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한 클리닉에서 저는 기다리던 젊은 여성을 만났습니다. 온몸에 새와 별 모양의 문신을 새긴 그녀는 환하게 웃으면서 저를 껴안고는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저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남자친구는 어쩐 일인지 저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고, 대기실에서 기다린 5시간 동안 계속 제 눈을 피했습니다. 처음에는 수치심 때문일 거라 짐작했지만, 곧 저는 그의 민머리와 목, 팔뚝과 손에 새겨진 백인우월주의 문신을 발견했습니다. 흑인 여성인 저는 겁이 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에게 가졌던 유대감이 사라진 … [Read more...] about 낙태 논쟁에서 빠져있는 것, 바로 경험자들의 목소리입니다
문화
‘언니의 폐경’은 희망 그 자체다: 모든 사람은 김훈보다는 글을 잘 쓴다
푸하하하… 김훈의 「언니의 폐경」을 읽다가 처음엔 멍했는데 나중엔 너무 웃어서 호흡 곤란이 왔다. 이런 거지발싸개보다도 못한 글이 황순원 문학상까지 받았다니… 희대의 코미디다. 김훈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게으르다는 데 있다. 무식한 건 두 번째다. 네이버 검색창에 생리대만 쳐 봤어도 저런 개소리를 못 할 텐데. 아니, 팬티를 자르면 도대체 생리대를 어디다 붙이냐고요. 생리대 착용 방법은 여기저기 아주 쉽게 나와 있잖아! 수많은 블로거들이 친절하게 사진까지 찍어서 포스팅을 올려놓았는데 … [Read more...] about ‘언니의 폐경’은 희망 그 자체다: 모든 사람은 김훈보다는 글을 잘 쓴다
[약스포 주의]에이리언 커버넌트: 전작들을 모두 지워버린 속편
5년 만에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으로 <에이리언: 커버넌트>(이하 커버넌트)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는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을 버리고 에이리언(1)이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전작과의 연계를 버리고 <에이리언>으로 연결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러한 의도를 생각하더라도 영화의 설정은 상당히 당황스럽다. 전작에서 마지막 대사(나레이션)를 쇼 박사가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너무나 급작스럽게 방향을 전환해버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 [Read more...] about [약스포 주의]에이리언 커버넌트: 전작들을 모두 지워버린 속편
달이 너무 밝으면 별도 은하수도 빛을 잃는다
1. 우포늪 그믐날 밤 산책 밤길을 걸었다. 우포늪에서였다. 우포늪 어떤 부분은 밤이 되면 칠흑같이 깜깜하다. 사람 불빛이 사방 어디에서도 새어나지 않는다. 5월 25일, 그믐날이었다. 날씨는 아침부터 청명해서 그야말로 구름 한 점 없었다. 술판을 접고 산책을 나선 것은 밤 10시 30분 즈음이었다. 벌레들 소리가 요란했고 나무들 바람에 쓸리는 소리가 들려왔으며 풀냄새가 짙었다. 7,000원을 주고 장만한 손전등은 조그마했다. 필요할 때만 최소 범위에서 밝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 [Read more...] about 달이 너무 밝으면 별도 은하수도 빛을 잃는다
한창기, ‘뿌리깊은 나무’의 삶과 생각
얼마 전 쓴 글에서 밝혔듯 나는 요즘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직접 가보는 대신 인터넷을 통해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방식으로 전시의 일부나마 더듬거리며 들여다보고 있다. 필요하면 아이에게 부탁하여 현장에서 판매하는 자료집이나 전단을 대신 구해달라고 하기도 한다.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4월 1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사)남도전통문화연구소의 한창기 20주기 추모 전시회 《뿌리깊은 나무의 미래》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서울로 가는 대신 아이에게 그 전시회에 가 보라고 했고, 아이는 5월 초 … [Read more...] about 한창기, ‘뿌리깊은 나무’의 삶과 생각
“에이리언: 커버넌트” 열광하거나 실망하거나
"평가의 범주를 넘어섰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 철학자다." "<프로메테우스>의 세계관은 사라지고 진부함만 남았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에이리언: 커버넌트>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극과 극으로 갈린다. 보통 평이 갈릴 땐 평론가와 관객 사이에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엔 전적으로 호불호의 차이다. 이 영화의 서사구조가 어느 정도 미흡하다는 것은 다들 인정한다. 별다른 사연 없이 등장해 희생되는 등장인물들은 소모적이고, 마지막 반전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 [Read more...] about “에이리언: 커버넌트” 열광하거나 실망하거나
이슬람의 명예살인: 사우디아라비아 미샤 공주의 죽음
여성 인권 탄압의 대표적인 예로 이슬람의 명예살인이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공주인 미샤 공주는 남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이 명예살인을 당했습니다. 나중에 영국의 한 TV에서 이 러브스토리를 다루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문제에 발끈하며 무역보복까지 했었습니다. 열아홉의 나이에 총살당한 미샤 공주의 이야기를 알려 드립니다. [글의 순서] 이슬람의 명예살인 미샤 공주의 러브스토리 미샤 공주와 드라마 이슬람의 명예살인 이슬람에는 '명예살인'이라는 … [Read more...] about 이슬람의 명예살인: 사우디아라비아 미샤 공주의 죽음
성심당은 어떻게 동네 빵집을 넘어 지역 경제를 이끄는 로컬 기업이 됐을까?
SBS 19대 대통령 선거 개표 방송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전의 투표율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이곳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가게 앞에 줄을 서 있는 장면이었는데요. 바로 ‘성심당’입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장소 또는 사건으로 꾸몄던 SBS의 지역별 배경 애니메이션에서 대전 지역의 대표 장소는 당당하게 성심당이 차지했습니다. 특정 상점이 지역 전체를 대표한 장면은 대전의 성심당이 유일했습니다. 성심당은 대전을 대표하는 60년 전통의 빵집입니다. 1955년 창업주 고 … [Read more...] about 성심당은 어떻게 동네 빵집을 넘어 지역 경제를 이끄는 로컬 기업이 됐을까?
[스포 주의] “겟 아웃”, 인종 문제를 영리하게 이식한 호러
나이 많은 백인들이 고급 승용차를 타고 몰려오더니 파티를 연다. 그들의 관심사는 딱 하나, 새로 온 젊은 흑인 남성 크리스(다니엘 칼루유야)다. 백인들이 많은 곳이 불편한 크리스는 적응이 되지 않아 겉돈다. 사진가인 그는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파티에 온 흑인 남성과 마주친다. 나잇대도 비슷해 보여 말을 걸지만, 그는 자신에게 동질감을 느꼈다는 크리스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크리스는 몰래 그의 사진을 찍으려다가 플래쉬를 터뜨린다. 그러자 흑인 남자는 코피를 흘리며 … [Read more...] about [스포 주의] “겟 아웃”, 인종 문제를 영리하게 이식한 호러
페미니즘의 문턱을 낮춰준 책 3권
‘인생은 ㅇㅇ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다’라는 표현, 종종 들어보셨죠. 사람마다 자기 인생에 영향을 준 책이나 영화, 노래가 하나쯤은 있기 때문이라 생각되는데요, 오늘 소개하는 책 3권이 작지만 제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대한 저의 시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적었습니다. 책을 읽고 제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8시간이 걸렸습니다. 페미니즘, 어렵다 저는 여자가 아닙니다. 페미니즘? 어려웠습니다. SNS를 통해 여성 혐오, 성차별 관련 기사나 … [Read more...] about 페미니즘의 문턱을 낮춰준 책 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