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 카니발의 역사
인류에게 있어서 축제는 광범위한 종교현상이고 상징적인 연행행위였습니다. 지금은 축제가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지만 과거의 신분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가진 자들은 가진 자들만의 고급스러운 축제를 즐겼고, 노예들은 노예들만의 축제를 즐겼습니다. 신분의 차별 속에서 축제를 맞이하는 상징성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노예들에게 있어서 축제는 ‘기쁨의 분출’이기보다는 ‘힘든 현실의 망각’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여전히 축제의 상징성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변질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축제는 종교현상에서 문화현상으로 바뀌고 있고, 축제 하나에도 경제적 이익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때론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가 되고, 때론 힘든 현실을 잊게 해주는 축제의 의미마저도 ‘돈’으로 바뀌어 가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축제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는 수많은 축제가 있습니다. 조금씩 해석의 차이가 있지만 사람들은 세계 3대 축제를 다음과 같이 꼽습니다.
- 브라질 리우 카니발
- 독일 옥토버페스트(맥주 축제)
- 일본 삿포로 눈 축제
가면 축제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나 토마토 축제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뭔 소리냐고 그럴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3대 축제입니다.
우리가 브라질 카니발을 생각하면 리우데자네이루(리우)에서만 열린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전국에서 진행됩니다. 브라질 카니발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리우데자네이루와 상파울루, 사우바도르, 헤시피, 올린다 이렇게 5곳인데 아무래도 리우가 ‘삼바의 본고장’이다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리우는 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고 지금도 문화예술과 상업의 중심지인 데다가 세계 3대 미항으로 알려졌으니 리우 카니발은 가장 각광을 받습니다.
삼바는 브라질의 전통춤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삼바는 아프리카 흑인들의 리듬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삼바가 브라질을 상징하게 된 것은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브라질로 오면서입니다. 참 슬픈 역사이지만 리우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팔려와서 죽음의 위기를 배에서 겪으며 도착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에 온 흑인들은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면서 고향을 떠난 아픔과 현실의 고통을 잊었고 이 삼바는 브라질 전체로 퍼지면서 지금의 영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런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삼바를 리우 시는 퍼레이드를 겸한 콘테스트로 고안을 했고, 이것이 점점 카니발과 결합하면서 지금의 축제가 되었습니다. 고통이 서려있는 축제. 참 아이러니한 부분입니다. 브라질 사람들에게 리우 카니발은 ‘힘든 일상생활의 단절’이라는 상징성을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6년, 리우 카니발이 직면한 문제
브라질 리우 카니발의 경제적 효과는 어마어마합니다.
- 축제 기간 중 680만 명의 관광객이 브라질 방문
- 전 세계 약 20억 인구가 퍼레이드 시청
- 카니발과 관련하여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회전
- 약 25억 달러의 경제적 파급효과
- 카니발과 관련한 개인 창업으로 약 33,000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
- 호텔과 레스토랑 등은 1년 중 최고의 성수기
- 광고분야도 최대 특수
가히 세계 3대 축제 같은 엄청난 파급력입니다. 브라질 카니발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역사와 전통, 브라질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성, 춤이라는 문화적 보편성과 개방성까지 더해져서 인류 최고의 축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2016년의 카니발은 여러 가지 문제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현재 브라질은 최악의 경제 상황입니다. 안 그래도 허덕이던 브라질 경제는 저유가 충격까지 더해져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자금 조달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듭니다. 이로 인해 카니발에 대한 지방정부의 지원도 당연히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브라질의 5500여 개 도시 가운데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도시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64.9%가 카니발 축제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이유는 돈이 없다는 것. 쉽게 이야기해서 카니발 축제에 돈을 지원하느니 보건과 교육,치안과 같은 주민생활 관련 사업에 지원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경제가 호황일 때에도 지방정부의 지원이 빵빵하게 이뤄졌던 것은 아닙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브라질 카니발은 ‘자발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는 안전을 최우선시하고 질서를 유지하는데 더 힘썼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경제가 엉망이다 보니 이를 진행할 지방정부의 열정이 많이 죽어있는 상태이며, 브라질 국민들의 흥도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원인은 ‘지카 바이러스’입니다. 신생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서 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카 바이러스의 전파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이집트 숲 모기’를 통해서 전파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미 브라질은 지난해 10월부터 지카 바이러스가 창궐한 나라이고 소두증 의심 사례 3,670건, 확진 사례는 404건이 보고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브라질 카니발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더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어있는 상황입니다. 특히나 브라질 카니발은 노출이 많은 축제입니다. 지카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모기들에게는 아주 천국이죠. 이 때문에 올해 브라질 카니발은 예전만 못한 축제가 될 것이 확실한 상황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지카 바이러스는 한 회사가 야심 차게 내놓은 자동차 이름도 바꾸게 할 정도로 그 위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인도의 국민 자동차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타타 자동차. 이미 신차 ‘나노’의 실패를 극복하고자 많은 투자 비용을 들여서 신차를 내놓았는데 그 자동차의 이름이 공교롭게도 ‘지카(Zica)’. 당연히 타타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신차의 이름이 지카 바이러스를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Zica = Zippy(아주 빠르다) + Car(자동차). 타타 입장에서는 고민하고 고민해서 만든 이름인데 참 운이 없게도 지카 바이러스와 이름이 동일하게 되어 결국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타타에게 있어서 신차 ‘지카’는 야심작이자 기업의 재도약을 위한 무기였습니다. 타타는 2008년 영국의 고급차 브랜드인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하면서 최대시장인 중국을 공략하려고 했지만, 중국의 수요 둔화로 인해서 많은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에 타타는 내수시장인 인도에서 승부를 걸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만든 것이 신차 지카.
타타 입장에서는 지카 이름을 바꾸는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냥 이름만 하나 바꾸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엄청난 돈을 써서 홍보하였고, 광고모델로 축구선수 메시를 발탁하였으며 이미 언론인 시승 행사도 마쳤습니다. 게다가 생산까지 하고 있는 자동차라 이미 생산한 자동차의 이름도 다 바꿔야 하고 수출 대상국에도 새롭게 상표 등록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카 바이러스의 확산때문에 더 큰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신차 이름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한 회사의 자동차 이름을 바꾸는 상황에서 직접 모기에 물려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브라질 카니발. 당연히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상징성이나 경제적 효과, 파급력에서 세계 최고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브라질 카니발. 하지만 이런 축제도 질병의 두려움 앞에서는 한없이 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나약함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질병이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며 그 질병으로 인해 인간의 생활과 삶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전염병을 막기 위한 신약의 개발도 ‘자본의 논리’로 좌우되는 부분은 생략하더라도.
원문: 뻔뻔한 지성들의 르네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