인 이성과 식견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하고 비상식적인 일상의 연속이었다. 신규교사였으니 학교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연장자였다. 그런데, 교육 선배로서 내게 본을 보여야 할 그들의 행태는 도무지 교육자다운 면모와 거리가 멀었다. 당시 내가 학교의 생리 가운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나의 일터에서 내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장, 교감이 교육청 사람들(장학사, 교육장)에게 저자세로 대하는 행신 … [Read more...] about 왜 학교에는 이상한 선생이 드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