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이름은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피비는 부모님으로부터 천부적인 미적 감각을 물려받았다. 아버지는 토지 표면의 형태, 고도, 면적, 위치 등을 측정하는 측량사였고, 어머니는 미술품 거래상이자 가수들의 앨범 표지를 디자인해주는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아버지의 꼼꼼함과 어머니의 섬세함을 가졌던 그는 14살이 되던 해에 재봉틀로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다. 10대 소녀가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옷의 완성도가 … [Read more...] about 흔들리지 않는 믿음: 피비 파일로의 패션 철학
문화
직장인에게 은퇴란 어떤 의미일까
직장인에게 은퇴, 노후란 어떤 의미일까? 주위를 둘러보면 대개 40대 중반부터 서서히 은퇴를 고민하는 눈치다. 40대 초반인 나의 경우 아직까지는 은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노후는 더더욱 먼 얘기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 많은 글을 썼지만 은퇴에 관해서는 단 한 번도 쓴 적이 없다. 그러다 최근 브런치에 글을 쓴 지 1주년이 되어 구독자가 원하는 주제로 글을 발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첫 신청 주제가 다름 아닌 은퇴와 노후 전략이었다. 그렇게 해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 [Read more...] about 직장인에게 은퇴란 어떤 의미일까
착하다는 말, 어떻게 쓰고 있어?
우리가 쉽게 쓰는 표현 중에 ‘착한’이라는 말이 있다. 착하다는 말은 보통은 '도덕적'인 관념과 관련이 많이 있는 단어로 쓰인다. 적어도 내가 아는 착함은 그 사람의 인성이나 도덕성에 관련한 표현이었다. 사전을 보면 어떨까 싶어서 찾아보니 약간 의외의 결과가 나온다. ‘어질다’는 이해하겠는데, '곱고'라는 말이 의외다. 착하기 위해서는 고와야 하기도 하는 것인가? 곱다는 마음이 곱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기에 좋다는 뜻이 있다. 대체 도덕성과 미적 아름다움 사이에 무슨 … [Read more...] about 착하다는 말, 어떻게 쓰고 있어?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콜라, ‘코카-콜라 컨투어 라벨프리’
코카-콜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코카-콜라’란 맛있는 음료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것을 담은 병과 라벨을 포함한 모든 것을 우리는 코카-콜라라고 부른다. 마신 코-크를 찬장에 모으는 것 역시 코카-콜라의 패키지까지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 코카-콜라에 라벨이 없어졌다. 그런데 이것도… 오히려 좋아. 코카-콜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에는 더없이 즐거운 패키지가 등장했다. 라벨은 없어졌는데, 페트병이 아니라 코카-콜라의 전통적인 병 모양인 ‘컨투어 보틀’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형태로 … [Read more...] about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콜라, ‘코카-콜라 컨투어 라벨프리’
돌아온 〈섹스 앤 더 시티〉, ‘사만다 사이즈의 구멍’을 메꿀 수 있을까?
돌아온 〈섹스 앤 더 시티〉의 새 에피소드, 〈앤드 저스트 라이크 댓(And Just Like That)…〉이 꽤 호평을 받는 듯하다. 기사들을 읽어보면 킴 캐트럴이 사만다 역을 거부하면서 생긴 ‘사만다 사이즈의 구멍(Samantha-sized hole)’을 잘 메꾸었다고 한다. 〈섹스 앤 더 시티〉가 한 때 전 세계 여성들에게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라이프 스타일 전반, 로맨스와 명품, 시스터후드 등에 대해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이 중에서 확실한 건 명품밖에 없다. 남자도 가고 … [Read more...] about 돌아온 〈섹스 앤 더 시티〉, ‘사만다 사이즈의 구멍’을 메꿀 수 있을까?
1970년 11월, 작가 미시마 유키오 할복하다
1970년 11월 25일, 작가 미시마 유키오 할복자살 1970년 11월 25일, 지금의 일본 방위성 본성인 자위대 이치가야 주둔소에서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가 할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인질극 끝에 총감의 방 앞 발코니에서 기자들을 향해 미·일 안보 조약과 헌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자위대 쿠데타를 촉구하는 이른바 ‘이치가야 연설’ 5분 뒤였다. 그의 요구에 따라 자위대원 1,000여 명이 집결한 가운데 미시마는 일본의 재무장을 금지하는 전후 헌법의 … [Read more...] about 1970년 11월, 작가 미시마 유키오 할복하다
엄마와 담근 생애 첫 ‘비건 김치’
고향에 내려가기 전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피곤한데 쉬지, 뭐하러 내려와. 코스트코도 가고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가는 거지 뭐. 지난주에 김장을 다 하긴 했는데. 엊그제 전주 할머니 집에서 배추가 싱싱해 보이는 게 있어서 열 포기 가져왔거든. 젓갈 안 넣고 김장해보려고. 첫차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다. 엄마는 마당에서 빨간 고춧가루를 대야에 휘저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우릴 보자 "피곤한데 뭐하러 내려왔냐"며 전화 속 음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 얼굴을 보는 게 내심 … [Read more...] about 엄마와 담근 생애 첫 ‘비건 김치’
삼겹살 최대 난제, 몇 번 뒤집어야 할까?
고기 맛있게 먹는 법은 '좋은 방법으로 잘 굽는 것'을 알아야만 가능합니다. 앞서 부위 편, 두께 편, 그 외 편, 실전 편을 통해서 좋은 삼겹살 원육을 고르는 법을 알아봤습니다. 좋은 삼겹살을 골랐으니 이제는 삼겹살 맛있게 굽는 법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온도 편에서는 마이야르가 시작되는 온도 177도에 대해서 알아보며 불판의 온도가 200~220도 정도로 세팅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아봤습니다. 오늘은 삼겹살 굽기의 최대 난제, 몇 번 뒤집을까에 대해 알아봅니다. 다음은 시간이 없는 분을 위한 … [Read more...] about 삼겹살 최대 난제, 몇 번 뒤집어야 할까?
혼자서도 잘살기: 1인 가구의 증가, 왜 대세인가?
우리 딸, 만나는 사람은 있니? 결혼은 언제 할래? 자식들 잘 자리 잡고 결혼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엄마 최고의 바람이야. 불쑥불쑥 부모님은 결혼 이야기를 꺼내신다. 아직 부모님 세대에게 우리는 결혼하지 않은 자녀는 부모에게 숙제이자 불효라는 이야기들을 듣는다. 그리고 이제 어느덧 (사회적 혹은 생물학적) 결혼 적령기를 조금 지나는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지금껏 부모님과 함께 지내온 삶으로부터 홀로서기를 하기 위한 독립을 선포했다. 아빠엄마, 저 이제 독립할게요. 사실 나는 누구보다 … [Read more...] about 혼자서도 잘살기: 1인 가구의 증가, 왜 대세인가?
나의 적으로서의 나
나는 대체로 나를 들볶으며 사는 편이다. 나는 나를 들볶고 그래서 나는 나에게 들볶인다. 그렇다고 아침부터 밤까지 빽빽한 스케줄을 만드는 유형의 인간은 아니다. 정반대다. 나는 계속 주저하고 고민하며 뭔가 따지면서 나를 들볶는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우유부단하고 게으른 표면에, 이상하게 늘 지쳐 있는 내면을 가졌다. 내 성격을 알고는 있었지만, 얼마 전 또 나에게 들볶이는 바람에 더없이 행복하던 사람이 단 몇 시간 만에 불행에 처박히는 걸 보고 나서 '이것도 참 재능이다' … [Read more...] about 나의 적으로서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