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 경제학 교재보다 ‘경제 이슈’에 더 친숙해져야
경제 이슈는 매우 넓다. 실제로 경제 이슈는 세상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한다. 불평등, 일자리,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비정규직, 자영업, 세계화, 지식 정보화, 부동산, 교육, 의료, 복지, 중국의 부상, 노후불안 등 모두 경제이슈의 일부분이다.
경제 이슈는 사실상 전방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책을 열심히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 이슈’ 그 자체와 친숙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 첫 걸음은 신문의 ‘경제면’을 꾸준히 보는 것이다. 예컨대 박근혜 정부 시절 경제이슈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음과 같다.
- 세제개편, 기초연금, 의료민영화-철도민영화, 공공기관 개혁, 무상급식-무상보육 개편 여부, 세수결손, 법인세 인상 여부 및 비과세감면 정비, 연말정산(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공무원연금, 노동시장 개혁(임금피크제, 청년고용, 연공서열, 직무급 등)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이슈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다음과 같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연공급 임금체계와 직무급 임금체계, 최저임금 1만 원 논란, 자영업의 어려움, 산업구조조정 혹은 제조업의 위기, 미-중 무역전쟁, 국민연금 논란, 소득재분배 논란, 고용 동향 및 일자리 논란, 국민연금과 스튜어드십, 공정거래 등
방금 언급한 것들은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었던 것들이다. 복지, 재정, 노동, 공공개혁 등이 전방위적으로 얽혀있는데 사실은 모두 경제 이슈이기도 하다.
2. 경제학 공부: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더 중요하다
정보, 지식, 사고방식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보는 그때그때 배우면 된다. 지식은 하나의 체계를 이루기 때문에 그것을 터득하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방식이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경제학적 사고방식은 경제학 원론, 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교과서를 통해서 터득할 수도 있고, ‘경제학적 개념 tool’에 익숙해지는 것을 통해 터득할 수도 있고, ‘경제학설사’ 등 그들의 아이디어를 통해서 배울 수도 있다. 암기할 필요는 없다. 사고방식, 발상법을 배우면 그게 가장 큰 성과다.
3. 어떤 경제학책을 먼저 보는 것이 바람직할까?
1) 관심 분야 먼저, 얇고 재밌는 책 먼저. 가장 중요한 원칙은 ‘땡기는’ 책을 먼저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재미가 중요하다. 그런데 재미는 결국 주관적 관심사와 연결된다. 관심 가는 분야부터 공부하는 게 장땡이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페이지가 짧고 쉬운 책을 먼저 읽는 게 낫다. 유명한데 두꺼운 책은 도중에 접을 가능성이 높다. 쉬운 책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재미를 붙이고, 감을 잡는 게 더 중요하다.
2) 경제 공부법은 ‘역사적 접근’을 활용하는 게 좋다. 모든 학문이 그렇듯, 경제학 역시 한편으로는 ‘생각의 역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물질의 역사’이다. ‘생각의 역사’를 다루는 분야가 ‘경제학설사’ 혹은 ‘경제사상사’다. ‘물질의 역사’를 다루는 분야가 ‘경제사’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경제학 교과서’는 경제사상사와 경제사에서 중요하게 취급되었던 주장들을 한 권의 책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통상적으로 경제학 교과서에 있는 내용은 수많은 ‘전제조건’과 ‘가정들’이 생략된 경우가 많다. 전제조건과 가정은 오히려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만 이해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취지에서 추천하는 공부법은 ①경제사상사 → ②경제사 → ③대중적이고 얇은 경제학 교과서 → ④테마별 경제공부의 방식이다.
경제사상사와 경제사를 공부하는 것은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훈련하는 것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를 훈련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사적 접근을 훈련하게 되면 모든 주장과 모든 명제가 ‘역사적 맥락 하에서만’ 제한적으로 옳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래 초급자를 위한 분야별 경제공부 추천서가 있다.
절판된 책들은 인터넷 중고 서점에서 구입하거나 대학 도서관 또는 국회 도서관에서 빌려 제본할 것을 추천한다. 대부분 직접 읽어봤다. 일부는 직접 읽어보진 않았지만 평판이 좋아 포함한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본 분야 중 하나는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인데, 그 부분은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통으로 제외했다.
