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었나
작년에 동국대에서는 총장 선임을 둘러싸고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학생들을 비롯해 여러 교수들이 총장 후보와 이사장의 ‘논문 표절’과 ‘탱화 절도’ 의혹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래서 김건중 학생은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강의실에 있어야 할 학생이 대학 본관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의 단식이 한 달을 넘기자 제자를 홀로 죽게 내버려 둘 수 없다며 한만수 교수가 단식에 동참했다. 그 역시 연구실에 있어야 할 사람이었다. 최장훈 학생이 투신 예고라는 극단적 선언까지 하고 나서야 이사회는 이사진의 전원 사퇴를 결의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었다
학생과 교수는 다시 강의실과 연구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총장 후보는 그대로 총장이 되었다.
게다가 사퇴를 결의했던 이사진은 얼마 전 한만수 교수를 직위해제 했다. 누가 보아도 명확한 보복성 징계다. 그들이 내세운 사유는 “동료 교수 상해 행위”, “이사장과 총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 “대학에 대한 직접적 비방”이다.
동료 교수 상해 행위는, 학교 측에 따르면 학생들이 이사장실을 점거했을 때 일어났다. 학생들을 비난하며 내쫓으려는 교수들이 있었고,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함께 한 교수들이 있었다. 한만수 교수는 학생들의 편에 섰다. 학교 측은 한 교수가 동료 교수를 넘어뜨려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찍고 있는 카메라들이 있었다. 한 교수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사진을 증거로 제출해 두었고 공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대체 무엇을 잘못했나
한 교수는 자신이 속한 공간이 잘못된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판단했고,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용기를 냈다.
잃을 것이 있는 한 인간이 잘못되었다고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이사회 측은, 그리고 몇몇 교수들은 그가 “부정적 여론을 확산”했고 “대학을 직접적으로 비방”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눈감고 타협하는 편에 선 이들은, 참 손쉽게 타인의 삶을 무너뜨려 버린다. 직위해제를 당해야 할 이들이 오히려 직위해제를 결의한다. 이것은 한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가혹한 폭력이다.
‘지방시(<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썼을 때 나는 모 교수에게 하라는 연구는 안 하고 왜 이런 글을 쓰느냐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에게 “오히려 우리의 삶이 연구 대상인데 이것을 외면하고 속편히 연구할 수 있습니까?”하고 묻고 싶었다. (대놓고 말하지 못했다. 나는 그만한 용기가 없는 인간이어서…)
대학은 강의실에 있어야 할 학생과, 연구실에 있어야 할 연구자를, 스스로 밖으로 일어서게 만든다. 한 교수 역시 잘못되었다는 목소리를 내고, 가능하다면 조금은 자신의 공간을 올바른 방향을 바라보게 하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학은 변하지 않았고, 오히려 당사자들을 징계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것은 ‘대학’이 아니다.
한만수 교수에 대한 징계 철회를 요구한다
나는 한 교수에 대한 징계가 자격 없는 자들이 결의한 부당한 폭력이라 믿는다. 동국대학교 당국은 한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를 철회하고, 대학의 정상화를 요구한 주체들과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올바른 길을 모색하기 바란다.
* 한만수 교수가 속한 인문학협동조합이 다음넷에서 청원을 진행 중입니다. (저 역시 인문학협동조합 소속 조합원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김민섭 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