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기에서 시장지배력을 추구하는 한 기업과 어느 정치인의 '협업'이 공공 시스템 전체를 망가트리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사례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201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이라면, 이명박 정부의 핵심정책이었던 4대강 사업이나 "세계적인 물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수도민영화사업처럼 몇몇 기업의 이윤보장을 위해 모든 국민에게 추가적인 비용부담을 감수하게 하는 정부정책에 이미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건 학술/연구/지식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학술 … [Read more...] about 공공 데이터베이스와 지식생태계: 누리미디어와 한 국회의원에 관하여
이번 한일협상 내용과 문제점 간단 정리
[국민일보] "한국, 위안부 유네스코 등재 추진 포기" 日 언론 '쾌재' 국민일보 기사에 언급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본정부는 "군의 행위"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한국정부가 만드는 피해자 지원재단에 10억엔을 지원한다. 그 반대급부로 한국정부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이 문제를 결론짓고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며 위안부 관련 자료의 영구 보존 및 위안부 피해 관련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일을 (한국에는 알리지 않은 채) 포기하고 … [Read more...] about 이번 한일협상 내용과 문제점 간단 정리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의 전말
메갈리아는 가끔 들어갈 뿐이지만, 국외자의 입장에서나마 최근의 '워마드의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 사태'를 간략히 정리해보았다. (※ 편집자 주: 이 글이 쓰여진 시점은 12월 17일로, 5일의 시차가 존재합니다.) 1. 사태의 큰 개요 게이 커뮤니티 내의 여성혐오적 표현이 메갈리아에서 공론화됨. 메갈리아 내에서 '똥꼬충' 등 호모포비아 남성들이 만들어낸 용어를 사용하는 게 맞는지 논쟁이 벌어짐. 정체성을 숨기고 결혼한 게이 등 한국의 복잡한 조건 속에서 형성된 … [Read more...] about 게이 아웃팅 프로젝트의 전말
대중정치의 문학적 심성
이번 안철수 탈당과정에 관련된 논평들을 보면 마치 "유명한 걸로 유명한 사람"의 기사를 읽는 기분이 든다. 다른 무엇보다도 나는 그에게 어떠한 정치적 자산이 있는지 전혀 모르겠다. 몇 가지를 열거해보자. 정치인 안철수는 현재 유의미한 당외 지지기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집단탈당 선언이 나오는 대신 그를 따라 탈당을 고려하는 의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전망만 되풀이되는 상황은, 새민련 당내에 그가 의견을 조율하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동반자 그룹이 존재하고 있지 … [Read more...] about 대중정치의 문학적 심성
12월 5일을 준비하며: 어떻게 차벽을 ‘우회’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도달’할 것인가?
12월 5일이 겨우 하루 남았다. 몸이 묶여있으므로 글이라도 써본다. 1. 지난 11월의 "민중총궐기" 시위 때 겨우 50명 정도의 연행자가 발생한 걸 두고 불법폭력이 도를 넘었다는 경찰과 우파 정권의 코멘트는 정치적인 목적을 겨냥한 과장된 제스쳐에 가깝다. 경찰들 본인이 잘 알고 있듯, 그날은 인원수를 감안할 때 오히려 충돌이 거의 없었고 오히려 심심할 정도였다고 보는 게 좀 더 공정한 평가일 것이다. 기술적으로 볼 때, 경찰은 차벽에 동원된 차량이 몇 대 망가진 것 말고는 … [Read more...] about 12월 5일을 준비하며: 어떻게 차벽을 ‘우회’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도달’할 것인가?
11.14 이후, 더 나은 집회를 위해 생각해볼 7가지
1. 2008년에 차벽("명박산성") 활용을 기점으로 경찰은 집회를 컨트롤하는 전술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종로-광화문-시청 쪽이 애초에 대규모 집회가 확산되기에 별로 좋은 지형이 아니다 보니 가능한 플랜이다. 차벽을 통해 인원이 전진하거나 빠질 수 있는 통로를 거의 틀어막아두는 것이다. 2009년부터 검토를 거쳐서 도입된 차벽보다 더 거대한 크기의 반투명 차폐막-트럭은 시위대를 더욱 완벽하게 차단한다. 2008년 여름 초반부에만 해도 집회 참가자들은 전의경들과 직접 부딪혔지만, … [Read more...] about 11.14 이후, 더 나은 집회를 위해 생각해볼 7가지
홍상수의 해결 혹은 회귀, 1996-2015
1. 홍상수의 17번째 장편영화(기타 단편 <첩첩산중>,<베네치아70> 및 <리스트>가 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보았다. 영화는 같은 설정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전개로 이어지는 두 편의 반복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두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보자. 첫 번째 이야기(이하 패턴a)는 <생활의 발견>(2002, 4번째) 이후 어느 정도 공식화된 '홍상수식 이야기'를 따른다. 영화는 남자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저명한 … [Read more...] about 홍상수의 해결 혹은 회귀, 1996-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