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의 집회와 광화문의 집회 개인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광장'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집회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기대'보다는 '우려'에 가깝다. 한때 광장의 정치는 진보, 혹은 좌파, 혹은 '빨갱이'의 전유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나 이명박 대통령 규탄 집회 등에서 광장을 메웠던 건 진보 성향의 리버럴리즘이었고, 보수는 이에 대해 '질서 문란 행위'라고 규탄하는 것이 일반이었다. 광장의 정치는 때로는 무위로 … [Read more...] about 광장의 정치, 언론이 붕괴하고 정치가 개판일 때 나타나는 것이다
시사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가치관 변화
※ The Atlantic의 「America Without Family, God, or Patriotism」를 번역한 글입니다. 지난 1998년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는 18–38세 미국인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열심히 일하는 것(work ethic)’을 꼽았습니다. 이어 애국심과 종교, 그리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21년이 지난 2019년, 같은 연령대 미국인에게 같은 질문을 … [Read more...] about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가치관 변화
한국 사회가 청년들을 ‘책 읽지 않게’ 만들고 있다
청년 세대의 독서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출판시장은 대부분 중년 독자 중심이 되었다고 한다. 이에 책을 멀리하는 현세대를 비판하고, 개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청년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것 자체는 오해에 가깝다. 사실 충분히 많은 책을 본다. 하루 중 절반 이상은 책을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흔히 출판계에서 관심을 가지는 대중 교양서 중심의 책이 아닐 뿐이다. 청년들은 주로 취업에 필요한 토익 보카, 리스닝, 리딩 따위의 책과 공무원 준비나 자격증 취득을 위한 … [Read more...] about 한국 사회가 청년들을 ‘책 읽지 않게’ 만들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을 찾아: 결혼 파업, 여성의 고학력화와 가사노동 폭탄, 경력 단절이 만날 때
홍춘욱 박사의 『인구와 투자의 미래』에는 ‘저출산’의 원인을 추정할 수 있는 흥미로운 데이터가 나온다. 일부는 알고, 일부는 정확히 몰랐던 내용이다. 정치와 선거 공학에서는 반감의 동원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정책은 문제해결을 다루는 영역이다. ‘솔루션’이 중요하다. 솔루션을 마련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원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책과 사회과학이 만나는 지점이다. 그간 ‘저출산 문제’가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것은 원인 분석 자체가 매우 미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홍춘욱 박사 책에 … [Read more...] about 저출산의 원인을 찾아: 결혼 파업, 여성의 고학력화와 가사노동 폭탄, 경력 단절이 만날 때
워킹만 하는 여자의 미래
우리가 보는 현상엔 늘 이면이 있다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는 코미디언 송은이, 김숙의 경우도 그렇다. 각각 데뷔 23년 차, 21년 차인 이들의 제2전성기는 ‘방송국에서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서’라는 아이러니에서 시작한다. JTBC ‘썰전’에 나온 PD들이 이야기하듯, “남자들만의 의리가 케미스트리로 발산되는 예능의 특성상” 중견 여성 코미디언이 설 자리는 의외로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 여성의 현실도 만만치 않다. OECD 국가 29개국 중, 한국의 ‘유리천장지수’는 25점으로 단연 … [Read more...] about 워킹만 하는 여자의 미래
웃음기 거두고, 황교안이 삭발로 얻은 것
링컨 대통령은 원래 수염이 없었다. 그가 대선을 위해 여기저기 연설하러 다니던 시기만 하더라도 다른 정치인처럼 얼굴에 털이 없었다. 덕분에 그 깡마른 얼굴이 매우 부각됐는데, 움푹하게 들어간 눈, 뾰족한 코, 튀어나온 광대뼈, 깊게 팬 뺨, 튀어나온 턱 등 꽤 볼품이 없었다. 링컨의 외모는 자신도 인정할 만큼 촌스러웠다. 그런 그가 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건 지지자 중 한 소녀의 편지 때문이었다. 소녀는 밤의 램프 아래에서 링컨이 나온 신문 사진을 보다가 링컨의 얼굴에 생긴 그림자에 순간 … [Read more...] about 웃음기 거두고, 황교안이 삭발로 얻은 것
아빠들은 생율만 깎아놓고 생색을 냈다
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금방 바람이 차가워졌다. 그리고 다시 추석. 이번에는 유난히 빠르긴 하지만 하여간 날씨로만 보자면 완연히 추석이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추석이 벌써 네 번째지만 여전히 차례 준비가 빠진 추석은 영 명절 같은 느낌이 나지 않는다. 그냥 평소보다 조금 긴 주말 같달까. 종교나 집안에 따라 애초에 제사를 안 지내는 집도 많겠다만,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서 제사와 차례를 지내 온 내게는 명절이란 꼭 차례와 동의어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분명히 말하건대 내가 그걸 그리워한다는 뜻은 … [Read more...] about 아빠들은 생율만 깎아놓고 생색을 냈다
미프진, 안전하냐고요? 식약처는 ‘아직도’ 모른다고 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2018년 1월, 미프진(Mifegyne) 의약품의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식품의약안전처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바 있습니다. 미프진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미프진 의약품이 사용 불가능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청구였는데요, 식약처는 안전성 검토를 진행한 바 없다는 실망스러운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토는 해당 약품을 수입하려는 업자나 제조사가 안전성 검토를 … [Read more...] about 미프진, 안전하냐고요? 식약처는 ‘아직도’ 모른다고 합니다
복지 ‘사각지대’ 찾기는 대안이 아니다
탈북민 모자가 사망하고 나서야 다시 ‘행정’이 요란하다 보건복지부는 16일 17개 광역자치단체 복지국장 회의를 개최하고 이번 사건 가구와 유사한 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자를 발굴·지원하기 위한 긴급 실태조사를 각 광역자치단체에 요청했다. 실태조사 대상은 […] 복지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관리시스템’을 통해 입수되지 않는 재개발 임대주택 등 저소득층 거주 공동주택 월세, 관리비 장기체납(3개월 이상) 가구에 대해서도 함께 실태조사를 할 예정이다. 「복지부, '탈북민 모자 사망'에 … [Read more...] about 복지 ‘사각지대’ 찾기는 대안이 아니다
나의 죄와 조국의 죄
1. 존경하는 건설일용직 노동자 지인이 있다. 인생 굴곡이 평탄하지 않은 분이다.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지만, 50줄에 접어든 나이에 건설판 잡부로 살아간다. 한때 인생의 밑바닥에서 깊은 절망에 빠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주변에 밝은 에너지를 전파하는 페북 스타로 변신했다. 일용직 노동자로서 이분의 지론은 ‘살 만한 개천’이다. 비정규직도, 건설 일용직도 열패감을 느끼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한국 중산층의 이기적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도 분명하다. 상위 1%를 비판하며 … [Read more...] about 나의 죄와 조국의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