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플라스틱 재료를 제조할 때 사용되는 ‘비스페놀 A’라는 화학물질이 있다. 비스페놀 A의 분자는 사람 뇌에 들어 있는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영향을 미쳐서 남자 태아의 뇌를 여성화할 수 있다. 임신한 어미 쥐에게 여러 날에 걸쳐 비스페놀 A를 다양한 용량으로 투여하면 그 새끼가 여러 가지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 암컷 쥐의 난소가 될 세포 속 유전자가 소량의 비스페놀 A에 노출되고 난 다음에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바뀌기도 한다. 현재 전체 미국인의 90퍼센트 이상이 소변에서 비스페놀 A가 … [Read more...] about 입시가 중합니까, 목숨이 중합니까
우리 안의 ‘마녀사냥꾼’
‘이단’ 신천지론이 거세고, 신천지 신도 전체가 코로나19 사태의 ‘원흉’처럼 간주하는 거리 여론이 심상찮다. 우리가 신천지를 공격과 비난의 표적으로 삼으면 삼을수록 그들이 더 밀실로 숨어 들어갈 것 같아 걱정이다. 우리 안의 ‘마녀사냥꾼’이 놓는 덫이 무서운 까닭이 있다. 덫은 사냥감을 가리지 않는다. 사냥감이 된 우리 밖의 ‘마녀’뿐 아니라 우리 자신이 덫에 걸릴 수 있다. 수년 전 쓴 올리퍼 푀치의 책 『사형집행인의 딸』의 독후감이다. 이 책은 17세기 독일 바바리아 주의 숀가우라는 … [Read more...] about 우리 안의 ‘마녀사냥꾼’
나를 기억하는 책들
얼마 전 우연히 유명 소설가 김영하 씨가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독자들에게 먼저 공개하는 ‘실험’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내 베스트셀러 작가 1위’니 ‘7년만의 귀환’이니 하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은 몇몇 기사와 페이스북 친구 몇이 올린 단문들을 통해서였다. 나는 과거에 그런 서비스가 이미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부터 들었을 만큼 평범한 실험이라고 생각했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려고 기사를 찾아보았다. 선공개 서비스는 월정액 독서 앱 ‘밀리의 서재’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월 1만 … [Read more...] about 나를 기억하는 책들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올)바름’은 우리 인간이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어떤 것이다. 사람들이 바름을 추구하는 까닭은 그렇게 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바름이 그르다거나 오류가 있다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바름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 우리 각자가 최선을 다해 자신의 바름을 추구하면 할수록 바름의 차이 때문에 다툼이 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가 『바른 마음』에서 다루는 문제가 이것이다. … [Read more...] about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비진실’을 키우는 ‘나쁜 교육’에 맞서는 법
1 교육은 대체로 익숙한 풍경과 사물들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우리를 낯설고 불편하게 하는 말, 생각, 경험, 사태 속에서 예상치 못한 교육적 성취에 다다른다. 나는 광주의 도덕 교사 배이상헌이 중학교 도덕 시간에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를 보여준 생각의 밑바탕에 이런 시선이 깔려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배이 선생님은 직위해제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 일부 학생이 이 영화를 보고 ‘불편함’을 느껴 민원을 제기하자 광주교육청이 직위해제와 … [Read more...] about ‘비진실’을 키우는 ‘나쁜 교육’에 맞서는 법
‘기승전대입’ 국가답다
〈SKY 캐슬〉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TV 검색’ 코너의 〈SKY 캐슬〉 항목에 이런 소개 글이 있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 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 뭇사람의 시선을 잡아끈 화제의 드라마답게 시청률 추이가 극적이었다. 1회가 방영된 작년 11월 23일 종합 순위 26위(1.727%)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3회분 방영 때 1위를 거머쥔 … [Read more...] about ‘기승전대입’ 국가답다
‘점수 기계’ 같은 사람들
교사는 10년째 초중고교생 희망직업 순위 목록에서 부동의 1위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교사는 초중고교생 모두에게서 1위를 차지했다. 2018년에는 중고교생들이 희망 직업 1순위로 교사를 선택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사가 희망직업 2위로 나타났다. (교육부, 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 조사」 참조) 현재의 교직 '인기' 요인에 대한 해석은 무척 다양하다. 나는 그중 교직의 직업 안정성과 관련한 해석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만성적인 일자리 부족 … [Read more...] about ‘점수 기계’ 같은 사람들
학교에 ‘착하다’가 범람한다
'착하다' 나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평가적인 표현 중 ‘착하다’라는 형용사가 가장 널리 쓰인다고 생각한다. 마치 교사들이 착한 학생의, 착한 학생에 의한, 착한 학생을 위한 교육의 전사처럼 양성되었나 하고 착각할 정도다. 가히 교무실과 교실에 ‘착하다’가 범람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생이 공부를 잘한다. 착한 학생이다. 공손하게 인사를 잘한다. 당연히 착한 학생이다. 교사 말을 고분고분 잘 따른다. 최고로 착한 학생이다. 교실 청소를 잘한다. 조용히 고개를 … [Read more...] about 학교에 ‘착하다’가 범람한다
책 쟁여놓기의 놀라운 효과에 대하여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도서실에는 나이 지긋한 사서 선생님이 계셨다. 그곳에 가 선생님께 조용히 눈인사를 드리고, 좁다란 철제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보는 일이 즐거웠다. 내 점심시간 도서실행은 고교 3년 기간 내내 내게 거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대학 다니면서는 근로 장학을 할 때 학교 도서관에 배정되곤 했다. 학생들이 반납한 책을 서가에 정리하거나, 새로 들어온 책의 등에 서지 사항이 인쇄된 붙임 딱지를 붙이는 일을 주로 했다. 도서관 서고 사무실 깊은 곳에서 맡는 묵은 종이 냄새가 얼마나 … [Read more...] about 책 쟁여놓기의 놀라운 효과에 대하여
쿠이 보노? –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박근혜 정권의 사법 농단에 대하여
지난 5월 28일 창립 29주년을 맞이한 국내 최대 교원노조 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현재 법외노조 상태에 있다. 1999년 합법화 이후 법 테두리 안에서 활동했던 조직이 2010년 이명박 정권 시기에 시작해 박근혜 정권에서 정점을 찍은 일련의 정부 조치에 따라 법외로 밀려났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합법의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나는 전교조에 대한 이명박근혜 정권의 합법적인 법외노조화 조치가 더러운 공작정치와 비겁한 ‘교육의 사법화’ 행태의 결과물에 다름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 [Read more...] about 쿠이 보노? – 전교조 법외노조화와 박근혜 정권의 사법 농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