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The New York Times에 실린 「On Campus, Failure In on the Syllabus」를 번역한 글입니다.
‘실패 증서’를 벽에 거는 학생들
지난해 스미스 대학(Smith College) 가을 신학기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이어 얼마 전 학기말 고사 기간에도 학교 측은 캠퍼스 본부 근처를 지나는 학생들에게 꽤 낯선 영상을 하나 틀어놓았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각자 겪은 최악의 실패담을 털어놓은 내용이었습니다.
“대학 와서 처음 치른 쓰기 시험에 낙제했어요.”
영상 속 한 학생이 말합니다. 다른 학생은 가족과 겪은 갈등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머니에게 제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말씀드렸는데, 어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졸업하고 나면 제대로 돌아올 거니?’라고 말씀하셨어요.”
한 교수도 자신의 실패담을 보탰습니다. 한 유명한 영문과 교수는 낙제점으로 가득했던 자신의 성적표 이야기를 했습니다.
“2학년 때였죠. 완전히 바닥을 깔았어요. 한 학기에 들은 모든 과목에서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전부 다 F를 맞았어요. 그야말로 초토화된 성적표였죠. 낙제했습니다.”
미국 문학을 연구하는 한 학자는 자신이 쓴 시 「초콜렛 캬라멜」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여러 문예지에 정말 수없이 이 시를 보내고 또 보냈는데, 지금까지 총 21번 거절당했어요.”
별 의미 없는 의식이 아닙니다. 이 영상은 여자대학교인 스미스 대학이 공식적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험만 보면 높은 점수를 받는 게 당연하고 어쩌면 고등학교 때까지 학생 대표를 도맡았을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겪은 가장 처참한 실패나 시련을 친구들에게 공개할 수 있겠느냐 물은 뒤 이들의 동의 하에 촬영해 제작한 영상입니다.
“정말 힘들었어요. 캠퍼스 전체에 온통 치열한 경쟁밖에 없는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모두가 시달리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힌 실패담을 보고 있으니 당장 저부터 ‘그래, 다 괜찮아. 누구나 다 힘든 건 마찬가지야. 나만 그런 거 아냐.’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학년에 올라가는 20살 캐리 리 랭카스터의 말입니다.
이 영상은 스미스 대학이 선보인 새로운 프로그램 ‘잘 실패하는 법’의 일환으로, 프로그램의 목적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실패라는 단어에 낙인찍힌 과도한 오명을 벗겨내는 것’입니다. 사기꾼 신드롬에 관한 워크숍, 완벽주의에 관한 자유로운 토론부터 모든 학생의 64%가 B- 이하의 성적을 받는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캠페인까지, 학교 측은 요즘 유행어인 ‘탄력성’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학생들을 실패에 굴하지 않는 오뚜기로 길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스미스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의 리더십 함양 전문가이자 비공식적으로는 ‘실패 마스터’로 꼽히는 레이첼 시몬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배움의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 실패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배울 땐 실패하는 게 당연하다는 자명한 사실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왔습니다. 사실 배움의 과정에서 실패는 빼놓을 수 없는 거잖아요. 스미스 대학교처럼 좋은 학교에 합격하려면 아마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모범생으로 살았을 학생이 많겠죠. 이 학생들에게는 실패가 무척 낯설 거예요. 그래서 실패에 직면하면 누구나 무척 힘겨워하죠.”
시몬스 씨 본인이 20대 초반에 아주 권위 있는 장학금을 받을 기회를 날려버렸고, 그 때문에 대학교 총장님으로부터 우리 학교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 실패담을 거의 10년 가까이 주변에 말하지 않고 살았던 시몬스 씨는 학생들의 마음이 어떨지 잘 압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몇 년 동안 저는 그 실패의 그림자에서 영영 벗어나지 못할 줄 알았어요.”
시몬스 씨가 관장하는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들이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실패증서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실패 증서란 쉽게 말해 실패해도 좋다는 허가증 같은 것으로 이런 뜻이 담겼을 겁니다.
“연애나 친구 사귀기를 포함한 인간관계, 글쓰기, 시험, 과외활동, 아니면 대학 생활과 관련해 내린 그 어떤 결정이든 몇 번이고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아무리 많이 실패했다고 해도 여러분이 소중하고 한없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기숙사 방에 이 실패증서를 자랑스럽게 걸어놓은 학생들도 꽤 있습니다.
