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에서 <요술공주 밍키(마법의 프린세스 밍키 모모)>에 대한 글이 올라왔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요술공주 밍키(마법의 프린세스 밍키 모모)가 스폰서의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으로 제작진들이 분노한 나머지 핵전쟁으로 끝나는 결말을 만들려 했다. 스폰서가 이를 알고 당황하여 지원을 재개했지만, 화를 풀지 못한 제작진은 밍키가 교통사고로 죽는 결말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렇게 끝나면 안 된다는 학부모의 항의로 재개했다.”
이는 부분적으로는 사실이지만,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꽤 다릅니다.
‘<요술공주 밍키>의 진실’에 대한 진실
우선, <요술공주 밍키>가 스폰서의 지원 중단으로 갑작스럽게 끝날 뻔 한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본래 결말과는 달리 밍키가 교통사고로 죽는 내용이 되어 버린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결말은 제작진들이 스폰서에게 분풀이를 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작품이 갑작스럽게 끝나게 된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어떻게든 결말을 제대로 내고 싶었던 제작진의 궁여지책이었습니다.
제작진이 지원 중단에 화를 낸건 맞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애착을 갖고 제작한 작품을 단지 스폰서에게 열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막장으로 끝낼 수 있을까요? (참고로 당시 제작진들의 마음을 남긴 에세이가 나왔다고 하는데, 여기에는 이 작품에 대한 그들의 애착과 안타까운 마음이 넘쳐 흐른다고 합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후반부로 가면서 꿈과 희망을 방해하는 악몽과 같은 존재가 등장하고, 밍키는 이에 맞서 싸울 예정이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진행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거죠. 그래서 제작진들은 내용을 급거 변경하게 됩니다. 그래서 꿈과 희망을 되살리기는 힘들다는 상황을 부각하고 마법의 힘을 잃은 밍키가 죽어서 인간의 아이로 되살아난다는, 그래서 인간으로서 꿈과 희망을 품고 살아난다는 이야기로 막을 내리기로 합니다.
이렇게 제작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스폰서의 지원이 재개됩니다. 스폰서가 지원을 지속한 것은 충격적인 결말에 당황했기 때문이 아니라(스폰서로서는 지원을 중단한 작품이 어떻게 끝나건 상관없었습니다.) 별도 기획의 상품을 밍키를 통해서 소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제 와서 내용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제작사 쪽에서는 이중으로 뒤통수를 맞는 격이지만, 그래도 애착 있는 작품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습니다. 물론 경제적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결국, 밍키가 죽고 인간으로 부활하는 것은 그대로 두고, 꿈속을 무대로 또 다른 파트너인 공룡 ‘카지라’가 등장하여 악몽과 싸우는 이야기로 만들게 됩니다.
앞서 말했듯, 꿈과 희망을 가로막는 악몽과의 싸움은 본래의 콘셉트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내용은 어린 밍키의 꿈이었지만, 제작진으로서는 이렇게라도 본래의 의도를 살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밍키가 재개된 것은 학부모의 항의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바다의 트리톤>을 시작으로 <전설거인 이데온>, <윈다리아>처럼 충격적인 결말의 애니메이션이 적지 않았고, 그래서 밍키의 ‘사고사’에 대해서도 항의는 거의 전무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왜 밍키의 결말에 항의가 없었나요?’라는 질문이 이제 와서 나올 정도입니다.
갑작스러운 중단과 재개는 스폰서의 결정 때문이었지만, 동시에 자신들이 아끼는 작품을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으로 만들고 싶은 제작자의 열의가 엮인 것이기도 합니다. 제작자들은 이 작품에 애착이 있었으며, 그래서 TV와는 별도로 OVA를 3편이나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밍키는 어린이들과 애니메이션 팬들의 ‘꿈’이었다
한편, 윗글을 쓰신 분은 요술공주 밍키를 아이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일본에서 밍키의 인기는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밍키는 “어른이 되면 뭐든 할 수 있겠지….”라는 아이들의 희망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별로였던 밍키가 40화째에 들어 10% 정도의 시청률을 보이게 된 것은 <바다의 트리톤>과 <우주 전함 야마토>를 시작으로 <기동전사 건담>과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를 거쳐 성장한 애니메이션 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변신 장면 때문에 봤다.’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고작 그 한 컷 때문에 볼 정도로 당시 애니메이션 팬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들이 밍키에 빠져든 것은, 변신 미소녀라는 캐릭터를 내세우고 개그 스타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어둡고 현실적인 이야기와 연출을 갖추고 있으며, 완성도 높은 작화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변신 장난감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비싼 비디오나 레이저디스크를 구매하며 밍키에 열광했고,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후에 나온 변신 미소녀 물이 연출이나 구성 등에서 밍키의 영향을 받은 것은 바로 그 때문이기도 합니다. (라이벌 작품이라고 할만한 스튜디오 삐에로의 마법소녀 시리즈도 그랬지만, 싸우는 미소녀의 대표작인 <세일러문> 같은 작품 역시 밍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밍키는 가공의 꿈과 희망보다는 현실에서의 바람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이것은 작품 전반에서 보여지는 내용이며, 이러한 경향은 1992년에 재개된 두번째 작품(마린나사에서 온 밍키라서 ‘바다 밍키’라고 부릅니다.)에서도 계속됩니다. 이쪽은 1980년대의 밍키(일명 <하늘 밍키>)보다도 훨씬 현실적이고 더 어둡죠. 연출 자체는 1980년대판보다 개그스럽지만.
1990년대는 “어른이 되어도 뭐든지 할 수 있는게 아니야.”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에, 여기서의 밍키는 전보다도 더 실패합니다. 무엇보다도 ‘성공했다.’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지도 않았죠. 전작의 <하늘 밍키>가 인간으로서 자라난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마법의 힘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어린데도 굴뚝 청소부로 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뭔가를 이루겠다는 마음은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말은 마찬가지로 현실의 안타까운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전작의 엄마, 아빠와 달리, 이 작품의 아빠와 엄마는 불치병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고 밍키는 그 두 사람의 꿈에 불과한 존재였습니다. 꿈의 에너지가 부족해서 꿈의 나라 그 자체가 사라져 버릴 수도 있는 상황에서 마린 나사마저도 우주로 떠나버리려 하지만, 밍키는 아빠와 엄마의 꿈을 위해 지상에 남기로 합니다. 꿈을 꾸는 사람은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으면서…
밍키 시리즈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 내면에는 꿈과 현실이라는 주제에 대한 깊은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작자들이 작품에 애착을 갖고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물입니다. 만일 제작자들이 단순히 스폰서의 지원만 생각하고 만들었다면, 결코 그런 작품이 될 수는 없었겠지요.
윗글은 그러한 제작자들의 노력과 마음을 무시하고 있는 듯해서 아쉽습니다.
원문: 표도기의 타임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