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낙태 여행』은 서울로 올라가는 비행기에서 글썽글썽하며 읽었다. 눈물이 헤픈 편인 나는 서로의 고통을 짐작하는 사람들이 연대하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서사에 특히 약한데, 여자들의 연대라니. 내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필시 나를 이상하게 봤겠지만 어쩔 수 없다.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고, 감동적이었고, 아주 유익했다. 책은 예정에 없이 책방 무사를 방문했다가 샀다. 봄알람 팀이 유럽을 돌며 페미니스트들을 만나고 각국의 낙태권 현황을 알아본다는 대강의 기획은 알고 있었지만 내용을 … [Read more...] about 연대, 투쟁, 승리의 기록: 『유럽 낙태 여행』
책
『좀비 육아』, 아빠의 현실밀착형 육아 에세이
KBS2 채널에서 방영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보면 매일 육아에 힘쓰는 아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조금 잘못된 사례다. 왜냐하면,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등장하는 가정은 비현실적으로 부유한 가정이라 그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라고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부모들은 넓은 집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부지런히 뛰어다니게 할 수 있다. 심지어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상황 속에서 부모와 함께 외출을 자주 할 뿐만 아니라 어릴 … [Read more...] about 『좀비 육아』, 아빠의 현실밀착형 육아 에세이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롤리타』의 나보코프가 『창백한 불꽃 』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흔히 소설은 지루해하고, 게임은 즐거워한다. 그 이유야 분명하다. 게임에는 ‘상호작용’이 있다. 소설은 그저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지만, 게임의 이야기는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관람객과 독자, 게이머의 기본 태도는 바로 그 부분에서 달라진다. 여기에 한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90년대에 유행하던 게임 북이 아니다. 미로 게임을 풀고 나면 몇 페이지로 가세요, 같은 안내문도 없다. 하지만 그 어떤 게임보다도 높은 자유도로 수십 가지의 엔딩을 우리 눈앞에 … [Read more...] about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롤리타』의 나보코프가 『창백한 불꽃 』으로 돌아왔다
당신은 재능을 ‘자본화’하고 있나요?
여러분 변화를 꿈꾸시나요? 직장인의 매너리즘에 빠졌나요? 그렇다면 오늘 책을 놓치지 마세요. 내 인생을 바꾼 100권의 책을 소개 드리고 있는데요, 오늘 소개 드릴 책은 12번째 책으로 구본형 님의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김영사, 2001)입니다. 구본형 님은 자기변화경영에 정말 유명하신 분이세요. 제자들도 많이 길러내셨고요. 저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안타깝게도 2013년 돌아가셨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책으로 그분의 생각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다행이라 생각해요. 이 책이 … [Read more...] about 당신은 재능을 ‘자본화’하고 있나요?
초급자 및 입문자를 위한 경제공부 추천서
들어가며 1. 경제학 교재보다 ‘경제 이슈’에 더 친숙해져야 경제 이슈는 매우 넓다. 실제로 경제 이슈는 세상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불평등, 일자리,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비정규직, 자영업, 세계화, 지식 정보화, 부동산, 교육, 의료, 복지, 중국의 부상, 노후불안 등 모두 경제이슈의 일부분이다. 경제 이슈는 사실상 전방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책을 열심히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 이슈’ 그 자체와 친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 첫 걸음은 신문의 … [Read more...] about 초급자 및 입문자를 위한 경제공부 추천서
중국을 알고 싶은 당신이 꼭 읽어야 할 책들
자주 이런 질문을 받는다. 중국에 대한 책 세 권만 추천 좀. 중국 공부 시작하려는데, 뭐부터 읽으면 될까요? 딱히 중국에 가보지도 않았고 머릿속 중국에 대한 이미지는 시끄러운 중국인들과 뿌연 미세먼지 속의 자전거 천국뿐인데, 그렇게 경제가 급성장하고 미국과 견줄만한 국제 정세 실력자가 되었다고 하고 그나마 우리가 자신 있던 IT 분야조차 한국을 넘어섰다고 하는 놀라운 말들을 자꾸 들으니까 아예 무시하긴 뭐하고. 공부를 시작하긴 해야겠고. 책으로 알아가 볼까? 근래 정치 경제 분야 최강 … [Read more...] about 중국을 알고 싶은 당신이 꼭 읽어야 할 책들
세상을 놀라게 한 경매, ‘유태형 팝니다’가 세상에 등장한 이유
※ 이 글은 「그 남자가 2만 명이 모이는 소셜 이벤트 ‘솔로대첩’을 기획한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나만 괴로운 게 아니다, 모두가 괴롭다 2012년, 한 번의 큰 경험 후에 3년에 걸쳐 많은 실패를 했습니다. 함께 일하던 큰 회사들은 나에게 흥미를 잃었고, 공동 창업한 회사에서는 쫓겨나듯 도망쳐 나왔습니다. 어느새 통장은 바닥을 보였습니다.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유태형인데’ 싶었지만, 이제는 불러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일단 살고 보자, 취직을 준비했습니다. 방법이 … [Read more...] about 세상을 놀라게 한 경매, ‘유태형 팝니다’가 세상에 등장한 이유
학교에 ‘착하다’가 범람한다
'착하다' 나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평가적인 표현 중 ‘착하다’라는 형용사가 가장 널리 쓰인다고 생각한다. 마치 교사들이 착한 학생의, 착한 학생에 의한, 착한 학생을 위한 교육의 전사처럼 양성되었나 하고 착각할 정도다. 가히 교무실과 교실에 ‘착하다’가 범람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생이 공부를 잘한다. 착한 학생이다. 공손하게 인사를 잘한다. 당연히 착한 학생이다. 교사 말을 고분고분 잘 따른다. 최고로 착한 학생이다. 교실 청소를 잘한다. 조용히 고개를 … [Read more...] about 학교에 ‘착하다’가 범람한다
엄마의 이름은 언제부터 ‘엄마’였을까?
엄마에게 물건을 수집하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언젠가부터 엄마는 버리는 걸 못 하는 사람이 됐다. 30년 전 처녀 시절에 입던 곰삭은 옷들부터, 백화점보다 몇 곱절은 싸다고 취미들인 홈쇼핑 박스까지. 빼곡히 쌓인 박스와 물건들 가운데 앉아 일하는 엄마를 보면 꼭 작은 옹성 안에 갇힌 사람 같다. 벌써부터 노인네같이 군다고 한소리 하면 엄마는 사춘기 아이처럼 문을 닫으며 툴툴댄다. 두면 다 쓸데가 있어서 그런 거야. 말도 안 되는 핑계인 걸 알지만 나는 더 대꾸하지 못한다. 물건을 … [Read more...] about 엄마의 이름은 언제부터 ‘엄마’였을까?
강남이 뭐길래 다들 그렇게 오버인가?
한종수•강희용, 『강남의 탄생』 필자는 잠실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잠실에 소재한 곳을 다녔고, 고등학교는 강남구에 위치한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송파, 강남이 주된 생활권이었던 것이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가족 전체가 강북으로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아무 문제 없이. 본격적으로 논의를 전개하기에 앞서 ‘강남’의 범위를 설정하는 게 좋을 듯하다. 『강남의 탄생』의 공저자 한종수와 강희용은 “‘강남’의 범위를 정의하기란 쉽지 … [Read more...] about 강남이 뭐길래 다들 그렇게 오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