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골고루 다 잘 먹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식성이 바르고 좋은 아이였다. 편식하는 것 없이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서 어른들의 예쁨을 받았다. 나는 먹는 게 좋았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배웠지만, 단맛, 쓴맛, 신맛 등 다양한 미각을 즐기는 게 좋았다. 초등학교 때 혀의 특정 부위에서 어떤 맛이 느껴지는지 배운 적이 있는데, 그게 너무 신기해서 음식을 혀 위에 두곤 맛을 음미하곤 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 [Read more...] about 환경을 위해서 편식하겠습니다
떳떳한 인생의 첫 F학점
국영수사 내신 1등급, 올 A+ 내가 인생에서 가장 명확했던 목표를 가졌을 때는 학생 때였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내신 및 수능 성적을 잘 받아야 했고, 대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고 취업을 잘하기 위해 A+를 목표로 했다. 학교 책상 한 모퉁이에, 책상 앞에, 지갑 곳곳에 부적처럼 1등급이 적힌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인생에서 1등급이 아닌 2등은 목표로 해서는 안 되었다. 한 번 미끄러지는 순간 내가 목표로 했던 것들을 놓칠 테니까. 성적표에 F가 새겨지는 순간, 지울 수 없는 낙인이 … [Read more...] about 떳떳한 인생의 첫 F학점
더 이상 쿨하지 않기로 했다
Hej, Välkommen 2016년 8월, 그토록 오고 싶었던 북유럽 스웨덴에 터를 잡았다. 한국은 한창 한 여름일 때 이곳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영어도 한국어도 아닌 난생처음 보는 언어에 둘러싸이자 비로소 스웨덴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2년간의 낯선 곳에서의 항해. 항해의 목표는 이때까지 살아왔던 삶과는 180도 다른 삶을 사는 것이었다. 일명, 청개구리 같은 삶이라고 이름 붙였다. 어렸을 적 많이 들었던 청개구리 전래동화에서 청개구리는 무엇이든 부모님이 시키는 반대로 행한다. … [Read more...] about 더 이상 쿨하지 않기로 했다
더 이상 행복을 찾지 않는 대신에
행복의 기원 어렸을 적부터 항상 행복에 관심이 컸다. 누군가 '너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라고 물으면, 항상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어'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 행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도 못하고 막연하게 행복한 삶을 꿈꿨다. 행복은 나에게 절대 선이었다. 인간이면 누구나 마땅히 추구할 권리. 고등학교 시절 윤리 교과서에서 만난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산다고 했고, 나는 그가 주장한 목적론적 삶에 매료되었다. 행복은 실체가 없었지만, 삶에서 … [Read more...] about 더 이상 행복을 찾지 않는 대신에
꼭 또래랑만 친구 하란 법 있나요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한국에서 새로운 사람을 처음 만날 때 어색하게 이름을 교환하고 나면, 나는 더 어색하게 서로의 나이를 물어보곤 했다. 그런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나이에 따라 부르는 호칭이 달라지고 위계가 서기 때문에 상대의 나이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특히 상대가 내 또래인 경우엔 그게 더 중요했다. 얼굴만으로 나보다 어른인지 아닌지 가늠할 수가 없으니까. 스웨덴에서는 새로운 사람을 처음 만날 때 나이를 물어볼 일이 없었다. 서양에서는 … [Read more...] about 꼭 또래랑만 친구 하란 법 있나요
의도된 휴식, 스웨덴 피카
오늘 다들 커피 한 잔씩 하셨나요? 사실 커피 한잔하며 쉬는 것은 스웨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일상이 된 문화인데요, 스웨덴식 커피 브레이크인 피카(fika)는 뭐가, 어떻게 다를까요? 왜 다른 나라에서도 피카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일상생활하면서 밥 먹고, 혹은 마음 내킬 때 커피 한잔하시죠? 그런데 피카는 단순히 커피 한잔하는 시간이 아니에요. 일상에서 ‘정해진 휴식 시간’이죠. 커피나 달콤한 디저트를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유대를 쌓는 시간이에요. 피카 … [Read more...] about 의도된 휴식, 스웨덴 피카
스웨덴 대사관에서 찾은 퇴사 해결책
직원 카드를 찍고 두 번의 철제 보안 문을 통과하자 보통의 직장과는 다른 풍경이 보인다. 팀별로 빽빽하게 놓인 책상 대신 개인 사무실이 보인다. 대표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비슷한 크기의 개인 사무실을 가졌다. 각 사무실에는 외부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람도 있고, 서서 근무하는 사람이나 앉아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 어라? 서서 근무하던 사람이 책상 한쪽 스위치를 누르더니 책상을 앉기 편하게 맞춘다. Hi, Dohee. 안녕, 도희. 직급에 상관없이 직원들은 서로의 이름을 부른다. 꽤 낯선 … [Read more...] about 스웨덴 대사관에서 찾은 퇴사 해결책
나는 의도적인 편식을 한다
모닝콜이 울리고, 눈을 뜨자마자 우리는 먹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끼 우리의 배꼽시계는 늘 비슷한 시간에 울린다. 생존을 위해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에너지를 얻기도 하고, 다양한 미각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음식을 먹기도 한다. 그만큼 먹는다는 것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행위이며, 먹기 위해 살고, 살기 위해 먹는다고도 할 수 있다. 나도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특히 편식을 잘하지 않고 … [Read more...] about 나는 의도적인 편식을 한다
북유럽 마트에서는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다?
선택 장애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 선택이 어려운 상황을 빗대는 말이다. 거리에 즐비한 수많은 레스토랑, 인터넷에 넘치는 수많은 맛집 추천 글을 보면 저녁 메뉴 하나를 정하기도 굉장히 버겁다. 하나의 선택지만 있으면 그것만 선택하면 되는데, 선택의 자유가 늘어날수록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하나의 선택지만 존재한다는 것은 선택의 자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선택을 고민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는 시간도 절약하고, 심리적으로도 더 편할 때도 있다. 그런데 나는 저녁 메뉴를 정할 때보다 … [Read more...] about 북유럽 마트에서는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일이 없다?
이스라엘 친구가 한국에서 강제 채식주의자가 된 사연
"비숑이야?" "오, 어떻게 알아? 응 비숑이야." "나도 비숑을 키워." "아, 정말? 몇 살인데? 우리 강아지는 1살이야, 이름은 봉구야." "우리 강아지는 3살, 이름은 차이야." "어느 나라에서 왔어?" "이스라엘에서 왔어. 한국에 12일 동안 출장 왔어." 그와 나의 대화는 우리 강아지 봉구 덕분에 시작되었다. 화창한 일요일 강아지 봉구를 데리고, 엄마와 함께 경복궁으로 산책을 갔고,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가깝게 접했다. 비숑이라는 공통분모로 이야기를 … [Read more...] about 이스라엘 친구가 한국에서 강제 채식주의자가 된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