1980년대에는 (영화 『월스트리트』에 등장하는 인물 ‘고든 게코’처럼)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면, 오늘날 미국 기업들은 특히 스티브 잡스 같은 영웅적인 인물이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겪었듯 실패에도 적잖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마침내 성공하는 것’이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대단히 명예로운 훈장처럼 여겨집니다. 관련 블로그나 테드 강연은 물론 업계 컨퍼런스를 다녀봐도 이런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의미의 성적과 학업 성취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고 대학교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수업시간에 제출하는 보고서마다 늘 만점 가까운 점수를 받고, 이력서에는 갖가지 다양한 경험과 활동이 빼곡히 적힌 우수한 학생이 정작 대학 생활에서 겪게 되는 아주 기본적인 실패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패라는 것이 기숙사에 원하는 방을 얻지 못하거나 수강신청을 제때 못해 대기번호를 받아야 하는 경우, 아니면 원하는 동아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처럼 정말 사소한 문제입니다.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들어야 하는 수업에서 낙제하거나 아예 대학교에서 퇴학을 당하는 것 같은 심각한 문제가 전혀 아녜요. 학생들이 기숙사에 있는 대학생활 상담실에 정말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같은 심각한 표정을 하고 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면 수업에서 A 학점을 못 받았다고 진심으로 낙담하곤 해요. 동아리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대학생활 상담 센터를 찾기도 하죠.
정말로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할 때 어떻게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지 모르는 학생도 있고, 아니면 아주 작은 실패조차 너무나 두려워하는 나머지 아예 사소한 위험도 감수하지 않고 도전이라는 것과 담을 쌓는 학생도 있어요.”
시몬스 씨의 말입니다.
대학교, 실패해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치다
10년쯤 전에 스탠포드와 하버드 교수들은 학생들을 관찰한 끝에 ‘실패 결핍’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습니다. 수업에서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뛰어난 학생이 일상생활에서 부닥치는 아주 기본적인 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걸 보고 만들어낸 말입니다.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신입생 지도를 담당했고 책 『어떻게 어른을 길러낼까』를 쓰기도 한 줄리 리스콧하임스 교수는 “많은 학생이 문제에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교수들은 이내 미국대학건강협회가 제공하는 정신건강 데이터에 나타나는 특징과 기본적인 대처 능력 부족으로 고생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는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관리하기 어려운 과도한 스트레스, 학교 측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리 상담 서비스 급증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코넬대학교는 지난 2010년 학생들에게 전공지식뿐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기술도 가르치는 것을 학교의 의무라고 선언합니다. 코넬 학생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내린 조치였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스탠포드대학교가 ‘오뚝이 프로젝트(Resilience Project)’를 시작합니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알 만한 유명한 스탠포드 졸업생들이 자신이 받은 참담한 성적표 등에 관해 말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보여주는 겁니다. 리스콧하임스 교수는 이 프로젝트를 가리켜 “누구나 비슷한 문제로 애를 먹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시도”라고 말했습니다.
이내 대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이 힘을 모아 컨소시엄을 발족하고 재원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비슷한 프로그램이 잇따라 생겨났습니다. 하버드대학교의 성공-실패 마주하기 프로젝트는 거절당한 사연을 위주로 모아 소개했고, 프린스턴대학교의 프린스턴의 관점 프로젝트는 실패담이나 고생한 이야기를 당당히 꺼내 이야기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펜실베니아대학교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펜실베니아 학우들의 진짜 표정(Penn Face)’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아무리 힘들어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멀쩡한 척, 행복한 척하는 학내 문화를 지칭하는 단어 ‘Penn Face’를 비틀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이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걸 도왔던 에밀리 회벤은 얼마 전에 졸업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주 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거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요. 학업 성적이나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연애나 가족, 친구 관계까지 다 잘하길 바라죠. 그러면서 하루에 8시간씩 달게 자고, 외모는 항상 깔끔하게 빛이 나며 운동도 빼먹지 않고 하는 그런 생활을 틈틈이 소셜미디어에 올려주는 삶을 기준으로 상정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반대로 삶이란 절대로 그렇게 완벽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주려 했던 거죠.”
