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청년들에게 ‘세상이 좋아질 것 같은가’라고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 그다지 좋아질 거로 믿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고 세상이 더 나빠지겠냐고 한다면, 꼭 그런 건 아닐 수 있겠으나 그다지 대단히 좋아질 가능성도 없을 거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내 주변의 청년들만 보더라도 이 세상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기대 같은 걸 가진 경우는 거의 없다. 미래의 세상이 오면 누구나 아파트 한 채쯤은 가지고 어느 정도 안정성과 생활이 보장 가능한 직장들이 모두에게 주어질까? 육아는 더 … [Read more...] about “세상이 좋아질까요?” 글쎄, 청년들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을 겁니다
시사
‘적당한 가격에 양질의 주택은 많이’의 허상
화제의 기사 「친구 초대는 2평, 요리는 3평부터…1평은 잠만 자는 방이죠」는 그래도 나름 괜찮은 르포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굳이 5평 청년주택을 까면서 들어가는 도입부 때문에 메시지가 오히려 해이해지는 느낌이다. 특히 기사의 말미. "마음만 먹으면 적당한 가격에 양질의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는데"라는 부분. 땅은 무한정 공급되는 자원이 아니다. "적당한 가격에 양질의 주택을 많이"는 불가능하다. 기사를 한순간 공허한 몽상으로 만들어버린다. 공간 제약은 ‘삶과 생활’을 … [Read more...] about ‘적당한 가격에 양질의 주택은 많이’의 허상
열정 페이 덤핑: 일 안 해도 되는 일자리가 열심히 일할 이유가 되는 나라
한국식 호봉제나 공무원 열풍이 정말 많이 한심한 게, 일에 기여한 지분이 크거나 하다못해 열심히라도 한 사람이 많은 보상을 받는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라는 거다. 적게 일하고 많은 보수를 받는 꿀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올라가는 게 보상이 되는 구조다. 소수의 꿀자리를 끝내 차지한 사람은 투여한 노력을 다 보상받고 큰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나머지는 아쉽지만 땡. 미끼를 사용하는 어부는 그것을 재활용하면서 아무 손해를 보지 않는다. 무급 인턴 등이 좋은 예다. 치킨 게임의 승자는 음식 빼먹는 배달 … [Read more...] about 열정 페이 덤핑: 일 안 해도 되는 일자리가 열심히 일할 이유가 되는 나라
왜 ‘82년생 김지영’에게만 보편의 서사를 요구하는가
영화 〈82년생 김지영〉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김지영이 아이 어린이집 엄마들 모임에 참여했다가 다른 엄마들의 출신대학과 전공을 알게 되는 장면. 김지영은 그 자리에 있는 엄마들이 누구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왔고, 누구는 연기를 전공했고, 누구는 공대를 졸업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금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한때는 모두 꿈이 있고, 직업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결국 여성이라면 어떤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든, 얼마큼 열심히 공부했든, 대부분 … [Read more...] about 왜 ‘82년생 김지영’에게만 보편의 서사를 요구하는가
박스 손잡이 구멍을 뚫는 기술
최근 대형마트 노동자들이 모여 '마트 박스에 손잡이 구멍을 뚫어달라'고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한다. 평균 10kg, 많게는 한 개에 25kg까지 나가는 무거운 상자를 맨몸으로 하루 평균 345회 운반하는 사람들이었다. 하도 힘들어서 노동자들끼리 설문지를 돌려보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지난 1년 간 근골격계 질환 때문에 병원 치료를 경험한 사람이 전체의 69.3%였다. 몸이 아파 하루 이상 출근하지 못한 사람은 23.2%였다. 다같이 골병이 든 셈이다. 부디 들기 쉽게 박스에 손잡이 … [Read more...] about 박스 손잡이 구멍을 뚫는 기술
나는 가해자가 될 수도, 훌륭한 조력자와 동료가 될 수도 있는 남자 인간의 엄마입니다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중 하나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잔 클리볼드가 쓴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이제야 읽었다. 책의 초반부 3분의 1 정도는 가슴이 찢어져서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읽다가 너무 우울해질 정도. 가해자의 엄마이기는 하나, 엄밀히 말하면 자식이 남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람의 엄마이기도 했다. 그저 아이를 잃는 것만 해도 부모가 겪어야 하는 이후의 애도의 과정이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울 것 같다. 자살만 해도 그 고통이 어떠할지 가늠이 안 … [Read more...] about 나는 가해자가 될 수도, 훌륭한 조력자와 동료가 될 수도 있는 남자 인간의 엄마입니다
왜 타다를 살려야 하는가
기억은 쉽게 풍화된다. 우리의 웹 검색 시스템은 오래전의 기사를 찾아주는 능력이 떨어진다. 영리한 사람들은 이 두 가지를 합쳐서 미디어를 이용한 일종의 수작을 부린다. 타다 얘기다. 주요한 팩트들이 어긋나 있으니 바로잡고 시작하자. 1. 10월 29일 자 조선비즈에 「"국토부서 법 검토받았는데"… 타다 기소에 "정부 신의성 무너졌다" 비판 쏟아져」라는 기사가 실렸다. 겹따옴표 안에 있는 워딩은 이번에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타다 박재욱 VCNC 대표가 … [Read more...] about 왜 타다를 살려야 하는가
평범한 여성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일어난 변화들 ‘여자 공부하는 여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 씨의 미래는 표면적으로는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경제 사정도 나쁘지 않고, 육아에도 비교적 충실한 남편이 있고, 경력 단절이 일어났지만 재취업할 일자리도 있다. 그렇다면 김지영 씨의 인생은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을까? 단언컨대 여성들은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여전히 주 양육자를 여성으로 가정하는 현실에서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경력단절이 된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남자 동료들보다 훨씬 더 많이 … [Read more...] about 평범한 여성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일어난 변화들 ‘여자 공부하는 여자’
타다, 택시, 카카오 그리고 소비자의 사정
데자뷔 2018년 2월 14일, 카카오 모빌리티는 252억에 스타트업 ‘럭시’를 인수한다. 택시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출퇴근 시간대에 카풀 서비스를 운영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카카오에서는 평일 오전 8–9시 사이에 카카오 택시 호출이 23만 건인 데 비해 배차 가능 택시는 2만 6,000대밖에 되지 않는다는 데이터를 공개하며 사업의 필요성과 시장 타당성을 설명했다. 또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 81조의 1항에 있는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유상으로 … [Read more...] about 타다, 택시, 카카오 그리고 소비자의 사정
박정희의 딜레마와 그 유산: 경제 성장, 독재, 그리고 검찰
40년 전 10월 26일, 삽교천 방조제 완공식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대통령 박정희는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비서실장 김계원, 경호실장 차지철,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대동하고 술자리를 벌이다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암살당했고, 18년 동안 이어진 철권통치도 막을 내렸다. 물론 군부독재는 이후에도 8년간 더 지속되기는 하지만. 권력에서 2인자를 용납하지 않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박정희는 왜 김재규에게 암살당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원인을 최고 권력자 박정희를 향한 충성경쟁에서 차지철에게 … [Read more...] about 박정희의 딜레마와 그 유산: 경제 성장, 독재, 그리고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