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는 정말 똑똑한 사람이었다. 강의도 인기 있었고, 미국 교수 특유의 거침없는 표현으로 (“It’s bitching!” “Hey, sister!”) 학부생, 대학원생들 사이에 인기가 있었다. 그렇게 말과 행동에 권위 있는 척하는 요소가 없었지만, 실력과 강의로 어느 교수보다 학생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는 그런 사람이었다. 젊고 진보적인 여성이었는데, 그를 단순히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게 오히려 그 사람의 진보성을 가두는 것으로 느껴질 만큼 저만큼 앞서 있던 사람이다. … [Read more...] about 더 많은 여성이 정치에 들어와야 하는 이유
시사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는 ‘They’
※ NPR의 「Merriam-Webster's 2019 Word Of The Year Is The Singular, Nonbinary 'They'」를 참고한 글입니다. 어느 오후, 당신이 자주 가는 카페. 늘 앉던 자리에 앉으려던 당신은 누군가 놓고 간 핸드폰을 발견합니다. 당신은 종업원에게, 아니면 (카페가 얼마나 큰지에 달렸지만) 카페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누가 핸드폰 놓고 갔나 봐요.”라고 외치겠죠. 이 말을 영어로는 어떻게 말할까요? 모든 표현이 … [Read more...] about 메리엄웹스터 사전이 뽑은 올해의 단어는 ‘They’
저출생 현상, 패닉하지 마세요
※ The Washington Post의 「Don’t panic over declining fertility rates — and don’t let anyone guilt you」를 번역한 글입니다. 미국의 상황에 기반 둔 기사라 한국의 실정과는 다소 다를 수 있으나, 결론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기에 싣습니다. 명절이 오면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정치 토론에서부터 아이는 언제 낳을 건지에 대한 추궁까지, 갖가지 어색한 대화들이 이어집니다. 아이를 (아직) 낳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명절 … [Read more...] about 저출생 현상, 패닉하지 마세요
가난하면서 관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가난하면서 관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어릴 때 나는 여유로워 보이는 이를 질투했고, 그 부러움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대강 덮었다. 취향이 없는 걸 들킬까 봐 다른 사람들이 쌓은 취향을 낭비라고 무시하려 애썼다. 그렇게 쌓인 신 포도에 걸려 자주 넘어졌다. 가난하면서 물욕이 없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가난한 이들은 소유한 것 자체가 별로 없어 계속해서 살 것이 남아있다. 무언가를 자주 사는 것 같은데도 자꾸만 살 것이 생긴다고 느끼는 이유는 애초에 산 것들의 질이 좋지 않아 사용 연한이 짧으므로 … [Read more...] about 가난하면서 관대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왜 학생들은 검은색 롱패딩만 입을까?
좀 전에 명지대 앞에 갔다가 길거리에 검은색 애벌레들이 잔뜩 넘쳐나는 걸 봤다.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학생들이 전부 다 검은색 롱패딩을 입었다. 모두가 똑같은 옷을 입는 몰개성이 갑갑해서 좀 다르게 입고 싶은 학생도 더러 있을 텐데, 혹시 그랬다간 왜 튀느냐고 한 소리 들으려나. 스스로 선택한 패션이라고 하더라도 참 한국은 불가사의함이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 근래 정시니 수시니로 말들이 많다. 뭐가 더 옳고 뭐가 더 그르다 하며 격론이 오간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모두 대학이라는 한 … [Read more...] about 왜 학생들은 검은색 롱패딩만 입을까?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하는 방법
※ Economist의 「How to talk about unspeakable things」를 번역한 글입니다. 예의를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 피해야 하는 대화 주제로 흔히 정치, 종교, 섹스를 꼽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대화를 반드시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죠. 성에 대한 대화, 특히 성적 악행에 대한 대화는 여전히 오해를 낳을 수 있는 말들과 완곡어법으로 포장돼 의도와 관계없이 해로운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일어난 사건은 언어의 힘을 잘 … [Read more...] about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 말하는 방법
카페베네가 망한 건 정부의 유통 규제 때문도 커피 맛 때문도 아니다
카페베네 기사를 쓴 중앙일보 귀인 세 명 때문에 타임라인에 여러 향수가 소환되었다. 보면서 사람의 기억은 참 그 저장 폭이 좁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카페베네 망한 게 유통 규제 때문? 해당 기사는 정부의 유통 규제를 비판하는 기사다. 주 내용은 지난 2012년 공정위 규제 때문에 가맹사업자들은 망하고 직영점포만 운영하는 스타벅스가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 전반적으로 나라의 유통 규제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력이 달리는데 성실함도 부족한 꼬꼬마 … [Read more...] about 카페베네가 망한 건 정부의 유통 규제 때문도 커피 맛 때문도 아니다
성공했지만 떠나간 자와 살아남은 자의 욕망
연예인 최진리 씨와 구하라 씨를 떠나보냈다. 나는 예전부터 우리나라의 '공장제 아이돌 산업'의 문제를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 사실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악은 아니다. 문제는 그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 일부를 차지하는 팬덤에 기반 둔 '아이돌 산업'의 육성 과정에 있다. 먼저 아이돌이란 말 그대로 '우상화 판타지'를 이용한다. 남녀를 떠나 '올바른 삶의 가치관을 가진 이'를 전제로 대중이 추구하는 바를 대리 만족해주는 '상(像)'을 연출하는 데 그 소구의 핵심이 담겨 있다. "섹시하되 … [Read more...] about 성공했지만 떠나간 자와 살아남은 자의 욕망
노동계층과 민주화: 민주화를 이끄는 집단은 어디인가?
※ The Washington Post에 오슬로 평화연구소와 오슬로대학의 연구진이 기고한 「What drives democracy?」를 번역한 글입니다.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를 포함한 세계 각지의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합니다. 어떤 이들은 교육 수준이 낮은 일부 노동자 계층의 구성원들이 민주주의의 백래시(반발) 세력이 되었다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스테레오타입에 따르면, 백래시 세력은 경제적 세계화와 이민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졌으며, 권위주의적 … [Read more...] about 노동계층과 민주화: 민주화를 이끄는 집단은 어디인가?
페미니즘을 알고 난 후 우리는 외롭지 않았다: ‘여자 공부하는 여자’
나와 남편은 아이를 가지려고 계획 중인데, 사실 나는 내심 두렵다. 결혼 후 4년간 우리의 가사 분배는 최적에 가까워졌다. 청결에 대한 기준이 달라 여전히 종종 부딪히지만 내가 출퇴근을 하고 프리랜서인 남편이 집에 있는 우리 집은 평등한 분배가 쉬운 편이었다. 특히 내가 요리로부터 물러나며 결정적으로 평화가 왔다. 이렇게 말하면 치사할까. 그 후로 나는 청소를 조금 더 한다고 쉽게 억울해하지 않는다. 성별에 따라 부과되는 역할을 조금씩 배반하면서 우리는 나름의 균형을 찾았다. 그러나 출산은 … [Read more...] about 페미니즘을 알고 난 후 우리는 외롭지 않았다: ‘여자 공부하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