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타임라인을 훑는데 일부 국회의원이 공매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기사를 봤다. 보는 순간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저들은 정말 어리석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봄에 있었던 삼성증권 공매도 사태 당시, 내 은사님이신 독고윤 선생님께서는 공매도에 관해 4월 8일 다음과 같은 포스팅을 올리신 바 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돈 벌려면 어떻게 해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세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뿐이 아니다. 비싸게 팔고 싸게 사는 방법도 있으니까.
갖고 있지 않는 재화나 서비스를 파는 행위를 공매(short sale)라 한다. 이런 공매도 자유로와야만 거래 비용을 초래하지 않고 시장의 긍정적 기능을 촉진한다. 다만 공매의 경우 해당 물건이나 서비스의 인도가 이뤄지게끔 보장하는 제도가 필요할 뿐이다. 그것도 최소한의 거래 비용을 수반하는 공매가 바람직하다.
주식시장에서 공매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공매를 금지하면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보자. 주식 가격이란 그 주식의 가치에 대해 낙관적, 비관적으로 생각을 달리하는 여러 사람의 평균 생각을 반영하는 것이다. 또 그렇게 반영해야만 한다.
무슨 주식이든지 낙관적인 사람들은 사려고 하고, 비관적인 사람들은 팔려고 하는데, 공매를 금지하면 비관적인 예상을 반영하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주식가격을 상향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공매 금지는 자본시장에서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문제, 즉 투자해야 할 곳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말이다.
주식공매를 유령주식을 파는 것으로 매도하는 일부 언론의 표현은 무식한 표현이다. 비싸게 팔고 싸게 사려는 의도에서 발생하는 상행위도 자유롭게 이뤄져야지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법이다. 다만 비싸게 판 사람이 추후 더 비싸게 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그런 의무를 이행하게끔 하는 제도는 어느 정도의 거래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필요할 것이다. 공매를 하는 사람이나 기관이 추후 해당 물건이나 서비스를 인도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다면 이런 경우 거래 비용이 없거나 낮을수록 공매는 더더욱 이상적인 게다.
공매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에 대해 여러 시장 구성원들이 의견을 달리할 때 공정한 가격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시장 기능이다. 사회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사건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성숙이 필요하다. 정치권이나 정부 당국의 자제는 더더욱 필요하다.
독고윤 선생님의 저 말씀대로다. 다시 말하자면, 공매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치에 대해 여러 시장 참여자들이 생각이나 기대를 달리할 때 공정한 가격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시장 기능이다.
만약 시장 참여자 모두 같은 기대를 갖고 있다면 거래는 발생하지 않고, 이 경우 우리는 재화나 서비스의 적정 가치를 시장 가격으로 판단할 수 없다. 가격을 통해 기대와 정보가 전달되며 시장에서 조정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Milgrom and Stokey, 1982, JET). 그렇기에 상술한 것처럼 서로 다른 기대를 가진 시장 참여자가 그 기대와 정보를 가격을 통해 드러내는 공매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위 기사에 따르면 일부 국회의원은 또한 ‘정보를 많이 가진 기관투자자의 공매도가 문제’라고 주장하는데, 이 역시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다. 이 생각이 왜 어리석은지는 시장미시구조 이론(Market Microstructure Theory)을 살펴보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시장미시구조 이론에 대해 설명하려면 먼저 1985년 알버트 카일(Albert Kyle)의 《이코노메트리카(Econometrica)》 논문을 언급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 카일은 주식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메커니즘을 간단한 모형으로 설명했다. 먼저 주식시장에는 정보를 가진 소수의 정보 거래자(Informed Trader)가 있고, 정보를 가지지 못한 다수의 소음 거래자(Noise Trader)가 있다. 그리고 이 둘 사이 거래를 성사시키는 투자 전문가(Market Maker)가 존재한다.
카일은 정보 거래자는 거래가 성사되기 이전 시점에서 주식의 가격과 변동성을 안다고 가정한다. 반면 투자 전문가는 정보 거래자와 소음 거래자의 주문량은 관찰할 수 있는 반면, 가격 정보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소음 거래자는 가격과 주문량 모두를 알지 못한다. 이러한 가정을 전제로 카일은 주식시장에서 소음 거래자는 결국 정보 거래자에게 수익을 빼앗길 수밖에 없음을 보인 바 있다.
이러한 카일의 연구는 시장에서 상품이 거래되는 가격은 그 자체로 정보를 제공한다는 1945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의 AER 연구와 연결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상술한 폴 밀그롬(Paul Milgrom)과 낸시 스토키(Nancy Stokey)의 이에 기반한 연구와도 연결된다. 밀그롬과 스토키는 시장 참여자 사이에 서로 다른 프라이어(Prior), 서로 다른 기대, 서로 다른 위험회피 성향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간단한 직관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두 층위에서 우리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소음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먼저 밀그롬과 스토키 관점이다. 상술한 것처럼 이 연구는 주식시장에서의 거래 체결이 서로 다른 프라이어, 서로 다른 기대, 서로 다른 위험회피 성향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이러한 층위에 있어서 개인투자자들은 일관성이 없고 쉽게 휘둘린다는 사실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정보를 제대로 취득하고 분석하지 못하기에 루머에 휘둘리기 쉽다. 투자 금액이 시장 총액 대비 작다. 시장에 가격 변동성, 즉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그것을 인내하는 능력도 작다. 그렇기에 이들은 시장에서 가격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자신들의 수익을 추출 당한다.
다음으로 카일의 관점이다. 이 관점에서도 개인투자자는 정보를 보유하거나 분석하지 못하기에 정보를 지닌 투자자의 거래 주문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실제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가 매도하면 따라서 매도하거나 매수하면 따라서 매수하는 혹은 그 반대의 투자 행태를 보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있다.
이들은 그러한 투자 행태가 합리적이라 주장할지 모르지만, 정보의 취득과 분석 없이 정보를 지닌 투자자의 행위에 부가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결국 그들에게 자신들의 수익을 추출 당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소음에 불과한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와 관련 없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격의 발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분명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중요한 참여자 중 하나다. 그렇지만 그들이 중요한 것은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관투자자들의 주문에 내재한 정보를 가리는 소음으로서의 역할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소음은 없어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커져도 문제다. 저 정치인들이 어리석기는 해도 선의를 갖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원문: 정재웅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