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10월 26일, 삽교천 방조제 완공식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온 대통령 박정희는 궁정동 안전가옥에서 비서실장 김계원, 경호실장 차지철, 중앙정보부장 김재규를 대동하고 술자리를 벌이다가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암살당했고, 18년 동안 이어진 철권통치도 막을 내렸다. 물론 군부독재는 이후에도 8년간 더 지속되기는 하지만. 권력에서 2인자를 용납하지 않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박정희는 왜 김재규에게 암살당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 원인을 최고 권력자 박정희를 향한 충성경쟁에서 차지철에게 … [Read more...] about 박정희의 딜레마와 그 유산: 경제 성장, 독재, 그리고 검찰
식민 통치기 일본의 문화재 정책은 과연 악인가
아침 출근길에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훑으면서 한 블로그 글 링크를 보았다. 그 블로그는 ‘옛 동대문운동장은 조선 시대 오간수문과 한양성곽 유적 위에 지어졌는데, 이는 일본의 민족문화말살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 주장은 틀렸다. 우리는 흔히 식민 통치기 일본이 조선의 민족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여러 문화유산을 고의로 훼손했다고 생각한다. 시멘트 돔으로 덮어버린 경주 불국사 석굴암, 역시 시멘트로 흉물스럽게 만든 익산 왕궁리 미륵사지 석탑, 그리고 블로그에서 언급한 한양도성 성곽과 … [Read more...] about 식민 통치기 일본의 문화재 정책은 과연 악인가
경제학, 자전적 회고: 내가 공부한 경제학 책들
본래 이 글은 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학부부터 대학원까지 내가 경제학 공부한 것을 한번 회고형식으로 쓰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책이 좋다 나쁘다를 언급하는 것보다 내가 공부하고 읽은 책들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어설픈 반숙에 불과하지만 내가 공부한 것들이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비전공자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고등학교 2학년 경제학의 “ㄱ”자도 모르던 내가 경제학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사회과 … [Read more...] about 경제학, 자전적 회고: 내가 공부한 경제학 책들
‘국가부도의 날’은 허위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한국
새로 개봉한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이 시끄럽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에 대한 말도 안 되는 해석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는 1997년 한국 외환위기의 원인을 한국 경제 시스템을 신자유주의로 재편하고자 하는 재무부 고위 관료의 음모론으로 설명하는데, 아무리 영화적 장치라고 하더라도 이건 엉터리다. 당시 외환위기는 한국의 경제와 금융 시스템 상 한 번은 겪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문제였는데, 그 이유로는 한국 경제의 구조조정이 1970년대 이후 계속 지연되었으며, 금융시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 [Read more...] about ‘국가부도의 날’은 허위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한국
공매도 금지라는 망령
출근길에 타임라인을 훑는데 일부 국회의원이 공매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기사를 봤다. 보는 순간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저들은 정말 어리석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봄에 있었던 삼성증권 공매도 사태 당시, 내 은사님이신 독고윤 선생님께서는 공매도에 관해 4월 8일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올리신 바 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돈 벌려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세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뿐이 아니다.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방법도 있으니까. 갖고 있지 … [Read more...] about 공매도 금지라는 망령
평화를 구걸한 송?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현 정부의 모습을 일컬어 “평화를 구걸하다 망한 송나라가 떠오른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과연 이 말대로다.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송은 요와 금에 시달리다 급기야 몽골에 멸망당한 문약의 상징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유라시아 대륙을 정복한 몽골이 정복하는 데 가장 오래 걸린 지역이 바로 그 문약의 상징인 송, 그것도 금에 밀려 장강 이남으로 피난 간 남송이었다. 이 괴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먼저 첫째 오해부터 해결하자. … [Read more...] about 평화를 구걸한 송?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 그리고 행동주의 펀드
‘투기자본이 한국 기업 활동에 문제가 된다’는 기사 하나를 포스팅했다. 마침 내가 귀국한 후 주로 하는 공부가 화폐 이론과 함께 한국 주식시장에 있어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기업 지배구조 문제이기에 간략하게 이를 다루어보고자 한다. 한국 기업지배구조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고도성장기 한국 기업들, 소위 재벌은 자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신사업에 투자할 필요성이 있었다. 이건 한국 경제성장이 1960년대 경공업 위주 … [Read more...] about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국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 그리고 행동주의 펀드
로마사를 통해 보는, 정치 제도가 초래하는 혼란
공화정 로마 말기의 혼란은 일반적으로 기원전 109년 유구르타 전쟁으로 촉발된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등장으로 시작되어 기원전 30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가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 승리하여 제정으로 이행하면서 끝난 것으로 인식된다. 이 혼란은 공화정 로마 원로원에서 최고 권력자가 누가 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진 내전이라기보다는 이미 지중해를 '우리 바다(마레 노스트룸, Mare Nostrum)'라고 말할 정도로 넓은 영토를 통치하게 된 공화정 로마가 앞으로 그 … [Read more...] about 로마사를 통해 보는, 정치 제도가 초래하는 혼란
자크 루이 다비드의 회화: 그 그림의 국가주의 프로파간다에 대하여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루브르 박물관의 회화층에 가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모나리자 말고, 내 시선과 관심을 끄는 작품이 세 점 있다. 모두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작품인데, 각각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사비니 여인의 중재', 그리고 '테르모필라이에서의 레오니다스'다. 자크 루이 다비드가 살롱전에서 입상한 영광의 작품이지만 동시에 프랑스 인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고 가부장적 국가주의 인식을 심어준 회화의 대표작이 첫 번째 작품인 '호라티우스 형제의 … [Read more...] about 자크 루이 다비드의 회화: 그 그림의 국가주의 프로파간다에 대하여
일본 경제성장의 기원
일본 경제성장의 기원은 에도 바쿠후 시대부터 경제사 연구에 계량경제학적 방법을 적용한 공로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더글라스 노스가 그의 저서 <Structure and Change in Economic History>에서 "산업혁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산업혁명이라고 알고 있는 18세기 말의 경제적, 산업적 격변은 단속적인 것이 아니라 그 시기까지 연속된 인간 노력의 집적으로 이루어진 연속적 현상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 경제가 기록한 … [Read more...] about 일본 경제성장의 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