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shington Post의 「Don’t panic over declining fertility rates — and don’t let anyone guilt you」를 번역한 글입니다. 미국의 상황에 기반 둔 기사라 한국의 실정과는 다소 다를 수 있으나, 결론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기에 싣습니다.
명절이 오면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정치 토론에서부터 아이는 언제 낳을 건지에 대한 추궁까지, 갖가지 어색한 대화들이 이어집니다. 아이를 (아직) 낳지 않았다는 죄책감이 명절 음식에 곁들이는 반찬인 양 접시에 올라옵니다.
하지만 친척 어른이 떨어지는 출생률과 너무 오래 기다리다 벌어질 수 있는 일들에 대한 통계를 들이밀기 시작하면, 이렇게 안심 시켜 드리세요. 이상적인 출생률과 실제 출생률 간의 차이는 실제로 그렇게 문제 될만한 수준이 아니며, 낮은 출생률에는 비용뿐 아니라 이익도 함께 딸려온다고 말이에요.
이상적인 가족의 크기가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는 유혹적입니다. 직관적이고 단순하니까요. 지난 10년간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크기”는 부부와 2–3명의 자녀 선에서 머물러왔습니다. 하지만 출생률은 점점 떨어져 1.73명을 기록해,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점점 커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런 종류의 논의에서는 개인(주로 여성)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족 규모와 개인적으로 낳고 싶은 자녀의 수가 당연히 동일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쓰임을 가지기에 이런 “이상”은 너무 모호합니다.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어도 막연히 자녀가 2명인 가정을 이상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죠. 그것보다는 스스로 몇 명의 자녀를 갖고 싶은지를 물어보는 것, 나아가 단기적으로 자녀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를 묻는 것이 훨씬 유용한 자료가 될 겁니다.
물론 원하는 만큼 아이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40대 여성 중에도 여전히 자녀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요. 불임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나이를 먹어서 아이를 낳게 될수록, 임신 가능성이나 출산까지 이를 가능성도 낮아지게 됩니다.
이런 대화에서 또 하나의 지배적인 전제는 “상충되는 선호”, 즉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다른 활동이나 행동, 지위와 같이 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현 상황에서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쇼핑 및 외식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으른 밀레니얼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고, 가족을 이루는 것보다 다른 목표를 앞에 두는 개인, 특히 여성은 이기적이고 자아도취적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잘못된 전제입니다. 미국의 낮은 출생률이 축하할 만한 일인 이유를 가리기도 합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의도치 않은 높은 출생률의 나라였습니다. 사람들은 원하는 것보다 일찍, 또는 전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아이를 낳았죠. 최근 들어서야 그처럼 원치 않거나, 계획에 없던 출산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죠. 사람들은 아이를 원하지만, 상황이 되었을 때 낳기를 원합니다. 즉 교육을 마치고, 경제적인 안정과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이루었을 때 아이를 낳기를 원하죠.
개인적으로 중요시하는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은 아이를 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자신의 재생산 행위를 더 주도적으로 관리해 준비되었을 때 아이를 낳게 된 것이 엄청난 성취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는 개인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나 사회 전체에도 도움이 되는 현상이죠.
미국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저출생 현상은 “아기의 종말”이 아닙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준비가 될 때까지 아이 갖기를 미룬다는 의미입니다. 합계출산률(total fertiliy rate)과 같은 흔히 쓰이는 지표로는 이 같은 현상을 잘 잡아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 없이 평생을 지내는 사람이 오히려 줄어들고, 대다수가 가임기 중에 약 2명의 아이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찾아볼 수 있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른 목표들 때문에 출산을 미루는 사람들이 늦게 아이를 갖는 것이 앞으로 더 쉬워질 수도 있고요.
사람들이 원하는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면 인구 감소에 대한 패닉을 자극해 출생률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보다는 출산과 양육을 교육 및 노동과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합니다. 현재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걸림돌이 되는 문제, 즉 학자금, 높은 부동산 가격, 비싼 의료보험제도, 만연한 소득 불평등 등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니 명절 식사 자리에서 친척이 아이는 언제 낳을 건지, 둘째는 언제 가질 계획인지를 물어오면 화살을 돌리세요. 미국 경제의 구조조정을 위해 무슨 일을 하실 계획인지를 물어보세요.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