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 책 읽기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과 스마트폰 올바르게 쓰는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머리에 ‘균형’이라는 말을 먼저 꺼냈다. 하루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이 1시간이라면 종이 책을 적어도 1시간 정도 읽자는 뜻에서였다. 이것은 최소한의 조건이다. 나는 말 끄트머리에 종이책 읽는 시간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훨씬 넘어서야 한다며 책과 책 읽기의 가치와 의미를 강조하였다. 몇 가지 근거를 들었다. 종이책 매체와 인터넷 매체 간의 역사적인 검증 상황의 … [Read more...] about 스티브 잡스는 자녀에게 아이패드를 못 쓰게 했다
“수능의 수명은 이제 다했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태어난 지 27살이 됐다. 언젠가부터 수능이 끝나면 ‘물수능’이니 ‘불수능’이니 하는 말들이 의례적으로 터져 나왔다.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해 본다는 본래 목표는 사라지고 얼마나 완벽하게 학생들을 줄 세웠느냐를 두고 성패를 따지는 대상으로 전락한 수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풍경이다. 올해 수능에 관한 품평들을 보면 분위기나 결이 여느 해와 크게 다른 것 같다.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인 생명과학 20번 문항이 법원 판결을 받는 처지가 되더니, 세계적 … [Read more...] about “수능의 수명은 이제 다했어요”
“부러우면 능력을 키우든가!”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신이 3루타를 친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얼마 전 이 문장을 한 신문의 특집기사 글머리에서 발견했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 감독인 배리 스위처 씨가 한 말이라고 한다. 우리 시대의 화두 중 하나인 능력주의의 이면을 돌아보게 하는, 촌철살인이 돋보이는 문장이다. 페이스북 타임 라인에 문장을 게시했다. 172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4명이 댓글을 달았다. 일상을 소재로 하는 게시물들에 대한 반응보다 뜨거웠다. 댓글들 또한 모든 내용이 비판보다 공감과 … [Read more...] about “부러우면 능력을 키우든가!”
이기적인 인간은 없다
1.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세계적인 명성이나 세평과 달리 기대 이하였다. ‘명허전’. 별점 2개 정도나 줄 수 있을까. 저자가 인간 종을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특별한 통찰이 담겨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책을 읽다가 서가로 던져 버리고 싶은 충동이 몇 번이나 일었으나, 그와 무관하게 하라리와 《사피엔스》가 세상에 가져온 충격파는 엄청났다. 그런 유발 하라리가 네덜란드 저널리스트이자 사상가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쓴 《휴먼카인드》(2021, 인플루엔셜)의 추천사 첫머리에서 이렇게 … [Read more...] about 이기적인 인간은 없다
고통스러운 글쓰기가 나를 기쁘게 한다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정말로 힘들기 때문이다. 윌리엄 진서가 《글쓰기 생각 쓰기》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절망의 순간에 기억하기 바란다면서 남긴 말이다. 글쓰기가 힘든 까닭이 글쓰기가 정말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 큰 절망에 빠지게 한다. 우리는 글쓰기를 포기해야 하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글을 쓰는 데 동원되는 기술과 글을 쓰는 사람의 태도에 의존하는 측면이 크다. 그런데 글쓰기 기술은 후천적으로 획득하는 것이며, 그것은 … [Read more...] about 고통스러운 글쓰기가 나를 기쁘게 한다
‘비대면’이 아니라 굳이 ‘언택트’를 써야 할까?
며칠 전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언택트(untact)’를 소재로 써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공감하며 읽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정체불명의 말들이 오용되거나 남용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꼬집는 글이었다. ‘언택트’를 아는가. 영어 문자 속이 조금 있는 사람이라면 ‘접촉’이나 ‘대면’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나타내는 영어 접두어 ‘un-’을 붙여 ‘비접촉’, ‘비대면’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단어라는 걸 눈치챌 것이다. 언택트는 2017년에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기술을 … [Read more...] about ‘비대면’이 아니라 굳이 ‘언택트’를 써야 할까?
‘법내노조’ 전교조는 어디로 가는가
1. 나는 2017년경 신생 교원노동조합의 태동을 지켜보면서 교육 노동 분야에서 펼쳐질 미래 상황이 우려되었다. 노동(자) 적대적인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노동 관련 제도와 정책의 반노동적 구도 등으로 인해 교원노조 당사자들의 의도 여하와 무관하게 노-노 갈등과 대립, 불합리한 경쟁 구도가 펼쳐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당시 쓴 글 몇 편에서 한시적임을 전제로 이른바 ‘전교조 빅텐트론’을 주장했다. 제반 여건상 노사 간 교섭 진행 과정에서 힘의 우열 구도를 좌우하는 … [Read more...] about ‘법내노조’ 전교조는 어디로 가는가
학교에만 있는 것
나는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의미 있는 변화 중 하나가 사람들이 학교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학교는 교육 문제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으로 간주된다. 사람들은 우리 사회를 괴롭히는 고질적인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학교나 교육 부문에서 찾을 때가 많으며, 그때마다 학교는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대변하는 모순의 대명사가 된다. 사람들은 학교에 없는 게 많다고 말한다. 학교에는 재미가 없다. 열정이 없고 상상력이 없으며 창의성이 없다. 공정과 정의, 배려가 없다. 인간다움이 … [Read more...] about 학교에만 있는 것
759쪽짜리 책이 3판 42쇄까지 찍은 이유: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과 교수가 쓴 『총, 균, 쇠』는 자주 들어 낯익은 제목만으로 몇 번이나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정도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책인데, 사실 책을 집어 읽기 전에는 이름값에 대한 걱정이 조금 있었다. 사람이든 책이든 ‘명불허전(名不虛傳)’은 만나기가 쉽지 않다. 사람마다 기대 수준이 제각각인 탓이 크다. 잔뜩 기대하며 집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는 ‘명허전(名虛傳)’에 가까웠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 글에서 『총, … [Read more...] about 759쪽짜리 책이 3판 42쇄까지 찍은 이유: 『총, 균, 쇠』
글이 잘 안 써질 때: 호모 라이터스
언젠가부터 글을 쓸 때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애를 썼다. 몇 년 전 가쁜 호흡 상태에서 흥분하며 쓴 글이 학교 안에서 필화 비슷한 상황을 연출한 뒤 그런 태도가 더 강해진 것 같다. 그때 나는 글감이 된 학교 내 상황을 담담하게 묘사한다고 나름대로 애를 썼으나, 가쁜 호흡과 흥분 기세를 온전히 숨기지 못한 것 같다. 나는 글에 등장하는 어떤 분에게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글을 쓸 때 호흡을 가다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강하게 깨달았다. 호흡을 가다듬는다는 것은 … [Read more...] about 글이 잘 안 써질 때: 호모 라이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