1. 경제사상사 관련 책들
1) 경제사상사
- 홍은주, 『그림으로 이해하는 경제사상』, 개마고원
- 유시민,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푸른나무
- 토드 부크홀츠,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김영사
- 민경국, 『경제사상사 여행』, 21세기북스
- 로버트 하일브로너, 『세속의 철학자들』, 장상환 역, 이마고
2) 케인즈, 하이에크, 슘페터를 소개하는 책
- 박종현, 『케인즈 & 하이에크: 시장경제를 위한 진실게임』, 김영사
- 요시가와 히로시, 『케인즈 VS. 슘페터』, 새로운제안
- 니콜라스 윕숏, 『케인즈, 하이에크』, 부키
2. 경제사에 관한 책들
1) 현대 자본주의 이전까지
- 로버트 하일브로너, 『자본주의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홍기빈 역, 미지북스
- 리오 휴버먼,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책벌레 (← 봉건제부터 1929년까지)
- 『경제사 기초지식』, 김호균 엮음, 중원문화 (← 봉건 말기부터 자본주의 초기까지, 맑스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경제사, 그러나 절판된 책)
- 송미태랑(松尾太郞), 『경제사와 자본론』, 최규성 외 역, 한울 (← 맑스주의적 관점에 입각한 경제사, 그리스 시대부터 자본주의 초기까지를 다룸. 매우 재밌음, 그러나 절판된 책)
2) 현대 자본주의를 중심으로
- 풀 크루그먼, 『경제학의 향연』, 부키 (← 1970년대∼1990년대 통화주의자와 케인즈주의자 사이의 논쟁을 서술한 책)
- 필립 암스트롱 외, 『1945년 이후의 자본주의』, 김수행 역, 두산동아 (← ‘1945년 이후’ 유럽 주요 국가들의 ‘정치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쓴 책. 매우 재밌음. 그러나 절판된 책)
- 김진방 외, 『미국 자본주의 해부』, 풀빛 (←제도주의 경제학 관점에서 미국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책)
- 김진방 외, 『유럽자본주의 해부』, 풀빛 (←제도주의 경제학 관점에서 유럽 자본주의를 분석하는 책)
- 전창환 외, 『미국식 자본주의와 사회민주적 대안』, 당대 (←제도주의 경제학 관점에서, 1980년대 이후 세계 자본주의 변화를 분석하는 책)
3) 1929년 대공황에 관한 책
- 양동휴 외, 『대공황 전후 유럽경제』 동서문화사
- 양동휴 편저,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연구』, 서울대학교출판부
- 찰스 킨들버거, 『대공황의 세계』, 부키
3. 경제학 입문서 혹은 경제학 교과서
1) 가볍게 볼 수 있는 경제학 입문서
- 홍은주, 『경제를 보는 눈』, 개마고원
- 홍춘욱, 『유쾌한 이코노미스트의 스마트한 경제공부』, 원더박스
- 유시민,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돌베개
- 스티븐 레빗, 『괴짜 경제학』, 웅진지식하우스
- 스티븐 레빗, 『슈퍼 괴짜 경제학』, 웅진지식하우스
2) 경제학 교과서
- 로버트 하일브로너, 『한번은 경제공부』, 조윤수 역, 부키
- 새뮤얼 보울스 외, 『자본주의 이해하기』, 최정규 역, 후마니타스
- 그레고리 맨큐, 『맨큐의 경제학』, 교보문고 (← 거시, 미시 통합버전)
- 이준구, 『이준구의 경제학 원론』, 문우사 (← 거시, 미시 통합버전)
- 그레고리 맨큐, 『맨큐의 거시경제학』, 교보문고
- 그레고리 맨큐, 『맨큐의 미시경제학』, 교보문고
4. 제도주의 경제학
1) 제도주의 경제학의 개요 및 의미
전통적인 주류경제학(신고전파종합)은 가격과 시장을 중심으로 다룬다. 그런데, 우리가 현실에서 중요하게 경험하는 것들 중에는 ①국가 ②노사관계 ③계급-계층 ④기업 ⑤법 ⑥관료 ⑦가족 등이 있다. 흔히 ‘제도’라고 불리는 것들이다. 전통적인 주류 경제학은 이러한 제도들을 논외 처리했다.
전통적인 주류경제학이 제도를 논외 처리할 때 제도를 설명하는 하나의 강력한 이론 틀이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이었다. 좋은 세상을 꿈꾸던 많은 청년 학생들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에 빠져들었던 이유 중 하나다.
제도주의 경제학은 ‘제도’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한다. 기업의 출현, 명령에 의한 의사결정, 국가의 역할, 법의 역할, 재산권, 관료-공무원 등을 경제학적 분석틀로 설명한다. 제도주의 경제학은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을 ‘대체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사회제도와 사회현상을 맑스주의 정치경제학보다 더 간결하고 더 설득력 있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맑스주의 정치경제학이 ‘퇴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제도주의 경제학과 정보경제학의 발전이 사회현상을 더 잘 설명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맑스주의는 경제학에서 철수하고 철학과 문화비평으로 후퇴했다. 칼 맑스 자신이 진화했던 경로와 정반대 방향으로.)
2) 제도주의 경제학 개론서
- 송현호, 『신제도이론』, 민음사 (←절판된 책이지만 정말 정말 강추함!)
- 오카자키 데쓰지, 『제도와 조직의 경제사』, 한울 (←제도주의 경제학의 최신 연구 성과를 압축 요약하며 소개하는 책. 강추함!)
