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책을 참 많이도 읽는 아이였다 여기서 어릴 때라고 하면 초등학교–고등학교 시절을 통칭한다. 일단 책이라고 하면 뭐든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었고, 그럴수록 책 읽는 속도도 빨라져서 하루에 한 권씩 뚝딱뚝딱 읽는 일도 다반사였다. 일찍 자라고 엄마가 책을 못 읽게 하는 밤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작은 손전등을 켜고선 읽었다. 그 버릇이 남아 고등학생 때는 자습 시간 내내 문제집 아래 소설책을 숨겨놓고 몰래 읽기도 했다. 소설책이 주를 이루기는 했지만 딱히 장르를 가리지도 … [Read more...] about 책은 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재미있다
문화
비혼주의자, 스웨덴에서 ‘결혼주의자’가 되다
“그래, 언제 돈 모아서 언제 결혼할래?” 퇴사 후 엄마와 나는 인생 주기 때문에 매일 다투는 것 같아요. 모아 놓은 돈은 없고, 회사는 안 다니는 데다 지금 만나는 남자 친구와는 장거리 연애를 앞둔 대한민국 30세 여성, 바로 저예요. 엄마가 세워놓은 인생 주기에 따르면, 23–24세쯤 졸업 후 취직을 하고, 4–5년 정도 돈을 5,000만 원 정도 모은 다음, 누군가와 최소 2년은 만난 후 30살까지는 결혼을 해야 하는데, 저는 그 모든 사이클을 벗어나 버렸으니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 [Read more...] about 비혼주의자, 스웨덴에서 ‘결혼주의자’가 되다
광어 덕후가 말한다! 고급 광어 요리 10선
왜 ‘82년생 김지영’에게만 보편의 서사를 요구하는가
영화 〈82년생 김지영〉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김지영이 아이 어린이집 엄마들 모임에 참여했다가 다른 엄마들의 출신대학과 전공을 알게 되는 장면. 김지영은 그 자리에 있는 엄마들이 누구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왔고, 누구는 연기를 전공했고, 누구는 공대를 졸업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지금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한때는 모두 꿈이 있고, 직업이 있었던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깜짝 놀란다.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결국 여성이라면 어떤 대단한 성취를 이루었든, 얼마큼 열심히 공부했든, 대부분 … [Read more...] about 왜 ‘82년생 김지영’에게만 보편의 서사를 요구하는가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매일을 기록하는 습관
기록은 인간의 본성이다 타고 남을 우리는 본성이라 한다. 인간의 본성은 인종과 문화를 초월한다. 기록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무언가를 적어 남기려는 것은 숨 쉬는 존재 중에서도 인간만이 가진, 말 그대로 '종특'이다. 단지 출산과 번식을 통한 생존이 아니라, 문화를 만들어가는 그 모습이 오늘날 인류의 모습을 만들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류 최초의 기록 흔적은 약 7만 3,000년 전 그려진 그림이다. 스페인 남부에서 발견된 기존 기록보다 최소 3만 3,000년 앞선 돌조각을 … [Read more...] about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매일을 기록하는 습관
세상 평범한 핼러윈 코스튬! 일본의 ‘지미 핼러윈’
올해 10월 31일도 핼러윈을 맞아 전 세계가 들썩였습니다. 화려하고 독특한 분장과 즐거운 파티로 핼러윈 분위기를 만끽합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도쿄 시부야를 비롯 주요 도시에서 핼러윈 축제가 열립니다. 젊은이들이 갖가지 아이디어의 핼러윈 코스튬으로 무장한 채 거리에 쏟아져 나옵니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핼러윈 파티가 있습니다. 이름하여 '지미 핼러윈(Jimi Halloween)'입니다. 무시무시하고 화려한 코스튬이 아닌,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수수한 복장으로 … [Read more...] about 세상 평범한 핼러윈 코스튬! 일본의 ‘지미 핼러윈’
나는 가해자가 될 수도, 훌륭한 조력자와 동료가 될 수도 있는 남자 인간의 엄마입니다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중 하나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잔 클리볼드가 쓴 책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이제야 읽었다. 책의 초반부 3분의 1 정도는 가슴이 찢어져서 읽기가 너무 힘들었다. 읽다가 너무 우울해질 정도. 가해자의 엄마이기는 하나, 엄밀히 말하면 자식이 남들을 살해하고 자살한 사람의 엄마이기도 했다. 그저 아이를 잃는 것만 해도 부모가 겪어야 하는 이후의 애도의 과정이 상상만 해도 고통스러울 것 같다. 자살만 해도 그 고통이 어떠할지 가늠이 안 … [Read more...] about 나는 가해자가 될 수도, 훌륭한 조력자와 동료가 될 수도 있는 남자 인간의 엄마입니다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마을을 만드는 밀레니얼의 세계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넓게 아우르는 규정으로 대개 쓰인다. 흔히 세대론에서 세대 구별이 10년 단위로 이루어지는 것에 비하면 이 세대 규정은 그 폭이 제법 넓은 편이다. 규정의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은 과거보다는 세대 간의 격차랄 게 다소 희미해지고, 더 넓은 범주에서의 공통성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온라인이 삶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무척 커지면서일 것이다. 과거 세대 간 구별이 더 촘촘했던 … [Read more...] about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마을을 만드는 밀레니얼의 세계
이제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 빌어먹을 ‘열심’!
열심히 살면 좋은 날이 올까 어른들은 말했다. 열심히 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거야. 스펙, 돈, 능력, 이렇다 할 빽은 없지만 대신 내가 가진 거라고는 ‘열심’으로 풀 충전된 몸뚱이 하나뿐이었다. ‘열심‘이란 단어에 갇혀 단순, 무식하게 20대, 30대를 살았다. ‘열심‘의 가치를 일말의 의심 없이 믿었다. 나태가 두려워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했다. 잠을 줄이고, 사생활을 멀리 미뤄두고 ‘열심’이란 무기를 장착해 일에 올인했다. 그런데 열심히 살아도, 겨우겨우 그 자리였다. 난 분명 … [Read more...] about 이제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 빌어먹을 ‘열심’!
평범한 여성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일어난 변화들 ‘여자 공부하는 여자’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 씨의 미래는 표면적으로는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는다. 경제 사정도 나쁘지 않고, 육아에도 비교적 충실한 남편이 있고, 경력 단절이 일어났지만 재취업할 일자리도 있다. 그렇다면 김지영 씨의 인생은 다시 날개를 달 수 있을까? 단언컨대 여성들은 '아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여전히 주 양육자를 여성으로 가정하는 현실에서 가사와 육아에 대한 부담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경력단절이 된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남자 동료들보다 훨씬 더 많이 … [Read more...] about 평범한 여성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일어난 변화들 ‘여자 공부하는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