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유력인사들의 안희정 모친상 조문을 둘러싼 논란에서, '어쨌든 사람 된 도리로 모친상에 조문을 가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냐'는 반응이 제법 많다. 내 생각에 그런 반응은 비판론의 핵심 논리를 읽지 못했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비판론에서 가장 중요한 논지는 다음과 같다.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정권 유력인사들의 안희정 모친상 조문이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 간의 '사적인' 인간관계의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 아니라, 정치적 대표들의 '공식적인' 행사로 … [Read more...] about ‘안희정 모친상’은 조문객들 스스로가 정치적인 자리로 만든 것이다
오세라비와 리얼뉴스, 안티페미니즘, 그리고 비공개 처리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오세라비와 리얼뉴스, 안티페미니즘에 관한 포스팅을 올렸고 흥미롭게도 누군가의 신고에 의해 일시적으로 해당 포스팅이 비공개 처리된 모양이다. 페이스북은 고맙게도 내 블로그 링크로 연결되는 모든 포스팅을 잠재적인 스팸 게시물로 간주해 전부 나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귀찮은 일이지만 그게 오세라비의 지지자들이 됐든, 안티페미니스트들이 됐든 누군가에게 상당한 자극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의의가 있는 반응이라 하겠다. 그들이 언어와 논리로 대응하기보다는 … [Read more...] about 오세라비와 리얼뉴스, 안티페미니즘, 그리고 비공개 처리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페미니즘 혐오
1. 그들만의 상식 vs. 제도와 학술적 합리성 자료를 찾으러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심각한 우려를 느끼게 되었다. 원래 남초적 지향이 강한 곳인 줄은 알았지만, 현재 이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는 페미니즘(여성주의)에 대한 반감은 상상 이상으로 거의 '광기' '정신병' 급으로까지 매도된다. 일전에 몇몇 게시물에서 정리한 적이 있었지만, 남초커뮤니티에서 일베=메갈리아 ↔ '정상 시민'이라는 포지셔닝이 지난 1년 여간에 걸쳐 만들어진 방식으로 일베=메갈리아=페미니즘 ↔ '정상' '합리성'이라는 … [Read more...] about 포스트페미니즘 시대의 페미니즘 혐오
학부 교양 교육과 글쓰기 교육의 문제
※ 이 글은 조선일보에 기재된 기사 「하버드大 글쓰기 수업, 1:1로 혹독하게 가르쳐」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하버드의 시스템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아가는지는 논외로 두고, 이런 형태의 소규모 인원 대상 글쓰기 튜터링 프로그램이 교양 교육, 특히 학부 인문사회과학 단과대 교육 과정의 핵심이 되어야 하며 이에 맞춰 우리의 교양 교육 체제를 재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학부교육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편에 속하는 대학에서 다년간 배웠고 또 가르치는 과정에 … [Read more...] about 학부 교양 교육과 글쓰기 교육의 문제
폭로와 삭제: 대학(원)에서의 성추행·성범죄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한국 온라인 페미니즘의 부흥이 초래한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2016~17년에 걸쳐 문학·문화·예술·대학원을 포함한 제반 영역에서 그동안 묵인되거나 대수롭잖은 걸로 치부되고 말았던 각종 성폭력·성추행·성희롱 경험 및 그 가해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폭로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애초에 한국 온라인 문화가 미국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결코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놀랄 일이 아니지만, 유사한 폭로·고발 운동이 미국에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내 지적인 관심범위 내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는데, … [Read more...] about 폭로와 삭제: 대학(원)에서의 성추행·성범죄를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조직의 합리성에 대한 노트: 막내착취, 중간관리자, 합리적 개인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비슷한 연배의 지인들이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학생-연구자의 진로를 선택했다고 해서 직장인의 길을 가는 지인들과 교류를 중단한 것은 아니었기에 나는 종종 그들의 경험을 상당히 세부적인 지점에까지 들을 수 있었다. 모두가 엄청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내 인상에 가장 주의깊게 남은 지점은, 그들 중 많은 수가 자신의─남들이 부러워할 곳을 포함해─직장에 엄청난 불만을 가졌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성실하고 의욕이 충만했던 이들조차도 자신이 … [Read more...] about 조직의 합리성에 대한 노트: 막내착취, 중간관리자, 합리적 개인
대선 이후: 각 정치 세력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대선은 시간이 없어서 정책이든 이슈든 며칠에 한 번씩 따라가는 게 고작이었다. 그냥 오다가다 생각한 내용들을 기록해둔다. 1. 한국에서 단기간의 정치적 전망을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렵다는 걸 감안하여 아예 누가 당선될지 예측하지 않고 있다. 가끔 이번 선거를 어떻게 전망하냐고 묻는 분들이 있는데, 나는 "두 명 중 한 명이 되겠지"라고 답하고 야유를 받는 길을 택한다. 선거 결과 자체보다는 선거 뒤에 어떤 난점이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쪽이 좀 더 이것저것 그림을 그려볼 … [Read more...] about 대선 이후: 각 정치 세력의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개신교 극단주의자 문제’에 대하여
현재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은 대통령 후보가 민주공화국의 토대를 부식시키는 끔찍한 발언을 하는 광경을 보고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 이 발언을 보고 두려움과 역겨움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게는 다음 두 가지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 첫째, 나는 이번 대선 및 그로부터 정립할 다음 정권의 핵심적인 가치 중 하나가 합리성의 보존과 증진이라고 믿으며, 여기에는 박사모-홍준표 지지자들로 이어지는 우파 극단주의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인이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Read more...] about ‘개신교 극단주의자 문제’에 대하여
‘나무위키 성 평등주의 날조 사건’에 대하여
최근 흥미로운 사건으로 한국 서브컬처계 및 젊은 온라인 이용자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무위키의 “성 평등주의(Gender Equalism)” 항목(이 항목은 현재 “나무위키 성 평등주의 날조 사건”으로 개명되었다)의 조작문제가 눈에 띈다. 해당 문서 및 아름드리 위키의 “이퀄리즘” 항목, 그리고 사태의 경과를 상세하게 추적하여 기술한 페미위키의 “젠더 이퀄리즘 날조 사건” 항목 등을 참고할 수 있는 이 사건은 여러모로 곱씹어볼 가치가 있다. 개인적인 관심사를 담아 … [Read more...] about ‘나무위키 성 평등주의 날조 사건’에 대하여
김종인, “야권 주류”, 그리고 정당의 역량
1. 호오를 떠나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 중 한 명이다. 그런 점에서 8월 10일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수행한 인터뷰는 먼저 그 길이에서 눈여겨볼만한 자료에 속한다. 물론 이 인터뷰의 포인트는 나를 포함해 많은 애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시사인 천관율 기자가 설정한 명확한 주제, 즉 김종인이 상정하는 '정치세력의 통치 모델'이 어떤 것인지에 맞춰져 있다(첫 질문은 "야당에 없던 리더 유형이다"로 시작하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 [Read more...] about 김종인, “야권 주류”, 그리고 정당의 역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