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엔 어떻게 보이듯 상관없다는 듯 멋대로 감긴 전깃줄은 예수의 몸처럼 축 늘어졌다. 파란 하늘에 걸린 작은 교회의 십자가는 내 자취방 창문 안으로 폭 들어왔다. 원래 색이 뭐였을지 아무런 상상도 자극하지 못하는 빛바랜 십자가는 파아란 가을 하늘에 묻혀 더 비참했다. 그날은 그랬다 2학기가 시작되고 학교 앞 제기동의 허름한 옥탑에 머무르기로 했을 때, 나는 '자취'라는 대학의 로망을 실현한다는 생각에 잔뜩 들떴다. 터무니없이 싼 값에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만으로 나만의 자유를 … [Read more...] about 가난한 동네는 십자가마저 가난하다
사회
8.2 부동산 대책이 주는 메세지
거꾸로 가는 부동산 대책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부동산 '투기 열풍'을 잠재우고,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투기세력을 잡기는커녕, 성실하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젊은 실수요자들이 서울 시내에 내 집을 갖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 명백합니다. 이번 대책은 수도권의 주택 수급 현황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보고서는 '서울과 수도권의 최근 주택 공급량은 예년을 웃도는 수준으로 공급여건은 … [Read more...] about 8.2 부동산 대책이 주는 메세지
피터 드러커가 예측한 2020년
※ 이 글은 Harvard Business Review지에 실린 기사 「What Peter Drucker Knew About 2020」을 번역한 것입니다. 2014년도에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PwC에서 발표한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리더는 굵직한 시대의 변화를 발전의 기점으로 노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CEO들은 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능력 또한 언제든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 결과는 그다지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1992년 … [Read more...] about 피터 드러커가 예측한 2020년
모든 사람들이 강남 아파트에 살 수는 없다
강남 아파트 값 이대로 둬선 안 된다는 기사들이 올라온다. 그래서 찾아봤다.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기준으로 전국 주택 수 16,367,006호, 이 중 아파트는 9,806,062호, 서울 아파트는 1,636,896호다. 전국 주택의 10%가 서울 아파트다. 서울 아파트 중 강남 아파트는 133,127호, 서초 아파트는 90,084호, 송파 아파트는 111,685호로 강남 3구 아파트는 총 334,896호다. 전국 주택의 약 2%가 강남 3구 아파트다. 아직은(?) 고소득이라는 … [Read more...] about 모든 사람들이 강남 아파트에 살 수는 없다
갑질에 대응하는 우아한 을(乙)질
※ 이 글은 책 <이제는 이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의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관계를 끊는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갑은 관계를 끊을 때 을보다 훨씬 쉽게 판단하고 쉽게 결정한다. 별로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그 관계에 많은 것을 걸고 있던 을로서는 황당하고 억울하다. 자존심을 굽히고 매달려보지만 냉담한 갑. ‘갑질’, ‘억울하면 출세하세요’ 등의 말이 유행어가 된 지도 오래다. 이 상황에서 을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매달리고 읍소하는 것밖에 … [Read more...] about 갑질에 대응하는 우아한 을(乙)질
‘기억맹’을 아시나요?
※ SCIENTIFIC AMERICAN의 「Do You Suffer from Memory Blindness?」를 번역한 글입니다. 생각해봅시다. 당신은 범죄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본 것을 경찰에게 그대로 진술했습니다. 며칠 뒤, 당신이 쓴 진술을 누군가 수정하거나 부분적으로 다시 썼다고 해 봅시다. 과연 당신은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을까요? 2015년 영국에서는 이 문제가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1989년 축구 경기장에서 96명이 사망했던 힐스보로 참사에서 … [Read more...] about ‘기억맹’을 아시나요?
열등생과 문제아는 없다
1990년대 초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대학원생 조지프 브라운과 대학생 미켈 졸렛은 저명한 사회심리학자 클로드 M. 스틸 교수의 지도 아래 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 관한 내용은 클로드 M. 스틸의 『고정관념은 세상을 어떻게 위협하는가』(2014)를 바탕으로 발췌·요약하였다. 3년 전 미켈이 졸업한 로스앤젤레스의 저소득층 거주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실시한, 학생들의 시험 성적에 미치는 '인종적 고정관념의 영향'에 관한 실험이었다. 그들은 빈 교실에 백인과 흑인 … [Read more...] about 열등생과 문제아는 없다
노동자는 왜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나?
생산직: 기계는 죄가 없다 공장에서 일하는 A씨는 유압프레스에 손등을 찍혔다. 비명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뼈와 신경이 으스러졌다. 응급차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지만 오른손을 이전처럼 쓸 수는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입사 4년차, 현장에선 나름 베테랑으로 통하는 직원이었다. 스마트폰 부품들을 압착하는 기계 앞에 하루 종일 서서 일했다. 기계는 죄가 없다. 사실 이런 종류의 기계에는 작업 중 손이 끼이지 않도록 하는 안전 센서가 존재한다. 그러나 A씨는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센서를 … [Read more...] about 노동자는 왜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나?
여성혐오와 비속어: 악의 없는 것들에 대해서
1. 농담이 아니라 진짜 많은 사람이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은 이성애자 남성이고 여자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하는데 무슨 여성혐오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그냥 좀 안타깝다. 모두가 뻔히 알고 있을 이야기. 여성혐오라는 개념은 '여성에 대한 확고한 편견'까지 확장되어 사용되고 있다. 말하자면 여성을 그냥 동등한 인간으로 보는 게 아닌 모든 행위를 포함한다. 심지어 여성숭배 또한 여성혐오라는 동전의 뒷면에 불과하다. '아름다운 뮤즈'로 찬사를 보내는 … [Read more...] about 여성혐오와 비속어: 악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시각장애인 보행 체험기: 눈먼 자들의 도시
눈이 먼 남자는 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공포를 억누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눈이 먼 남자는 초조한 마음에, 얼굴 앞으로 두 손을 내밀어, 그가 우유의 바다라고 묘사했던 곳에서 헤엄을 치듯이 두 손을 휘저었다. 입에서는 벌써 도와 달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절망으로 넘어가려는 마지막 순간에, 눈이 먼 남자는 다른 남자의 손이 자신의 팔을 가볍게 잡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정하시오. 내가 잡았소.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1. … [Read more...] about 시각장애인 보행 체험기: 눈먼 자들의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