오스틴 텍사스 주립대학교 학생들은 ‘Thrive’라는 이름의 아이폰 앱을 공짜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앱은 “대학 생활의 좋을 때와 나쁠 때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앱으로 짧은 영상이나 귀감이 되는 문구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UCLA는 학생들이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부처를 만들어 교직원을 뽑았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인문과학대학인 데이비슨 칼리지에는 이른바 ‘실패 펀드’로 불리는 일종의 보조금 제도가 있습니다. 무언가 창의적인 도전을 해보고 싶은데 돈이 없는 학생이 신청해 프로젝트에 따라 150달러에서 많게는 1,000달러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로, 관련 아이디어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실제로 작동했는지는 심사하지 않습니다. ‘실패 펀드’ 보도자료에는 “학생들이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돕자는 취지”라고 쓰여 있습니다.
스미스 대학교의 학과장이자 학생 생활 담당 부총장인 도나 리스커는 말합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모두가 어렸을 때 실패에 관해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힌다고 생각해 왔어요. 야구 타석에 들어서는 누구나 삼진을 당할 수 있고, 학생회 선거에서 당연히 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알 거라고 생각했죠.
18살이나 됐는데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학생이 어디 있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실패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아이들에게서 빼앗았는지도 모릅니다.”
러닝머신 위를 달리던 학생들이 ‘실패’를 배운다는 것
어쨌든 많은 대학교가 실패란 무엇인가에 관해 학생들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일종의 교육을 통한 치유 혹은 치유를 위한 교육이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스미스 대학교의 시몬스 씨는 소녀들의 자존감에 관한 책을 두 권 썼고, 내년에는 세 번째 책인 『지금 너의 모습으로도 충분해(Enough as She Is)』를 펴낼 예정입니다. 그녀는 대학들이 좋은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기준을 새로 세우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대학들은 학생이 졸업논문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함량 미달이라는 평가를 듣고도 주저앉지 않고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특히 요즘은 직장도 자주 옮기고, 하는 일도 자꾸 바뀌며, 단기간에 처리하는 프로젝트 위주로 일이 진행되거나 프리랜서, 소규모 스타트업이 많은 세상이잖아요. 그럴 때일수록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능력이 정말 중요한 인생의 기술이랄까요.”
대학교에는 낮잠 전용 간이침대 혹은 소파도 있고,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작은 동물원도 있습니다. 이제 여기에 실패하는 법까지 가르친다고 하니, 지난해 <사이콜로지 투데이>가 표지 제목으로 던졌던 질문을 여러분도 하게 될 겁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대학교가 고등 교육을 가르치는 지성의 전당에서 정신 건강 수련원 같은 곳이 되어버린 걸까?
펜실베니아 대학교의 조직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말합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자체는 근본적으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문제를 치료하고 치유하기 전에 왜 그토록 심각한 문제가 될 만큼 학생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 건지 그 원인을 좀 더 살펴보고 싶기는 합니다.”
연구진은 어렸을 때부터의 자녀 교육과 전반적인 사회 문화가 복잡하게 얽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에 노심초사한 나머지 과잉보호를 일삼는 이른바 헬리콥터 부모가 많은 세상입니다. 스미스 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장인 레베카 쇼는 지금 대학생들이 “누구나 집에 가면 어렸을 때 어딘가에서 받은 트로피들이 몇 개씩 있는 세대”라고 설명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명문대학교 입학에 초점을 맞추고 성장한, 특히 중산층 이상 가정의 아이들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목표를 세워놓고 멈추지 않는 러닝머신 위를 달려왔습니다. 선행학습에 익숙한 아이들은 항상 낙오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시몬스 씨는 이를 영화 <헝거 게임>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정신상태에 비유했습니다.
경제 전반에 대한 걱정은 막막함을 배가시킵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은 아직도 유효한 건지, 졸업 후에 일자리를 과연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막막함은 특히 집안에서 처음 대학 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학비는커녕 집에 생활비를 부쳐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아니면 그저 ‘내가 경쟁을 뚫고 입학한 우수한 학생이 아니라 다양한 선발 방식 가운데 운이 좋게 맞아떨어진 학생 아닐까?’ 같은 식의 괜한 자괴감만으로도 충분한 스트레스가 됩니다.
“저는 저소득층 가정 출신이에요. 무척 낙후된 저희 동네에 이웃은 대부분 흑인밖에 없었고요. 그래서 더더욱 잘해야 한다는 절박함 같은 것이 더 큰 압박으로 다가오곤 해요.”
