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New York Times에 Justin Wolfers가 기고한 ‘Why the New Research on Mobility Matters: An Economist’s View’을 번역한 글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연구는 주거 지역이 경제적 성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주거 지역이 직접적으로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특정 주거 지역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아이들이 모여드는 것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하버드대학의 경제학자 라즈 체티(Raj Chetty)와 나타니엘 헨드렌(Nathaniel Hendren)의 연구는 로렌스 카츠(Lawrence Katz) 교수의 연구와 함께 주거 환경이 아이들의 성공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두 연구는 지금까지 있었던 연구 중 학교, 이웃, 지역 시설, 사회적 규범과 같은 주거 지역의 환경이 아이들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가장 설득력 있는 연구입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만 실제로 이 효과를 보여준 연구는 지금까지 많지 않았습니다. 왜 최근에 발표된 이 연구들이 중요한 것일까요? 연구의 기반이 된 이들의 이전 연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미국 연방 정부는 가난한 가계의 경제적 기회를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한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연방 정부는 정부 보조 주택에 거주하는 가난한 가족들 중 추첨을 통해서 4,600가구에게 더 나은 동네로 이주할 권한을 주었습니다.
프로그램에 선발이 된 가계와 그렇지 않은 가계 사이에 추첨 결과 이외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많은 연구자는 더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간 가계가 그렇지 못한 가계와 어떤 차이를 만들어 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이른바 선택편향 문제로부터 자유로웠던 겁니다.
이 결과를 처음 분석한 논문들은 부모들의 고용 상태나 소득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고 정신적·육체적 건강 상태는 조금 나아졌으며 자녀들의 성적이나 성공에는 그리 큰 효과가 없다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초기 논문들은 걸음마 단계에 있을 때 이사 간 아이들과 청소년기에 이사 간 아이들을 구분하지 않고 한 그룹으로 묶어서 분석을 했습니다.
만약 주거 환경이 좋은 동네에서 얼마나 거주했는지가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어릴 때 이사 간 아이들과 청소년기에 이사 간 아이들이 좋은 동네로부터 받는 혜택의 차이는 크겠죠. 체티, 헨드렌, 카츠 교수의 논문은 같은 데이터를 이용해서 놀라운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걸음마 단계에 있을 때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간 저소득층 가계의 아이들은 비슷한 환경에 있었지만 추첨에 당첨되지 않았던 아이들보다 성인이 되었을 때 훨씬 큰 경제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도 높았고, 평균 소득은 무려 31%나 높았습니다.
반면 청소년기에 좋은 동네로 이사를 간 저소득층 아이들은 비슷한 환경이었지만 추첨에 당첨되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서 성인이 되었을 때 경제적으로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나쁜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들은 오래 전의 실험을 ‘어린이들이 좋은 주거 환경에 얼마나 오래 거주했는지가 중요하다’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다시 분석했습니다.
체티 교수와 헨드런 교수가 발표한 논문은 기존 연구를 확장시켜서 저소득층들이 거주하는 지역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줍니다. 기존 연구가 4,000여 가구 정도만 분석했다면 이들은 500만 명의 진로와 주택 거주에 관한 기록을 17년간 분석했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아이들의 경제적 성공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지역으로 이주한 가족들을 비교했습니다. 신시내티에서 피츠버그로 두 가족이 이주했다면 아이가 어릴 때 이사한 가족과 아이가 청소년일 때 이사한 가족을 놓고 비교하는 것이죠.
논문의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자녀가 어릴 때 이사를 한 저소득층 가족일수록 아이의 경제적 성공 확률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23세 이후에 더 나은 지역으로 이주한 경우는 주거 지역이 경제적 성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좋은 주거 지역에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유년 시절에 얼마나 좋은 주거 지역에서 거주했는지의 경험이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연구의 장점은 수많은 어린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의 데이터를 추적해서 분석했다는 것입니다.
다른 연구가 ‘주거 환경이 저소득층 학생들의 성적이나 행동과 관련해 큰 차이를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체티 교수와 헨드렉 교수의 연구는 중요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주거 환경이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체티 교수와 헨드렉 교수는 한 가족 내에서도 중요한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저소득층 가족이 주거 환경이 더 나은 도시로 이사한 경우 더 어린 자녀가 좋은 주거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이들은 이것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경제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반대로 저소득층 가정이 범죄율이나 소득 불평등이 심한 도시로 이사한 경우, 한 가정에 딸과 아들이 있다면 나쁜 도시 환경이 딸보다는 아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