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을 장식한 가슴 따뜻해지는 드라마 <스위트 홈>을 드디어 모두 시청했습니다. 감상과 함께, 드라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드라마와 영화 사이에서 이번에 제작된 <스위트홈>은 이응복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지금까지 제작된 넷플릭스 드라마를 살펴보면, 영화감독이 연출한 드라마와 드라마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가 있습니다. 두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는 에피소드의 개수입니다. <인간수업>과 <스위트홈>은 … [Read more...] about 넷플릭스가 300억을 투자한 이유
문화
소음과 정보, 그리고 지식 사이에서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얻습니다. 모바일에서, 컴퓨터, TV, 혹은 책을 통해서 하루 종일 읽습니다. 유튜브, 네이버,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원하는 정보는 무엇이든 얻을 수 있죠. 요즘에는 찾지 않아도 알고리즘에 의해서 좋아할 만한 정보가 스스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우리가 원할 것들을 학습해서 보여주는 알고리즘이 점점 정확해지고 있죠. 그래서 생각보다 일상생활에서 '읽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누군가가 올린 영상과 글을 보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가기도 하죠. 지식의 … [Read more...] about 소음과 정보, 그리고 지식 사이에서
한류와 혐한 사이에서: “사랑의 불시착”이 불러온 4차 한류 붐 이야기
내 주변의 한류 팬 3인 3색 1. 테니스 메이트 N상,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콘텐츠 중심 소비자' 40대 초중반의 N상은 테니스라는 취미 생활을 통해서 알게 된 지인이다. 순수하게 운동이라는 취미생활을 통해 만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끝에는 '한류 드라마'가 있었다. 본인이 한류 드라마를 많이 보는데, 회사에서도 한국 남자들이 너무 멋있다고 여직원들이랑 이야기하고 있으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남편이 옆에서 화를 낸다고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한국 남자들이 자상하게 … [Read more...] about 한류와 혐한 사이에서: “사랑의 불시착”이 불러온 4차 한류 붐 이야기
찌질함에 대하여
스무 살 여름방학 이후부터 스물한 살 겨울까지 치킨이 주메뉴인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최저시급은 3,770원이지만 암흑세계에서 형성된 다크 시급 2,800원만 줘도 별문제 되지 않던 시절이다. 주 4일. 월수금토. 오후 5시부터 새벽 4시까지. 마감하고 나면 해 뜨는 걸 보며 귀가한다. 서른다섯 테이블을 혼자 뛰어다니며 열두 시간을 밤새 일해도 하루 일당이 3만 5,000원을 밑돈다. 부모님께서 주시는 용돈이 모자라지도 않았다. 내 욕심이었나. 생각해 보니 공부를 열심히 … [Read more...] about 찌질함에 대하여
두 손의 자유를 위하여, 컵홀더의 역사
컵홀더는 콜라에 바퀴를 달아주었다 코로나는 식당의 풍경을 바꾸었다. 매장은 테이블과 의자를 줄이고, 사람 대신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줄을 서는 시대다. 드라이브 스루로 저녁에 먹을 치즈버거 세트를 시켰다. 조수석에 햄버거 봉지를 던져두고 콜라는 컵홀더에 꽂아둔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 차에서 먹고 마시기 시작했을까? 밥을 먹고 싶다고요? 일단 내리세요! 1940년대까지 미국에서 자동차는 단순히 사람을 옮겨주는 이동수단에 불과했다. 그 안에서 먹고 마시는 행동은 상상조차 … [Read more...] about 두 손의 자유를 위하여, 컵홀더의 역사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을 두려워한다
나는 디즈니 영화 중 『미녀와 야수』를 가장 좋아한다. 그 이유는 거의 하나로 수렴하는데, 주인공이 '책을 읽는 여성'이고, 그녀가 책을 따라나서는 듯한 여정이 이 이야기의 중심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어딘지 '이상하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그녀는 마을의 관습적인 삶 바깥에 존재하는 듯 그려진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책을 읽었기 때문에, 마을 바깥을 꿈꾸고, 가부장의 정점과 같은 개스톤을 거부하고, 거대한 서재가 있는 야수의 집에 … [Read more...] about 사람들은 ‘책 읽는 사람’을 두려워한다
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2,800km를 걸어간 소년 이야기
빨간색 비니에 흰색 마스크, 짐이 가득 찬 백팩. 아직 앳되어 보이는 소년이 길 위에 서 있다. 11살의 로미오 콕스는 이탈리아에서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선다. 할머니는 영국에 있었고 코로나19로 비행 편이 막히자 직접 걸어가기로 했다.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을 가로지르는 꽤 긴 여정이나, 할머니를 만나겠다는 소년의 의지는 강했다. 로미오는 93일 동안 2,800km를 걷는다. 이 동화 같은 모험에 더 깊이 몰입하게 할 7가지 이야기를 … [Read more...] about 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2,800km를 걸어간 소년 이야기
잃어버릴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나의 문어 선생님〉
흔히 세간에서는 어리석고 바보 같은 사람을 두고 ‘새대가리’ 혹은 ‘붕어대가리’ 같은 비하의 말을 사용하곤 한다. 아마 새나 물고기가 기억력이 나쁘고 지능이 낮다는 인식에 기반한 표현일 것이다. 그런데 이 말들은 사실 옳지 않다. 정치적 올바름의 여부를 떠나 ‘팩트’적 측면에서 그러하다. 실제로 조류나 어류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머리가 좋다. 새는 옷차림이나 행동만으로 인간을 구분할 수 있으며, 자신의 영역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지능적인 다양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까치나 까마귀와 … [Read more...] about 잃어버릴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는 〈나의 문어 선생님〉
소위 ‘여류문학’과 박서원, 그리고 페미니즘
자기 고유의 언어를 가진 자들이 그 언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변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시인은 지식을 말하지 않더라도 지식인의 형태를 띠게 된다. 순수/참여 같은 분류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세상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든 시는 그 시대의 정신과 분위기를 담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인이 순응과 퇴행을 택하느냐, 전진 혹은 전복을 택하느냐는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화두다. 노혜경 시인의 『그러나 최소한 나는 저항한다』를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두 번 … [Read more...] about 소위 ‘여류문학’과 박서원, 그리고 페미니즘
집콕의 시대, 나만의 독서 리듬을 찾아서
내 가장 오래된 기억 중 하나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 그 옆구리에 최대한 빈틈없이 바싹 붙어 꼼틀거리던 순간이다. 매일 밤 딸기우유 하나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들고 가면 엄마는 잠들 때까지 책을 읽어줬다. 그렇게 (이를 안 닦고) 바로 잠든 탓으로 충치 치료를 하느라 꽤나 고생을 해야 했지만... 하여간 나는 그 매일의 이야기 속에서 꼬물꼬물 자랐다. 스물몇 해가 훌쩍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내 외연의 확장은 거의 책에 기댔다. 예전만큼 책에 파묻혀 있지는 못하고, 또 더 이상 책에서 … [Read more...] about 집콕의 시대, 나만의 독서 리듬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