스미스 대학교 3학년 학생인 19살 아라비아 시메온의 말입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 언론정보대학 학부 교육 부처장인 에이미 조던은 우등생 소리를 듣던 많은 학생이 ‘제일 똑똑하고 우수한 학생’이란 꼬리표를 잃게 되면서 일종의 조정 과정을 거친다고 진단합니다. 스미스 대학교에서는 이를 ‘특별한 눈송이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다들 고등학교 때는 소위 난다 긴다 하는 학생들이었죠. 학교에서 공부도 제일 잘하고, 다른 것도 다 학교에서 최고였을 테니까요. 특별 대우를 받고 자랐죠.”
20살 카이 셜리는 학교 카페에 앉아 말했습니다. 졸레카 모시아와 시메온, 랭카스터가 그녀의 말에 수긍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왔어요, 자, 고등학교 때처럼 다시 돋보이는 학생이 되고 싶죠. 그런데 대학교에 와 봤더니 다 저처럼 특별한, 대단히 뛰어난 친구들만 모아놓은 거예요. 전부 다 특별하죠. 그러다 보니 결국 누구도 특출나지 않은 것처럼 되어버렸어요.”
소셜미디어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누구나 논리적으로 조금만 생각해보면 대학교에서, 아니 솔직히 인생 전체를 통틀어 아무런 실수도 저지르지 않는 삶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과 사진을 보다 보면 우리는 또 너무나 쉽게 ‘나만 빼고 전부 다 반짝반짝 빛나는 삶을 사는구나’ 하는 생각에 빠지곤 합니다.
여기에 바쁘게 사는 것을 추켜세우는 문화도 한몫합니다. 문화랄 것까진 없다고 해도 적어도 어쨌든 ‘지금 상태’를 남들에게 드러내도록 해놓은 것 자체가 이런 생각을 부추깁니다. 스미스 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의 스테이시 스타인박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무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지 않거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지 않은 인생은 가치 없는, 한심한 인생이라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죠. 어떤 의미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인생은 실패한 인생으로 간주될 정도예요.”
시몬스 씨는 이를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라고 부릅니다. 시몬스 씨는 아이스크림과 빙고 게임으로 학생들을 불러모은 뒤 교내 잔디밭에 둘러앉아 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법을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합니다.
대학생활문화원을 찾은 학생들은 먼저 아이스크림 선데를 집습니다. 여기의 빙고 게임은 여느 빙고 게임과는 조금 다른데, ‘스트레스 올림픽’이라는 이름이 붙은 게임입니다. ‘오늘 밤까지 보고서 20장 마감’, ‘할 게 너무 많아서 끼니도 거름’, ‘너무 힘들어서 좀비 된 듯’ 같은 식의 카드가 쓰여 있고, 학생들은 자신의 상태에 따라 빙고 카드를 고릅니다.
20살 3학년 학생 케이시 헤콕스는 ‘누가 더 고통스럽게 사는지 경쟁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내일 시험이 한꺼번에 3개나 몰려서 걱정하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난 시험 5개야, 오늘 하루종일 에너지 드링크 말고 아무것도 못 먹었어, 게다가 집에 강아지가 아파서 공부도 잘 안 돼.’라고 하는 식인 거죠.”
여름방학을 몇 주 앞둔 시점은 이미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거의 극에 달해 있습니다. 여름방학 인턴십이나 졸업 후 일자리 때문에 준비해야 할 원서, 추천서, 네트워킹 등에 이미 학생들은 진이 빠져 있죠.
한 군데도 합격하지 못하면 어떡하죠? 아니면 합격은 하더라도 정말 가기 싫은 곳뿐이라면 어쩌죠? 21살 2학년 모시아 씨는 여름방학 인턴이나 방학 때 경험을 쌓는다고 몇 달간 회사에서 일하는 것 자체가 익숙지도 않을뿐더러 그 과정도 너무 겁이 났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제 친구들과 학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에 이 난관을 헤쳐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해야 했죠. 도움을 청하는 건 물론이고 이렇게 수도 없이 떨어지고 거절당하는 건 정말 익숙하지 않은 일이었어요. 정말 무서웠죠.”
랭카스터 씨도 말했습니다.
“불합격 통보를 하나하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래도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학생들은 여름방학이 끝나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 근심걱정을 원 없이 털어놓을 수 있을 겁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