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 휴가 겸 여행으로 부산에 다녀왔다. 광안리와 해운대에 가보니 산촌과 내륙 도심 지역에만 살았던 내게는 다소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바다와 해수욕장의 경계부를 맨발로 산책하는 이들이 보였다. 바짓단을 걷어 올리고, 바다에서 걷는 것도 아니고, 모래사장에서 걷는 것도 아닌 산책을 일상처럼 즐기는 이들이다. 찰싹찰싹 바닷물이 적셨다가 빠져나가는 모래바닥에 발자국이 남는다. 그런데 해양 자원을 매개로 한 관광 산업이 극단적으로 개발된 광안리와 해운대 말고 걸을 만한 길은 없을까? … [Read more...] about ‘프로 산책러’가 꼽은 부산에서 걷기 좋은 길
“SNS에서 제 반려동물을 무료로 전시합니다”
1. 각박한 삶을 사는 당신을 위한 무료 전시회 각박한 삶을 사는 당신을 무료 전시회에 초대합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초대장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의 일상이다. SNS에는 귀엽고 예쁜 동물의 모습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SNS뿐이겠는가. 다음 메인의 동물 카테고리를 보라. 이모티콘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귀여워야만 하고 예뻐야만 한다. 간혹 강아지를 학대하거나 고양이를 사냥하는 잔인한 학대범의 범죄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극히 일부다. 만약 잔인한 학대범의 범죄들이 사라진다면 동물이 … [Read more...] about “SNS에서 제 반려동물을 무료로 전시합니다”
한국의 신도시는 왜 실패했을까?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 등의 일환으로 수도권 주택시장 및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계획한 공공주택지구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3기 신도시 소개 글이다. 국내 신도시 계획과 개발은 주택 공급이 주목적이다. 3기 신도시뿐만이 아니다. 1972년 박정희는 10년 동안 250만 호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1980년 전두환은 '주택 500만 호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기반으로 노태우는 주택 200만 호를 건설했다. 분당, 평촌, 산본, 일산, 중동은 1기 신도시의 … [Read more...] about 한국의 신도시는 왜 실패했을까?
휠체어도 버스를 탑니다: 프랑스 교통 이야기
지방 도시가 사라지고 있다. 소멸위험지수는 65세 이상 노인 대비 20~39살 여성의 비율로 소멸위험도를 따진다.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 소멸위험 지역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올해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8곳(46.5%), 절반에 육박하는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프랑스 '살기 좋은 도시' 1위는 앙제 시 지방 소멸 문제는 국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동일한 지방 소멸 위기는 찾아왔고 일찍부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일본의 지방 소멸 문제도 … [Read more...] about 휠체어도 버스를 탑니다: 프랑스 교통 이야기
엄마와 담근 생애 첫 ‘비건 김치’
고향에 내려가기 전날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피곤한데 쉬지, 뭐하러 내려와. 코스트코도 가고 얼굴도 볼 겸, 겸사겸사 가는 거지 뭐. 지난주에 김장을 다 하긴 했는데. 엊그제 전주 할머니 집에서 배추가 싱싱해 보이는 게 있어서 열 포기 가져왔거든. 젓갈 안 넣고 김장해보려고. 첫차를 타고 고향에 내려갔다. 엄마는 마당에서 빨간 고춧가루를 대야에 휘저었다. 집으로 들어오는 우릴 보자 "피곤한데 뭐하러 내려왔냐"며 전화 속 음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 얼굴을 보는 게 내심 … [Read more...] about 엄마와 담근 생애 첫 ‘비건 김치’
파인애플로 하와이 추억여행 떠나는 법
※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우리 부부는 하와이 신혼여행 이야기를 자주 꺼낸다. 하와이에 대한 기억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와이안 피자를 자주 먹기 때문이다. '반하와이안' 피자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파인애플을 너무 미워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 하와이 신혼여행 당시 하와이안 피자는 딱 두 번 먹었다. 첫 번째는 〈백종원의 스트리트 푸드파이터〉 하와이 편에 나온 피자집이다. 숙소로부터 꽤 거리가 있는 곳이었다. 오픈카를 타고 상쾌한 하와이 공기를 … [Read more...] about 파인애플로 하와이 추억여행 떠나는 법
쪽방촌의 늑대들
※ 오마이뉴스에도 발행된 글입니다. 아기돼지 삼형제는 엄마로부터 독립을 한다. 삼 형제는 각자 자기가 살 집을 짓는다. 첫째는 짚더미로 집을 짓고 둘째는 나무집으로 짓고, 셋째는 벽돌집을 짓는다. 결국 늑대가 들이닥쳐 첫째와 둘째는 튼튼한 벽돌집이 있는 셋째의 집으로 피신한다. 셋째가 첫째와 둘째를 도우면서 우화는 아름답게 마무리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 우화는 그저 가족 간 우애를 드러낸 감동적인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교훈을 준다. 첫째와 … [Read more...] about 쪽방촌의 늑대들
2021년, 스타벅스의 새로운 비건 메뉴를 소개합니다
비건은 카페 이용에도 제한이 있다. 아메리카노와 같이 순수 커피 음료는 어디서든 즐길 수 있지만 라테류와 요구르트류 음료와 쿠키, 빵과 같은 디저트를 즐기려면 비건 카페를 찾아가야만 한다. 스타벅스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카페다. 나도 비건이 되고서 스타벅스의 행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건 지향 식단을 하기 전에는 같은 커피인데 스타벅스 커피가 2-3배 비쌀 이유는 뭐냐며 투덜거리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50,000원 자동 결제를 신청한 Gold … [Read more...] about 2021년, 스타벅스의 새로운 비건 메뉴를 소개합니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한국은 주택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2002년을 기점으로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섰고, 2014년에는 118.1%에 이르렀다. 2015년부터는 '新주택보급률'이라는 통계를 새롭게 반영했는데 주택 수에 다가구 구분거처를 반영하고 가구 수에 1인 가구를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2015년 102.3%, 2016년 102.6%, 2017년 103.3%, 2018년 104.2%, 2019년 104.8%로 주택보급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구 수의 변화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집이 멸실되는 것보다 … [Read more...] about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다
‘척척석사’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
※ 오마이뉴스에도 발행된 글입니다. 서른이 넘어 석사 과정 대학원 신입생이 되었다. 배움에 늦음은 없다지만 주변 또래 친구들이 박사 과정을 밟았기에 신경이 아예 쓰이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1년 전부터 아내가 대학원 입학을 계속 권유하긴 했지만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은 없었다. 명석한 편도 아니고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었다. 그런데 대학원생이 되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것도 아니고 갑자기 명석해진 것도 … [Read more...] about ‘척척석사’가 되고 싶은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