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홍상수의 17번째 장편영화(기타 단편 <첩첩산중>,<베네치아70> 및 <리스트>가 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보았다. 영화는 같은 설정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전개로 이어지는 두 편의 반복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두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첫 번째 이야기(이하 패턴a)는 <생활의 발견>(2002, 4번째) 이후 어느 정도 공식화된 '홍상수식 이야기'를 따른다. 영화는 남자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저명한 … [Read more...] about 홍상수의 해결 혹은 회귀, 1996-2015
영화
사물인터넷과 인간의 사랑
※ 이 글은 필자의 저서, 『구글의 달로 가는 길』 원고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사물끼리 소통이 가능하다? 모바일 다음의 기술로 회자되는 사물인터넷을 정의하자면, 사물들끼리 의사소통을 주고받으면서 ‘인간의 개입 없이’ 알아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자동화와 사물인터넷의 개념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은, 사실상 노동이 기계화된 시점부터 사물인터넷이 세상에 출현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중앙제어실에서 작업장에 발생하는 위치, 온도, 압력 등의 데이터를 … [Read more...] about 사물인터넷과 인간의 사랑
뒤늦게 ‘국제시장’을 보았다
박근혜의 말 한마디로부터 이 난리는 시작되었다. 그녀의 리터러시는 형편없을지 모르나 졸지에 한 영화를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녀가 갈라놓은 홍해의 양편에서 우리는 물고기처럼 많은 말들을 풀어놓았다. 그러나 <국제시장>을 보고 나니, 이 영화를 둘러싼 그간의 논쟁들이 그저 소음에 불과했음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를 둘러싼 소음의 풍경들은 한국 사회의 강고한 진영논리와 그에 의해 한 텍스트가 편의적으로 … [Read more...] about 뒤늦게 ‘국제시장’을 보았다
브레이브하트 속 역사적 왜곡
영화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이자, 스코틀랜드 독립전쟁의 영웅이기도 한 윌리엄 월레스라는 인물에 대해 얘기해 보자. 실제 이야기가 영화화되면서 바뀌는 부분들이 참 많은데, 이 영화도 많이 바뀐 축에 속한다. 0. 그는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농노나 서민이 아니라 귀족이다. 1. 대귀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부유하게 살았던 인물이다. 나름 위대한 삼촌이 둘이 있는데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전설적인 검사가 아니라 둘 다 카톨릭 사제다. 그리고 … [Read more...] about 브레이브하트 속 역사적 왜곡
미제사건의 재수사를 이끌어낸 영화들
9월 23일 ‘이태원 살인사건’의 용의자 아서 패터슨이 돌아왔다. 1998년 8월 한국땅을 떠난 이후 17년 만이다. 그가 미국에서의 법적 절차를 거쳐 한국으로 송환된 배경에는 영화 한 편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9년 정진영, 장근석 주연, 홍기선 감독의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이태원의 버거킹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중필 씨가 살해당한 사건을 재조명했다. 두 명의 미국인이 용의 선상에 올랐지만, 법정 공방 끝에 한 명은 무죄, 다른 한 명은 미국으로 출국해 결국 … [Read more...] about 미제사건의 재수사를 이끌어낸 영화들
드라마 속 ‘사도세자’의 변천
사도세자의 비극은 역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희한한 사건이라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의 소재로 자주 쓰였다. 어린 시절 TV에서 울부짖는 미치광이 왕자와 아들을 근엄하게 꾸짖는 늙은 왕의 모습을 다들 한두 번은 보아왔으리라. 과거 사도세자를 그린 영화와 드라마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또 그 작품들은 <사도>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봤다. 1950~2000년대까지: 영화와 드라마가 사랑한 주인공, 사도세자 필자가 찾은 사도세자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 중 가장 오래된 … [Read more...] about 드라마 속 ‘사도세자’의 변천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가 까칠한 CEO를 사로잡은 비결
“졸업생 여러분, 당신들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엿 됐습니다.” 로버트 드니로가 올해 초 뉴욕대 예술대학 티쉬스쿨 졸업식에서 했던 축사의 한 구절이다. 타임지가 올해 최고의 졸업식 연설로 꼽기도 했던 이 연설에서 드니로는 “이제 여러분 앞엔 ‘거절 당하는 인생’이라는 현실의 문이 있을 것이니 좌절하지 말고 '다음!'을 외치며 힘을 내라”고 말해 졸업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드니로는 그의 말을 연기로 보여주었다. 영화 <인턴>에서 그는 30세 여성 CEO가 이끄는 패션테크 … [Read more...] about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가 까칠한 CEO를 사로잡은 비결
잘 알려지지 않은 2차대전 영화들
며칠 후에 2차대전 동부전선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할 생각이어서, 잘 알려지지 않은 그렇지만 볼만한 영화 클립을 모아보겠습니다. 먼저 핀란드 영화인 <겨울전쟁>(1989)입니다. 핀란드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규모로 , 끊임없는 전투씬이 나오며 무장, 전차와 전투기 고증도 상당히 잘 되어 있습니다. 2차대전 직전인 1939년~1940년 겨울이 벌어진 전쟁으로, 절대적 약자였던 핀란드가 고군분투 끝에 많은 영토를 잃고서 2차대전에서 추축군에 참전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 영화에는 … [Read more...] about 잘 알려지지 않은 2차대전 영화들
홍상수의 RPG와 게임적 리얼리즘
“홍상수는 게임을 무심하게 쳐다보지만, 김기덕은 번번이 자기가 그 게임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사람이다. (중략) 홍상수는 술래가 누군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김기덕은 자기가 술래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해진다.” - 정성일, <필사의 탐독> 中 “포스트모던화는 큰 이야기의 쇠퇴를 의미한다. 큰 이야기의 쇠퇴는 사람들의 현실인식이 다양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아즈마 히로키,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 中 일본의 사상가 아즈마 히로키가 미연시게임, … [Read more...] about 홍상수의 RPG와 게임적 리얼리즘
‘제국주의의 치어리더’, 박경원의 삶
어느 소설이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소설 속 어머니의 이름이 ‘쌍년’으로 등장한 적이 있다. 왜 쌍년이었는가 하면 손자를 기대하던 할아버지에게 손녀 소식이 전해지고 쭈뼛쭈뼛 이름을 뭐라 지을꼬 여쭈자 이 할아버지 담뱃대를 집어 던지며 “쌍년이라고 불러라 쌍년이!”라고 일갈해 버려 그예 이름이 “雙年”이 돼 버린 것이었다. 남아선호의 오래된 역사 속에서 딸들은 그 이름에서부터 서글프고도 한스러운, 동시에 난폭하면서 잔인한 인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끝순이니 딸그만이니 막녀니 하는 이름이 … [Read more...] about ‘제국주의의 치어리더’, 박경원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