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정치는 가깝다. 좋은 과학자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표적인 인물은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필요할 때는 적극적으로 연대했다. 1933년 파시즘을 반대하는 연설을 했다가 과학원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정치적 행동을 자제하라고 충고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과학자들이 정치적 문제, 넓은 의미의 인간사에서 침묵을 지키라는 자네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네.” 1955년 아인슈타인은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과 함께 ‘핵무기 없는 세계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하는 선언’을 … [Read more...] about 과학은 침묵하지 않는다
문구는 죽지 않는다
당신이 사랑한 문구의 파란만장한 연대기 『문구의 모험』 김연수는 『소설가의 일』에서 이렇게 말한다. 일단 한 문장이라도 써라. 컴퓨터가 있다면 거기에 쓰고, 노트라면 노트에 쓰고, 냅킨밖에 없다면 냅킨에다 쓰고, 흙바닥뿐이라면 돌멩이나 나뭇가지를 집어서 흙바닥에 쓰고, 우주 공간 속을 유영하고 있다면, 머릿속에다 문장을 쓰자. 일단 그게 뭐든 써보라는 거다. 다음은? 매일 쓰는 거다. 소설가는 매일 쓰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소설을 쓰는 일은 몇 년이 걸리기도 하고, 십 년을 넘기기도 하고, … [Read more...] about 문구는 죽지 않는다
1,000개의 단어로 과학책을 쓴다고?
“뭔가를 설명할 수 없으면, 이해하지 못한 거다.” 빌 게이츠의 말이다. 거꾸로 말하면 “설명할 수 있으면, 이해한 것이다”라는 뜻이다. 조금 더 확대하자면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제대로 이해했다”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과학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기관이다. 이곳에는 대형강입자충돌기(LHC)라는 대형 실험장치가 있다. 50~170m의 깊이에 둥근 터널 모양으로 만든 LHC는 길이만 무려 27km에 달한다. 이 … [Read more...] about 1,000개의 단어로 과학책을 쓴다고?
‘생각의 탄생’과 13가지 생각도구
리처드 파인만은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힌다. 수많은 연구 성과를 남겼지만, 그의 가장 큰 성과는 과학의 대중화. 과학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그의 저서 『파인만 씨, 농담도 잘하시네!』에서도 알 수 있듯 파인만은 정말 농담도 잘했다고 한다. "구내식당에 앉아 있는데 어떤 녀석이 어슬렁거리다가 공중에 접시를 던지더라고요. 접시가 공중으로 올라가면서 흔들거리는 게 보였죠. 나는 접시 위에 새긴 코넬대학의 붉은색 상징이 빙글빙글 도는 걸 … [Read more...] about ‘생각의 탄생’과 13가지 생각도구
스티븐 호킹과 패럴림픽
장 도미니크 보비는 세계적인 패션 잡지 《엘르》의 편집장이었다. 잘 나가던 그는 1995년 어느 날 쓰러진다. 뇌졸중이었다.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으로 온몸이 마비됐다.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부위라고는 한쪽 눈꺼풀이 유일했다. 모두 절망할 때 그는 평생 하던 일에 다시 도전한다. 글쓰기였다. 눈을 깜빡여 알파벳 신호를 보냈다. 헌신적인 언어치료사와 당시의 첨단 의료 장비가 그를 도왔지만, 보비는 쉼 없이 눈을 깜빡여야 했다. 15개월 동안 무려 20만 번이나. 자전적 … [Read more...] about 스티븐 호킹과 패럴림픽
영화 속 4차 산업혁명, 웨어러블의 시대
모자·안경부터 시계·신발이 모두 스마트 기기? <백 투 더 퓨처2>·<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웨어러블 2016년 미 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가 ‘마침내’ 우승을 차지했다. 팬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만년 약팀의 우승에 미국 전체가 들썩였다. 그도 그럴 것이 108년 만의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응원하는 국내 프로야구팀 한화이글스도 지난 1999년 이후로 우승이 없다. 108년 동안 기다린 시카고 팬들에게 비할 수야 있겠나. 그래도 그 … [Read more...] about 영화 속 4차 산업혁명, 웨어러블의 시대
어두운 종교는 떠나고, 달콤한 과학이
언제였을까? B급 문학으로 치부하던 장르소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게. 히가시노 게이고나 오쿠다 히데오 등의 일본 소설에 흥미를 잃고,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지 않게 된 건 또 어제였을까? 장르소설에 관심을 끊은 건 아니다. 오히려 집착하고, 그 증세는 갈수록 심해지는 중이다. 나는 지금도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후속편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출판사에 왜 출간을 서두르지 않느냐는 독촉 메시지를 몇 차례 보낸 적도 있다. 밀레니엄 시리즈의 스티그 라르손이 요절하지 … [Read more...] about 어두운 종교는 떠나고, 달콤한 과학이
과학 속의 개들, 저수지의 개들
로봇 개의 장례식을 치러주었다 과연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인가 보다. 프로그래머와 엔지니어의 칼퇴가 보장되고 잉여로운 주말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로봇 개는 등장하지 않았을 거다. 더 늦게 탄생했거나. 넉넉한 돈만큼이나 사람들의 삶의 질까지 넉넉했다면 로봇 개는 그렇게 불티나게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의 주거 구조가 반려견을 키우기에 충분했다면? 로봇 개가 아니라 로봇 고양이가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필요조건이 로봇 개를 만들었다. 1999년 소니의 ‘아이보(AIBO)’는 … [Read more...] about 과학 속의 개들, 저수지의 개들
물리학으로 세상물정을 파악하는 일은 한계가 없다
'당신의 삶은 세계의 사건 중 한 조각이 아니라 세계의 사건 전체'라는 물리학자 슈뢰딩거의 말로 시작되는 노명우 교수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읽은 것은 작년이었다. 세상 이치는 다 깨우치지 못했으나 세속의 물정이야 남들만큼 안다고 큰소리를 치며 살았는데 눈앞에 닥치는 소소한 일조차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힘이 부쳤다. 작은 실마리라도 찾고 싶어 열심히 밑줄을 그었다. 노명우 교수가 『세상물정의 물리학』에 추천사를 쓴 것은 『세상물정의 사회학』으로는 세속의 이치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니 … [Read more...] about 물리학으로 세상물정을 파악하는 일은 한계가 없다
제주도의 ‘소심한 책방’, 소심한 탐방기
제주 종달리의 '소심한 책방'을 갔다. 책방도, 주인도, 심지어 손님인 나도 더없이 소심해지는 책방, 그리고 인근 카페 '바다가 안보여요'에서는 정말 바다가 안 보이더라. 책방을 좋아한다. '책방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책을 좋아한다’와 같은 뜻일까? 결국 같은 의미겠지만 ‘영화관을 좋아한다’와 ‘영화를 좋아한다’라는 말처럼 두 문장 사이에는 미세한 간극이 존재한다. 책방을 좋아하는 것은, 책뿐만 아니라 그곳의 모든 것이 좋다는 의미로 들린다. 책들이 발산하는 향기, 책 앞에 … [Read more...] about 제주도의 ‘소심한 책방’, 소심한 탐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