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이후 내 입장은 언제나 같았다. 이 사고가 벌어지는 과정에 있어서 어떠한 의지가 작동했을 것이라는 가설은 아마도 틀렸을 것이라고. 많은 이들이 세월호 사고를 일으킨 적극적인 주체를 찾아서 헤매인다. 누군가가 그 배를 가라앉혔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어떤 큰 의지가 숨어서 일을 꾸몄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한다. 배가 그냥 가라앉았다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아주 조금 … [Read more...] about 그알싶 세월호 편을 보고2: 시시한 인간들의 사소한 잘못들의 합이 가져온 비극
시사
그알싶 세월호 편을 보고
어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 편에 방영된 내용은 엄밀히 말하면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알싶 제작진이 독자적으로 오랫동안 추적, 탐사한 정보들을 내놓았다기보다는, 그간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온 여러 사람들의 작업을 재구성하여 '지상파 방송화'한 것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런 기사들을 따라 읽어오지않은 내게는, 새로운 내용이 있었다. 1주기 무렵 세월호 사건의 법정 기록을 정리한 『세월호를 기록하다』를 읽고 몇 가지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었다. 일단 … [Read more...] about 그알싶 세월호 편을 보고
세월호 2주기와 에로틱 아이러니
다애는 아침 일찍 학원에 갔나 보다. 고등학생이 되더니 제법 공부에 열의를 보인다. 기특하다 싶었는데 방에 들어서는 순간 짜증이 밀려온다. 방이 엉망이다. 침대며 책상이며 바닥이며 어디 한 군데 정리된 곳이 없다. 바닥엔 머리카락이 널브러져 있고, 책상은 책상인지 화장대인지 모를 지경이다. 학용품과 화장 용기들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다. 한숨이 절로 난다. 다정이는 모처럼 푸욱 잤나 보다. 느즈막하게 일어나서 엄마가 시킨 과업을 열심히 수행한다. 세탁기의 세탁물에 피존을 넣고, 재활용 쓰레기를 … [Read more...] about 세월호 2주기와 에로틱 아이러니
나는 세월호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나는 매일 세월호를 떠올린다 나는 매일 세월호를 떠올린다. 세월호뿐만이 아니라 씨랜드 화재,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 대구 지하철 방화, 크림빵 뺑소니를 포함한 모든 음주운전의 희생자를 생각한다. 피해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런 수많은 사건들의 전체적인 인상은 내 일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호텔이나 극장에 가면 비상대피로를 확인한다. 언젠가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방 속에 에피네프린과 주사기를 항상 휴대한다. 내가 운전하는 … [Read more...] about 나는 세월호를 다른 방식으로 기억한다
드립 감별해드립니다: 장동민의 ‘위악’
<지니어스>에 출연한 장동민을 보며 호감을 느꼈다. 직업에 대한 편견과 괄시를 능력으로 깨부수는 서사는 꽤 울림 있었고, (가부장적) 리더십과 개인의 영민함으로 우승에 이르는 모습은 쾌감을 주었다. 프로그램 바깥의 장동민에겐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았다. <지니어스>는 승리와 생존이 최우선인 세계관의 프로그램이지만 우리 사회는 (겉으로나마) 승리나 생존만을 강조하지 않는 문명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매너나 PC함을 '연기'라도 하는 것이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 [Read more...] about 드립 감별해드립니다: 장동민의 ‘위악’
20대 총선이 남긴 6가지 국민의 뜻
20대 총선이 끝났다. 최악의 공천 과정 속에 국민의 무관심까지 더해져 정치가 크게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결과는 그 반대였다. 국민은 투표로서 국민의 무서움을 보여주었고, 20대 총선은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도 따끔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최악의 공천파동 속에 보여준 국민의 최선의 선택, 그 의미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1.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공천활극의 참혹한 결과 '영남은 새누리당의 영토, 호남은 더민주의 영토'로 굳어진 이후, 언젠가부터 … [Read more...] about 20대 총선이 남긴 6가지 국민의 뜻
헬조선, 청년, 선거, 그리고 투표율
제20대 총선이 이제 얼마 뒤면 끝난다. 선거에선 본디 최근의 주요 사회적 문제 및 관심사들이 쟁점이 되기 마련이다. 요즘 가장 논란이 되는 키워드는 단연 ‘헬조선’이다. 헬조선이란 단어의 유래, 그리고 용법 등에 대해서는 수많은 글이 이미 인터넷에 존재하니 여기서는 넘어가도록 하자. 중요한 것은, 이 단어가 청년 계층이 느끼는 이 사회구조의 부조리를 한데 함축한 단어라는 것이다. 일상 대화에서,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헬조선이란 단어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에 단 하루라도 이 단어를 … [Read more...] about 헬조선, 청년, 선거, 그리고 투표율
프랑스 경찰, 한 남성에게 물대포를 조준 사격하다
※이 글은 L'OBS에 게재된 Julien Bouisset의 글 "Loi Travail : un homme âgé visé par un canon à eau en fin de manif"을 번역한 것입니다. ※특성이미지 출처: Gopal Martin 지난 3월 31일 목요일, 리옹의 벨쿠르 광장. 시위대는 엘 콤리 장관의 노동법에 반대하기 위한 행렬에 참여한 뒤 해산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몇몇은 경찰의 지시에 따르기를 거부하며 광장에 남았습니다. “최루탄이 … [Read more...] about 프랑스 경찰, 한 남성에게 물대포를 조준 사격하다
그들이 파나마 페이퍼를 보도하는 법
Wired에 올라온 Andy Greenberg의 기사다. 이 글은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전세계의 다양한 언론 기관들이 어떻게 비밀을 유지하며 파나마 페이퍼를 분석하고 보도할 수 있었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대단히 흥미롭고 재밌는 글이라 전문을 번역했다. 어제 링크했다시피, 국내에서는 뉴스타파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메가, 1.73기가, 2.6테라 Daniel Ellsberg가 펜타곤 페이퍼를 사진으로 복사해 유출하고 뉴욕 타임즈에 넘긴 1971년엔, 베트남 전쟁에 … [Read more...] about 그들이 파나마 페이퍼를 보도하는 법
동국대 한만수 교수 해임사태
무슨 일이 있었나 작년에 동국대에서는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학생들을 비롯해 여러 교수들이 총장 후보와 이사장의 ‘논문 표절’과 ‘탱화 절도’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김건중 학생은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강의실에 있어야 할 학생이 대학 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의 단식이 한 달을 넘기자 제자를 홀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한만수 교수가 단식에 동참했다. 그 역시 연구실에 있어야 할 사람이었다. … [Read more...] about 동국대 한만수 교수 해임사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