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는 향토음식의 중요한 변곡점을 1980년 국풍 행사로 보고 있다. 그 이전까지 서울─지역 간 음식 이동은 인구 이동을 따라 활발히 진행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지역성있는 외식 상품'의 형태로 포장되는 경향은 약했는데, 국풍 행사 이후로 소위 '향토음식'이라는 이름으로 각 지역별 대표 음식을 상품화했다는 맥락이다. 국풍행사 자체의 의의도 있지만, 80년대 중후반 외식 산업의 성장과 맞아떨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외식업이 규모가 커지면서 음식의 발굴, 마케팅 등에 있어 … [Read more...] about 듬북국, 도리뱅뱅이, 어죽, 몸국… 마지막 향토음식들
문화
인터넷 시대,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들
제가 만든 SF 모임으로 '조이SF'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게시판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사람들이 찾는 곳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입니다. 온갖 종류의 질문이 들어오는데 질문 그 자체보다도 답변 쪽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눈길이 가는 장소이지요. 저자신도 이곳에서 여러 가지를 보고 느끼곤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가끔 '왜 이런 걸 물어보지?' 싶은 질문도 있습니다. 뭐라고 할까. 몰라서, 알고 싶어서 물어보았다기보다는 그냥 생각하지 않고서 묻는 게 아닌가 느껴지는 … [Read more...] about 인터넷 시대, 생각하는 법을 잃어버린 사람들
요술공주 밍키의 충격적인 진실, 실상은 이랬습니다.
직썰에서 <요술공주 밍키(마법의 프린세스 밍키 모모)>에 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요술공주 밍키(마법의 프린세스 밍키 모모)가 스폰서의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으로 제작진들이 분노한 나머지 핵전쟁으로 끝나는 결말을 만들려 했다. 스폰서가 이를 알고 당황하여 지원을 재개했지만, 화를 풀지 못한 제작진은 밍키가 교통사고로 죽는 결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나면 안 된다는 학부모의 항의로 재개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제가 알고 … [Read more...] about 요술공주 밍키의 충격적인 진실, 실상은 이랬습니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이 2016년 맞닥뜨린 문제
브라질 리우 카니발의 역사 인류에게 있어서 축제는 광범위한 종교현상이고 상징적인 연행행위였습니다. 지금은 축제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지만 과거의 신분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진 자들은 가진 자들만의 고급스러운 축제를 즐겼고, 노예들은 노예들만의 축제를 즐겼습니다. 신분의 차별 속에서 축제를 맞이하는 상징성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노예들에게 있어서 축제는 '기쁨의 분출'이기보다는 '힘든 현실의 망각'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여전히 축제의 상징성은 이어져 오고 있지만 … [Read more...] about 브라질 리우 카니발이 2016년 맞닥뜨린 문제
“데드풀” n차 찍는 분들을 위한 복습 안내서
※ 경고: 이 글은 영화 <데드풀>을 1회 이상 관람하신 분들의 반복 관람을 위한 글입니다.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를 매우 많이 포함하고 있으니 아직 관람하지 않으신 분들은 절대 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1. 어드벤쳐타임 – 데드풀이 차는 시계죠. 병맛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작품입니다. 작가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러운 애니예요. 2. 고양이 모래 박스 – 윌슨이 제레미 가렛(피자 보이)를 혼내주러 갔다가 그 집 화장실에서 큰일을 … [Read more...] about “데드풀” n차 찍는 분들을 위한 복습 안내서
반듯해야 끌린다, 2015년의 남자배우 : 강하늘, 박보검, 임시완
시대마다 배우의 얼굴은 달랐다. 조각 같은 꽃미남이 대세인 시절이 있었고, 마초적인 근육남이 잘 나가던 때도 있었다. 다정한 남자가 인기이던 때가 있었고, ‘츤데레’ 스타일이 호감형으로 보이던 때도 있었다. 지금 떠오르고 있는 남자 배우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얼굴이 사랑받고 있다. 팔레트의 색깔에 비유하면 흰색 같은 얼굴이다. 흰색은 다른 색깔이 묻으면 그 영험한 느낌이 금세 사라지지만, 오롯이 남으면 독야청청 빛난다. 성형으로 비슷해진 얼굴, 조각처럼 … [Read more...] about 반듯해야 끌린다, 2015년의 남자배우 : 강하늘, 박보검, 임시완
1의 위험성: 바나나의 멸종을 앞두고
바나나가 지구 상에서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인류가 먹는 주식에서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디저트 시장에서는 큰 혼란이 올 것입니다. 당장 바나나 주스와 스무디를 마실 수 없게 될 것이고 케이크나 빵, 파이와 같은 디저트 레시피도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아울러 바나나를 통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도 혼란을, 편의점 판매순위 1위를 다투는 바나나 우유도 혼돈에 빠질 것입니다. 바나나를 디저트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바나나가 매우 비싼 과일이었기 때문입니다. … [Read more...] about 1의 위험성: 바나나의 멸종을 앞두고
자유시간이 늘어나면 더 행복해질까?
※ 이 글은 뉴욕타임스의 “You Don’t Need More Free Time“을 번역한 글입니다. 미국인은 서구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편에 속합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 결과, 미국인들은 자신들이 겪는 문제가 그저 ‘양(quantity)’의 문제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즉, 우리에게 자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만약 일주일에 몇 시간 만이라도 덜 일할 수 있다면, 난 좀 더 행복할 … [Read more...] about 자유시간이 늘어나면 더 행복해질까?
‘섹스 로봇’에 대한 단상: 사랑의 의미를 떠올리다
"그렇게 느낌 안에서 우리는 만난다. 서로 사랑하는 이들만이 이 느낌의 공동체를 구성할 수 있다.” 이런 사랑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나는 너를 사랑한다. (…) 그러나 나는 네가 커피 향을 맡을 때 너를 천천히 물들이는 그 느낌을 모르고, 네가 좋아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네 귀에 가닿을 때의 그 느낌을 모른다. 너의 가장 깊은 곳에서의 울림을 내가 모른다면 나는 너의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 답을 찾으려 애쓰지는 말자. 이런 종류의 질문이 신파극에서나 들을 수 있는 진부한 … [Read more...] about ‘섹스 로봇’에 대한 단상: 사랑의 의미를 떠올리다
며느리가 되지 않으려는 자, 그 불편함을 견뎌라
정말 여러가지 마음이 한번에 든다. 좋은 시부모님께 "평범한 며느리"로서 마음에 들고 싶은 마음, 근데 내 남친은 특별히 아무 것도 안해도 이미 "평범한 사위"가 되는 것에 대한 분노, 시부모님의 기대가 내 입장에서는 부당하지만 당신들 입장에서는 아니라는 것에 대한 이해. 하지만 그 모든 이해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로 살고 싶지 않고, 그럴 수 없는 나를 안다. 이 불편함들이 내가 … [Read more...] about 며느리가 되지 않으려는 자, 그 불편함을 견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