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기사를 쓴 중앙일보 귀인 세 명 때문에 타임라인에 여러 향수가 소환되었다. 보면서 사람의 기억은 참 그 저장 폭이 좁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카페베네 망한 게 유통 규제 때문?
해당 기사는 정부의 유통 규제를 비판하는 기사다. 주 내용은 지난 2012년 공정위 규제 때문에 가맹사업자들은 망하고 직영점포만 운영하는 스타벅스가 시장을 장악했다는 것. 전반적으로 나라의 유통 규제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력이 달리는데 성실함도 부족한 꼬꼬마 기자들은 모르겠지만 공정위가 2012년 말 내놨던 커피전문점 신규 출점 제한 대상은 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연 매출 500억 원 이상, 가맹점 수 100개 이상인 커피 전문점에만 적용될뿐더러, 신규 출점 기준도 점포 간 거리 500미터였다. 이게 왜 500미터였냐면 당시 스타벅스 서울 매장 간 평균 거리가 476미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직영점을 봐준 게 아니고, 하도 가맹본사 갑질 논란이 시끄러우니 적어도 직영점 수준으로만 관리하라는 의미였다. 지금 사람들이 기억하는 바와 달리, 공정위의 이 방침은 나오자마자 진보 진영의 욕을 먹었는데 거리 제한 규제가 면제되는 조건들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이다.
- 일단 대형 쇼핑몰 입점 점포는 제외,
- 하루 유동인구 2만 명 넘는 상권에 있으면 제외,
- 철길이나 왕복 8차로로 구분된 상권은 또 제외,
- 3,000가구 이상 아파트 단지가 있는 곳에서는 먼저 들어와 있던 점포 허락을 받으면 규제에서 제외였다.
사실상 제약이 가능한 지역이 별로 없다. 현재 스타벅스가 대거 입점한 곳도 모두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 지역이라는 걸 상기해 보면 한국의 유통 규제 얘기하면서 2012년 공정위 신규 출점 제한을 거론하는 건 어떻게 봐도 말이 안 된다.
커피 맛도 맛이지만
사람들이 커피 맛 얘기를 많이 한다. 커피 맛 때문에 카페베네가 망했다는 것이다. 물론 카페베네 커피가 맛이 없긴 했다. 그러나 이 맛이 원래는 맛있다가 나중에 맛없어진 게 아니었다. 커피 맛은 카페베네 초기의 승승장구를 설명할 수 없다.
당시 카페베네 본사는 인테리어, 관리비 등의 항목으로 가맹점에 폭리를 뜯어내는 노하우를 거의 완성한 단계였다. 한 지역에 가맹점을 내려는 사람이 많으면 일단 하나를 내서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하게 하고, 그 과정이 일단락되면 그 집 옆에 새로운 가맹점을 넣어 또 인테리어비를 받는 방법을 썼다. 원래 점주야 말라죽든 말든 뭐.
커피 파는 거보다 이게 그들의 쏠쏠한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일관된 인테리어와 곳곳에 솟아나는 간판들, 가맹점에서 뜯어낸 돈으로 TV에 내보내는 로고 광고가 이들의 브랜드 파워를 지탱했다. 처음부터 커피가 맛없었지만 결국 700개가 넘는 가맹점을 낼 수 있었던 이유기도 하다.
카페베네 가맹점이 가파르게 증가하다가 2013년 초 급격히 증가세가 꺾였던 이유 역시 그때 이들이 무슨 폐급 원두를 들여와서 공급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때를 기점으로 이놈들이 했던 짓을 고발하는 여러 기사가 나오면서 카페베네 가맹점에 대한 예비 사장님들의 인식이 상당히 안 좋아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확히는 언론 기사에 ‘바퀴베네’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2012년 말부터다(나도 하나 썼다).
무엇보다 나의 충격은
사람들이 바퀴베네를 카페베네라고 부른다는 점인데… (먼 산) 역시 한심한 기자가 많은 사회에서는 나쁜 짓을 좀 해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원문: 김동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