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역사를 살펴볼 때 가장 어려운 것은 대다수 역사가 한 시대, 한 장소, 한 사건에 초점을 맞추어 소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류는 사회적인 동물이며 서로 간에 수없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같은 시기에 일어난 수많은 사건, 한편으로는 전후에 일어난 수많은 일들, 그리고 지리적 조건이나 날씨, 기후, 여기에 과학적인 요인을 비롯한 무수한 것들이 연결될 수 있음에도 기존의 ‘역사’는 그러한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역사를 보다 보면 한 개인의 노력이나 선택, 또는 운에 의해서 그냥 흘러간 것처럼 보이곤 하며, 인류 전체의 역사를 한눈에 조망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습니다. 역사가 수많은 파편, 그리고 신의 선택을 받은 일개인의 운명처럼 받아들여지면서 내가 속한 인류의 역사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죠.
그러한 점에 대해서 최근에 ‘빅 히스토리’라는 경향이 등장합니다. 빅 히스토리는 한 개인이 아니라 인류와 사회 전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과학적인 관점에서 문명의 변화와 흐름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역사와 관련한 다큐멘터리에서도 이처럼 빅 히스토리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작품이 꽤 많습니다. 아래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인류 문명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 작품은 모두 ‘히스토리 채널’의 다큐멘터리입니다.
1. 빅 히스토리(BIG HISTORY)
총 17화. 제목 그대로 인류 문명의 발전사를 종합적으로 살펴본 다큐멘터리. 물이나 금, 육식(소), 말처럼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준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과학적인 특성을 바탕으로 해석하여 소개함으로써 우리 인류의 역사가 단순히 개인의 역사가 아닌 ‘인류’라는 존재의 역사임을 잘 느끼게 해 줍니다.
각화 23분으로 짧지만, 17화는 1시간 30분 정도의 스페셜판 ‘모든 것의 빅 히스토리(The Big History of All)’로 이 편 하나만으로도 인류 문명의 흐름을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히스토리 채널만이 아니라 사이언스 TV에서도 종종 소개하는 명작입니다.
2. 인류 역사의 해독(Mankind Decoded)
총 12화 각화 22분.
“시간을 따라 인류의 발자취를 짚어보면 일정한 양상이 드러난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서도 그렇다. 각각의 양상은 놀라운 방법으로 우리 역사를 형성한다. 그런 양상을 만들어낸 동력을 인지함으로써 인류의 비밀을 풀어낼 수 있다.”
위 나레이션 내용 그대로의 다큐멘터리. 인류 문명을 끌어낸 원동력들을 소개하면서 현재의 인류 문명이 어떻게 구성되어왔는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불가능의 건축(Building Earth)’편에서는 고대의 스톤헨지를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는 건축의 역사가 어떤 양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간단히 정리하고 있습니다.
3. 인류 : 우리 모두의 이야기(Mankind Story of all us)
총 6화. 각화 1시간 20분(각화는 2편으로 구성).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총 6단계로 나누어 정리한 작품. 다 합치면 8시간 정도에 불과하지만, 인류의 문명과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으며, 어느 시점에서 어떤 사건들이 세상에 영향을 미쳤는지 한눈에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가장 권할 수 있는 명작이죠.
위에 소개한 세 작품의 특징은 각각의 설명에 해당하는 다양한 영상을 함께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각 시대, 장소에 맞는 무수한 영상들은 오랜 기간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히스토리 채널이기 때문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이며, 수많은 전문가의 보충 설명으로 각 상황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잘 정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히스토리 채널이 지나치게 오컬트와 리얼리티만 다루고 있지만,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면 히스토리 채널의 강점이 잘 드러납니다. 인류 문명의 규모와 길이를 생각할 때 매우 짧고 빠르게 중요한 부분만을 잘 짚어줌으로써 한편 한편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죠. 늘어지는 부분이나 불필요한 부분을 거의 찾을 수 없으니까요. 무엇보다도 기존의 인물이나 사건에 초점을 맞춘 역사 다큐와는 달리 ‘인류의 역사’로서 바라보는 관점도 신선하고 참신합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아니 역사나 문명의 발전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한 번이라도 가져본 적이 있다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원문: 표도기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