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샌가부터 인스타그램 피드를 아보카도가 점령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인스타그램을요. 도대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양의 아보카도를 먹었을까요? 궁금증이 발동해 찾아봤어요.
작년 한국인은 아보카도 6,500톤을 먹었습니다. 재작년보다 2배, 10년 전보다 12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놀라우면서도 저도 열심히 먹어서 할 말이 없네요.
중국은 더합니다. 같은 기간 1,000배 넘게 늘며 작년에 3만 2,100톤을 먹었습니다. 원래 아보카도를 먹던 미국인들도 1년에 인당 3.5kg을 먹는데, 매년 10%씩 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아보카도 수요가 공급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오버카도(overcado) 현상
음식이 원래 이렇게 ‘힙’할 수 있는 것일까요? 제가 갔던 베를린 힙한 카페들도 모두 아보카도 토스트를 팔았습니다. 사실 10년 전에도 아보카도는 존재했습니다. 멕시칸 음식에서 봤죠.
그때와 지금 아보카도 이미지는 다릅니다. 아보카도 토스트가 인스타그램을 장악했습니다. 어디에나 있다고 ‘오버카도 현상’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미국 보그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사람들은 아보카도 사진으로 이렇게 말하죠. ‘나는 아보카도를 먹는다, 고로 안녕하다.’
토스트, 샐러드, 주스, 밥 위에도… 이제 아보카도는 멕시칸 음식을 넘어 ‘힙한 브런치’를 상징합니다. 이제 전 세계 소비자는 ‘감각도 있고 건강도 신경 쓴, 꽤 괜찮은 내 주말 오후’를 자랑하기 위한 수단으로 아보카도를 원합니다.
푸드 젠트리피케이션
멕시코 미초아칸주, 한 마피아 조직원이 잘린 사람 머리 다섯 개를 클럽 안으로 던집니다. 카르텔 간 전쟁 선포죠. 우루아판 마을은 곧 경찰도 포기하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시신이 마을 길에 걸려요. 마약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그린 골드, 아보카도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아보카도를 ‘녹색 금’이라 부릅니다. 전 세계는 아보카도를 원하고, 세계 생산량 약 3분의 1이 멕시코산입니다. 돈 냄새를 맡고 마약 조직이 개입하며 농부들을 납치, 살해합니다. 아보카도 농장을 지으려 숲을 밀어냅니다. 매년 여의도 두배 넘는 숲이 사라집니다. 아보카도 농장은 숲 보다 2배 많은 물을 필요로 합니다. 땅이 못 견디기 시작합니다.
다른 아보카도 산지들도 상황이 나쁩니다. 칠레는 강이 말라 먹는 물이 위협받고, 뉴질랜드는 아보카도 도둑떼가 기승입니다. 그런데 그 아보카도를 사가는 호주는 아보카도 품귀현상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습니다. ‘2018 아보카도 대공황’이란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런 현상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푸드 젠트리피케이션’. 평범한 음식이 어느 순간 힙해지고, SNS를 타며 전 세계 수요가 폭발해 가격이 오릅니다. 생산지는 급격한 시장변화로 망가집니다. 원래 소비자는 오르는 가격에 기가 차 시장을 떠납니다. 부동산 젠트리피케이션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공정무역 아보카도?
아직 푸드 젠트리피케이션에 뚜렷한 해결책은 없습니다. 그래도 상황이 조금씩 변화합니다. 서구권 소비자들은 아보카도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유럽, 미국에서는 멕시코산 아보카도 보이콧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미국, 유럽에서 인기 있는 농작물을 기르느라 제 3세계 국가가 고통을 겪는 일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 커피 업계는 생산지 문제를 두고 소비자와 유통업자가 함께 고민한 적이 있어요. 그 결과가 공정무역 커피죠. 물론 완벽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아보카도 업계도 다 같이 고민해 올바른 절차로 기른 ‘공정무역 아보카도’가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원문: 김연수의 브런치
참고
- 「아보카도는 어떻게 세계 과일 무역의 총아가 되었을까?」, ㅍㅍㅅㅅ
- 「‘인스타스타’ 아보카도…’그런데 말입니다’」, 서울경제
- 「2017 Year in Review: China’s Avocado Market」, Produce Report
- 「How Hipster Food Trends Are Ruining the World」, Highsnobiety
- 「Blood Avocados No More: Mexican Farm Town Says It’s Kicked Out Cartels」, NP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