- 더글러스 노스, 『제도, 제도변화, 경제적 성과』, 이병기 역, 자유기업센터 (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책)
- 스레인 에거트슨, 『경제행위와 제도』, 장현준 역
5. 행동경제학
1) 행동경제학의 개요 및 의미
전통 주류 경제학은 물리학의 방법론을 취한다. ‘뉴턴 물리학’의 방법론을 케인즈의 스승이었던 알프레드 마샬이 경제학으로 차용해왔다. 그래서, 전통 주류 경제학에는 ‘뉴턴의 기계적 세계관’이 투영되어 있다. 장점은 인과관계의 명료함이고, 단점은 비현실적인 단순함이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의 방법론을 취한다. 인간이 실제로 어떤 선택을 하는지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다만 실험 주제가 ‘경제학적 테마’였다. 예컨대 경제학이 가정하는 • 이기적 인간, • (감정이 배제된) 합리적 인간, • 현재 시간과 미래 시간을 같이 가치로 취급하는 것 등을 ‘실제로’ 그러한지 실험한다.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 전통적인 경제학의 가정들이 부분적으로 깨지고 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을 베이스로 하기에 특히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마케팅과 정책(정치) 분야에서 알아두면 매우 유용하다. 심리학은 다시 인간의 뇌로 귀결되고, 인간의 뇌는 다시 진화론으로 귀결된다.
2) 행동경제학 개론서
- 리처드 H 틸러, 『넛지』, 리더스북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책)
- 도모노 노리오, 『행동경제학』, 지형 (← 매우 재밌음. 강추함! )
- 홍훈, 『홍훈 교수의 행동경제학 강의』, 서해문집
- 대니엘 카너먼, 『생각에 관한 생각』, 김영사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책)
6. 한국경제의 이해를 돕는 책들
- 한국은행, 『알기 쉬운 경제 이야기』 (← 기본적인 경제 용어, 개념 설명)
- 박창기, 『혁신하라 한국경제』, 창작과비평
- 조영철, 『금융세계화와 한국 경제의 진로』, 후마니타스
- 전창환 외, 『위기 이후, 한국 자본주의』, 풀빛 (← 제도주의 경제학 관점에서 1997년 경제위기의 원인과 그 이후 한국 자본주의의 변화를 추적하는 책)
- 이근·이영훈 외, 『한국형 시장경제체제』,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김상조, 『종횡무진 한국경제』, 오마이북
- 장하성, 『한국 자본주의』, 헤이북스
- 정대영, 『한국경제의 미필적 고의』, 한울 (← 한국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
- 정대영, 『한국경제 대안 찾기』, 창비
7. 한국경제사 – 박정희 시대의 경제사적 이해
1) ‘박정희 시대’를 공부하는 것은 왜 중요한가?
현재 한국경제의 기본 구조가 그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제도주의 경제학에서는 ‘경로 의존성’이라는 개념이 있다. 한국 경제의 경로 의존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정책 형성사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2) ‘박정희 경제학’의 이해를 돕는 책들
- 남덕우, 『경제개발의 길목에서』, 삼성경제연구소
- 오원철, 『박정희는 어떻게 경제 강국 만들었나』, 동서문화사 (← 오원철 씨는 대한민국 중화학공업의 설계자로 한국 제조업 발전사의 산증인)
- 김정렴,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 한국 경제정책 30년사』, 랜덤하우스 중앙 (← 김정렴은 박정희 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했던 사람으로 경제 브레인이기도 했음)
- 김형아, 『박정희의 양날의 선택 – 유신과 중화학공업』, 일조각 (← 박정희 평가에 있어 유신은 잘못했는데 중화학공업은 잘했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김형아의 책은 ‘둘’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하나의 패키지’였음을 논증한다)
- 정상화 편, 『박정희 시대와 한국 현대사』, 선인
- 이병천 외, 『개발독재와 박정희시대』 창작과비평 (← 중도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이 쓴 책으로 1부는 경제 편, 2부는 사회문화 편. 박정희 시대의 ‘경제적 공과’가 잘 정리되어 있음)
- 김홍기 편, 『비사(秘史) 경제기획원 33년 – 영욕의 한국경제』, 매일경제신문사.
- 고승철, 『김재익 평전』, 미래를소유한사람들 (← 전두환 정부 시절, 경제정책 브레인)
3) 박정희 경제학부터 최근까지의 한국경제
-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후마니타스 (←정치학책이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책)
- 조영철, 『금융 세계화와 한국경제의 진로』, 후마니타스 (← 박정희 이후 한국경제사 부분도 정리가 잘 되어 있음)
- 강만수,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30년 – 부가세에서 IMF 사태까지』, 삼성경제연구소 (← 경제 관료 중에서도 ‘에이스’로 평가받는 강만수 전 장관의 한국경제사 회고록)
- 이헌재, 『경제가 정치다』, 로도스 (← 얇은 게 최대 매력인 책)
- 이장규, 『대통령의 경제학』, 기파랑 (← 이승만부터 이명박까지 역대 대통령의 경제정책 개괄)
- 김대중, 『김대중씨의 대중경제 100문 100답』, 대중경제연구소 (← 1971년판, 국회도서관에서 빌려 제본해야 함. 경제에 대한 한국 진보 쪽 사람들 인식의 ‘원형’을 볼 수 있는 책)
- 이영훈, 『한국경제사 Ⅰ』, 일조각 (← 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
- 이영훈, 『한국경제사 Ⅱ』, 일조각 (← 일제 강점기부터 최근까지)
- 차명수, 『기아와 기적의 기원』, 해남 (←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한국경제사 300년을 분석하는 책)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