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도시가 사라지고 있다. 소멸위험지수는 65세 이상 노인 대비 20~39살 여성의 비율로 소멸위험도를 따진다. 해를 거듭할수록 국내 소멸위험 지역은 점차 증가하고 있고 올해는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8곳(46.5%), 절반에 육박하는 지역이 이에 해당한다.
프랑스 ‘살기 좋은 도시’ 1위는 앙제 시
지방 소멸 문제는 국내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동일한 지방 소멸 위기는 찾아왔고 일찍부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일본의 지방 소멸 문제도 고령화, 인구 감소, 지역 산업 쇠퇴 등 국내와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책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를 통해 프랑스 중소도시에서 대안을 모색한다.
주간지 《렉스 프레스》는 매년 도시 랭킹 조사를 실시한다. 2012년에서 2014년까지는 모빌리티, 환경, 경제, 건강, 사회 정책이라는 다섯 항목의 바로미터로 50개의 지방 도시를 비교했다. 3년 연속 앙제 시(Angers)가 1위였다. 2019년에 실시된 조사에서도 앙제 시는 1위를 기록했다.
앙제는 파리에서 약 300km 떨어진 도시다. 이를 국내와 비교하면 서울특별시와 대구광역시 간의 거리와 비슷하다. 책에서는 파리에서 TGV로 1시간 15분 거리에 있는 도시라고 소개한다.
책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는 앙제를 비롯한 프랑스 중소도시의 선례들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활기가 넘치는 프랑스 중소 도시의 비밀
프랑스 중소 도시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책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에서는 교통과 상업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책의 3장에서는 도시의 교통 요인을 살펴보며 보행, 자전거, 버스, 트램, 승용차별로 구분하여 정책과 제도를 분석한다. 이 글에서는 책의 내용을 요약하며 국내 현황과 비교하며 적용해볼 만한 점들을 모색해본다.
첫째, 프랑스는 보행자 우선 도로와 보행자 전용 공간 등을 확보한다. 예를 들면 낭시 시 중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스타니스라스 광장까지는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다. 또한 ‘존 30’과 같이 자동차의 속력을 제한하여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한다.
국내에도 스쿨존으로 불리는 어린이 보호 구역은 30km로 속력이 제한되는데 ‘존 30’은 이와 비슷하다. 다만 국내는 스쿨존뿐만 아니라 보행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속력 제한 구역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전거 분야에서는 공유 자전거와 자전거 도로 인프라를 살펴본다. 책에서는 서울시의 ‘따릉이’, 대전시의 ‘타슈’와 같은 공유 자전거 ‘밸로프(Velohop)’ 사례가 소개된다.
경사도에 따라 인센티브가 제공되는 점이 인상 깊었다. 파리에서는 언덕 위에 있는 대여 거치대에 자전거를 주차하는 경우에는 15분간의 보너스가 따라온다. 실제로 1시간 사용해도 45분의 이용료만 내면 되는 섬세한 배려다.
자전거 도로 인프라에서도 국내와 큰 차이가 있다. 책에서는 프랑스와 일본의 현황을 소개한다. 프랑스 전역 자전거 전용도로는 1만 1,000km인 반면, 일본은 300km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2020년 기준 3,500km를 조금 넘는다.
프랑스는 도로 공간 재분배 계획과 실행 시에 애초에 보행자와 자전거를 포함한다. 국내도 자전거 분담률을 높이고 걷는 도시를 만들자고 목소리만 높일 게 아니라 실제 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할 때부터 자전거와 보행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살펴본 교통수단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LRT, BRT, 트램이었다. 트램은 대전시가 2호선을 트램으로 고려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어 익숙했지만 LRT와 BRT는 생소했다.
LRT는 Light Rail Transit의 약자로 경전철이고, BRT는 Bus Rapid Transit의 약자로 간선급행버스체계를 뜻한다. LRT는 전철과 같이 전용 통행권을 갖고 빠른 속도와 큰 운송력의 장점이 있다. LRT는 안정성에도 장점을 보인다. 주행거리 1만 km 당 LRT 사고율은 0.367%로 버스 사고율(0.66%)의 절반 정도 된다.
BRT, 모두를 위한 교통수단
BRT는 버스 두 대를 연결한 교통수단이다. 프랑스 BRT는 차체 디자인이 화제가 되었는데 지역의 개성을 드러내는 좋은 수단이 된다. BRT는 운송력이 좋고 일반 버스에 비해 속력이 빠르다.
BRT는 경제적 장점도 지닌다. 한국교통연구원의 보고서(2007)에 따르면, 국내 청라-화곡 BRT의 경우 차량구입비와 용역비를 제외한 건설비는 ㎞당 55억 원가량으로 국내 지하철(신설 중인 노선) 건설비인 ㎞당 1천억 원 내외의 20분의 1, 경전철(계획 중인 노선) 건설비인 ㎞당 400억 원 내외의 7분의 1 정도가 소요된다.
부산시청의 BRT 소개 면에서도 BRT 건설 비용은 도시철도 건설 비용에 비해 50배가량 저렴하다고 소개한다. BRT는 경제성 면에서도 효율성 있는 교통수단으로 평가된다.
또한, BRT는 ‘배리어 프리’다. 휠체어 4대분의 공간이 있는 BRT도 드물지 않다. 2005년에 제정된 프랑스 배리어 프리 법에 따르면, 대상자는 휠체어 이용자뿐만이 아니라 다친 비장애인, 어린이를 데리고 타거나 짐이 많은 사람도 포함된다. 물론 유아차를 이용하는 사람도 포함된다. 이동에 제한이 있는 사람은 모두 해당되는 것이다.
프랑스는 다리 힘이 약해진 고령자를 이 범주에 포함시켜 총 1,200만 명, 총인구의 5분의 1이 해당한다. BRT는 배리어 프리를 적용한 ‘모두를 위한 교통수단’으로서 훌륭한 대안이다.
프랑스 BRT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BRT 전용차선화와 같이 제도적으로 버스의 우선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부산에서 BRT가 도입되었고, 창원에서 시범 도입을 시도 중이다. 다만 부산의 BRT는 배리어 프리가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BRT는 모두를 위한 교통수단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토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25개, 비수도권 30개 노선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도입된 BRT도 배리어 프리를 적용해야만 하며 추후 신설할 BRT에도 배리어 프리를 반드시 적용해야만 한다. 같은 BRT여도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어떤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인가?
프랑스 중소도시의 교통 현황을 관찰하며 살기 좋은 도시에 대해 생각해본다. 어떤 도시가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일까?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시일까, 아니면 유아차를 끌거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안전하고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도시일까?
아는 선생님이 평화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 적이 있다. “공동체원 중 가장 약자라고 생각하는 이가 평화롭다고 생각한다면 평화로운 상태인 것이다.”
이를 도시에 적용한다면, 사회적 약자가 생각하기에 살기 좋은 도시라면 그 도시는 살기 좋은 도시다. 마찬가지로 교통 약자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교통이 편리한 도시라 말할 수 있겠다.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과 자전거, 자동차보다는 보행자, 보행자 중에서도 보행 약자를 우선에 둬야 한다. 각 교통수단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이 없어야 한다.
본 글에서는 책 『앙제에서 중소도시의 미래를 보다』에서 활기 넘치는 프랑스 중소도시의 교통 특징을 살펴봤다. 이 책은 교통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는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며, 교통과 도시 전문가들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빈 상점이 없는 프랑스 중소 도시’에 대해 소개한다.
원문: 현우의 브런치
함께 보면 좋은 글
표지이미지 출처: Free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