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사옥은 기업 문화의 쇼룸과 같습니다. 사무실 구조, 회의 룸, 사내 카페 메뉴를 보면 간접적이지만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그래서일까요, 코로나 이후 비대면 근무가 늘고 사무실 필요에 대한 의심이 커져가는 상황에서도 네이버의 제2 사옥 오픈 소식은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1784는 5000명이 근무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도 흥미로웠지만 ‘세계 최초 로봇 친화형 빌딩’이라는 부제가 더 눈길이 갔어요. 네이버가 로봇을? AI … [Read more...] about 1784, 네이버식 혁신을 빌딩으로 만들면
왜 “귀여우면 다” 용서될까?
글로벌 IT기업 BASH의 새 스마트폰 프레젠테이션 현장. 전 세계인이 쓰는 스마트폰 'Bashlife ver 14.3'의 핵심기능은 사용자의 생체반응으로 감정을 읽어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슬픔과 우울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감지되면 이를 해소할 컨텐츠를 즉각 띄운다. 아래처럼 말이다. 너는 내 가장 친한 친구야♪ 강당에 3~5살 아기의 목소리가 단순하게 반복되는 배경음악이 울려 퍼진다. 영상 속엔 작고 귀엽고 어딘가 억울하게 생긴(그래서 더 귀여운) 흰 강아지가 닭에게 업혀 … [Read more...] about 왜 “귀여우면 다” 용서될까?
16살 소년은 어쩌다 힙합을 발명했나
2018년 하반기 나의 큰 즐거움은 ‘쇼미더머니 777’ 본방 사수였다. 매주 금요일 술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집 가서 쇼미더머니 재방송이라도 봐야지'라며 만남을 갈무리했다. 나는 힙합 문외한이지만, 쇼미더머니를 보는 건 이제 연례행사가 되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전 세계 미디어를 장악한 힙합은 대체 어디서 왔을까? 이런 취향의 반영인지, 최근 넷플릭스가 다큐멘터리 〈힙합 에볼루션〉을 추천해줬다. TV 방송계 퓰리처라 불리는 피버디상 수상작으로, 1970년대 태어나 1980-1990년대를 … [Read more...] about 16살 소년은 어쩌다 힙합을 발명했나
전 세계가 아보카도를 이렇게나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
어느 샌가부터 인스타그램 피드를 아보카도가 점령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인스타그램을요.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양의 아보카도를 먹었을까요? 궁금증이 발동해 찾아봤어요. 작년 한국인은 아보카도 6,500톤을 먹었습니다. 재작년보다 2배, 10년 전보다 12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놀라우면서도 저도 열심히 먹어서 할 말이 없네요. 중국은 더합니다. 같은 기간 1,000배 넘게 늘며 작년에 3만 2,100톤을 먹었습니다. 원래 아보카도를 먹던 미국인들도 1년에 인당 … [Read more...] about 전 세계가 아보카도를 이렇게나 많이 먹어도 괜찮을까?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클럽에 다녀왔다
"너 베르크하인Das berghain이라고 알아?" 내가 베를린에서 한 달을 살기로 했을 때, 이미 베를린을 다녀온 사람들은 내게 이 이름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베르크하인, 베억하인, 벨카인. 한국 음가로는 다양하게 불리는 이곳은 무려 세계 클럽 랭킹 1위에 등극한 곳이다. 누구라도 호기심에 가보고 싶어 지지만, 안타깝게도 베르크하인 악명의 팔할은 엄청나게 뚫기 힘든 입장 방식 때문이다. The most exclusive nightclub … [Read more...] about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클럽에 다녀왔다
우리는 왜 플랫 화이트에 열광하나
요즘 '뜬다'는 카페에 가보면 내가 아는 말보다 모르는 말이 더 많다. 스타벅스 짬이 몇 년인데 이렇게 메뉴판이 어려울 수 있나? 플랫 화이트, 롱블랙, 그냥 블랙, 필터 커피, 심하면 피콜로, 리스트레토까지 있다. 서브웨이 주문도 어려워 블로그에 주문법을 찾아보는 이라면 이런 데서 머리가 하얘질 것이다. 그나마 플랫 화이트를 골라 직원에게 물어보니 라떼랑 비슷한 메뉴라고 한다. 똑같이 우유가 들어있으니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양이 매우 짜다. 맛은 좀 더 진하고, 화려한 아트가 올려져 있어 … [Read more...] about 우리는 왜 플랫 화이트에 열광하나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지는 런던 잔상
유럽 배낭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 중 하나는 '비 온다'라는 말을 듣고 떠올리는 풍경이 국적마다 심히 다를 수 있겠다는 것이다. 런던에서 내리는 비는 너무… 적었다. 양도 양이지만 존재감이. 사람들이 웬만한 비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더라. 오죽하면 '런던에서 비가 많이 내리는 이유는 관심받고 싶어서가 아닐까'라고 상상했다. 런더너(Londoner)들은 비가 오든 말든 거리의 몇몇이 무심하게 자신의 후드를 뒤집어쓰는 것 말고는 리액션이 없었다. 그 무심함이 재밌어서 혼자 우산을 폈다가 다시 … [Read more...] about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해지는 런던 잔상
여행이 끝나고 인생이 변했다
여행을 시작하는 이유야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이륙 대기 중인 비행기 좌석 수만큼 많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올 초에 떠난 '나의 첫 유럽 배낭여행 이유 및 목적' 항목에는 '철저한 도피성' 이 기입되어 있다. 한국의 대학교 4학년 생. 학기상 4학년 1학기를 마치고도 36학점이나 더 남아있는 기현상에, 이토록 준비되지 않은 내게 슬슬 다가오는 '취준생' 이란 꼬리표는 그야말로 공포였다. 그래서 그 꼬리표가 내 꽁무니에 질척하니 들러붙기 전에 잠깐이라도 도망치기로 했다. 물론 … [Read more...] about 여행이 끝나고 인생이 변했다
가난한 동네는 십자가마저 가난하다
낮엔 어떻게 보이듯 상관없다는 듯 멋대로 감긴 전깃줄은 예수의 몸처럼 축 늘어졌다. 파란 하늘에 걸린 작은 교회의 십자가는 내 자취방 창문 안으로 폭 들어왔다. 원래 색이 뭐였을지 아무런 상상도 자극하지 못하는 빛바랜 십자가는 파아란 가을 하늘에 묻혀 더 비참했다. 그날은 그랬다 2학기가 시작되고 학교 앞 제기동의 허름한 옥탑에 머무르기로 했을 때, 나는 '자취'라는 대학의 로망을 실현한다는 생각에 잔뜩 들떴다. 터무니없이 싼 값에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만으로 나만의 자유를 … [Read more...] about 가난한 동네는 십자가마저 가난하다
포르투, 진짜 잘한 도시 브랜딩은 이런 것이다
포르투는 우리나라의 부산에 비유할 수 있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입니다. 날씨도 좋은 데다가, 바다를 근처에 두고 큰 강을 끼고 있어 유럽 사람들에게 인기 있어요. 한국인에게는 조금 생소하지만 점점 유럽 여행이 흔해지며 '여행 쫌 한다'는 사람 사이에선 입소문이 나는 중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도시 브랜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잘했다고 소문난 플렉서블 디자인 과연 어떻게 했길래 소문이 났을까요? 포르투는 특이하게 슬로건이 없어요. 도시 이름에 마침표를 찍은 게 다죠. 포르투 … [Read more...] about 포르투, 진짜 잘한 도시 브랜딩은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