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등급제의 탄생 고기장사를 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손님들은 소고기에서 육색, 육향, 육질, 풍미 이런 것을 다 떠나 질기면 싫어합니다. 고기가 질기다면 욕먹어도 아무 말 못 하게 됩니다. 물론 연도 말고 풍미 같은 것을 즐기는 손님도 계시긴 하지만 매우 소수입니다. 1970~1980년대부터 축산업에 종사해 오신 분들께 여쭤 보았습니다. 예전부터 부드러운 소고기, 즉 마블링 있는 소고기에는 값을 더 쳐줬다고 하더군요. 그것에 명확한 기준이 없이 가격이 결정되니 정부는 … [Read more...] about 억울한 마블링을 위한 변론
문화
매 안 맞고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월을 기다리며 나는 들떠 있었다. 그전부터 뭔가를 하고 싶어 하면 어른들이 항상 말했으니까. “그런 건 대학에 가면 다 할 수 있어.” 이 말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스무 살이 되면 무엇이든 할 기회와 자유가 열린다고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어차피 돈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들어왔는데 정작 아무것도 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건 그와 관련된 상품을 소비한다는 … [Read more...] about 매 안 맞고도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어
나는 종종 5,500원짜리 커피를 먹는다
틈만 나면 커피로 시비다. 커피를 달고 사는 나로서는 속상하다.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나는 동네 앞 1,500원짜리 커피를 먹는다. 나도 맛있는 커피가 뭔지 안다. 합정동 근처 어느 카페에서는 커피를 5,500원에 판다. 정말 맛있다. 이따금 그걸 먹으러 간다고 이야기하면 무슨 커피를 그 돈 주고 먹느냐고 하겠지만, 그냥 맛있어서 간다. 대신 자주 못 간다. 나도 그게 커피값 치고는 비싼 걸 안다. 1,500원짜리 커피에 그윽한 향 따위가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아침마다 커피를 … [Read more...] about 나는 종종 5,500원짜리 커피를 먹는다
타인의 취향을 배려하는 문화
우리나라는 한민족이라는 미명 아래 지난 오랜 세월을 무언가 하나의 공통된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재단해 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소설 중 맨부커상이라는 세계적인 상을 받은 작품의 제목은 '채식주의자'이며, 소설의 초반을 이루는 에피소드는 고기를 잘 먹던 주인공이 난데없이 채식을 한다는 장면이다. 그리고 남편을 비롯해 엄마와 아빠, 그 외 기타 가족들은 채식을 하겠다는 주인공에게 무리하게 고기를 주입하려 하는 민망스러운 장면이 연속적으로 나열된다. 외국, 그중에서 상당히 많은 … [Read more...] about 타인의 취향을 배려하는 문화
욜로(YOLO)의 두 얼굴
지금 현재의 행복에 충족하며 살고 계신가요? 아니면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희생의 현재를 살고 계신가요? 사실 전자든 후자든 옳고 그른 것은 없습니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가치관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삶의 주인공은 본인이어야 합니다. 부모도 자식도 이런 측면에서는 타인입니다. 과거 많은 사람은 미래를 위해서 현재를 희생했습니다. 좀 더 넓은 집으로 가기 위해서 사고 싶은 옷을 사지 않고 저축을 했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정말 … [Read more...] about 욜로(YOLO)의 두 얼굴
영화관 팝콘의 비밀
영화관 하면 생각나는 것은 무엇인가? 영웅들이 나뒹구는 액션 영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아니다. '팝콘'이 먼저 떠오르는 건 기분 탓일까? 옥수수 곡물을 압력으로 튀겨 만들어낸 간식 팝콘은 영화관 수익의 무려 50%를 차지한다. 연인 및 가족의 구매가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영화를 볼 때 왜 팝콘을 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영화관이 팝콘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넛지 전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볼 때 팝콘을 … [Read more...] about 영화관 팝콘의 비밀
한국 여자들이 습관적으로 마주하는 성희롱
일전 한 여배우가 술자리에서 술을 따르라는 감독인지 피디에게 분노해서 쌍싸대기를 날린 이유로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관련한 기억이 하나 있다. 본인이 뭐 연예인도 아니고 방송국 사람도 아니지만 아무튼 아주 가끔 방송이라는 것을 경험하면서 ‘아 정말 이 바닥이 X나 지저분하구나’라는 것을 단적으로 느꼈던 경험이었다. 고정패널로 출연했던 한 방송이 있다. 공중파 방송국의 파일럿 플랫폼(이런 표현이 맞나 싶은데 아무튼 실험적인 형식의 모바일로 시청할 수 있는 방송이었고 지금은 … [Read more...] about 한국 여자들이 습관적으로 마주하는 성희롱
용, 용손, 한국 용의 특징은 무엇일까?
괴물 백과 사전에서 많은 괴물을 다루었습니다만, 조선 초기 책인 ‘동국여지승람’에서 당시 조사 되었던 지역별 설화, 전설을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괴물은 단연 ‘용’이었습니다. 요즘도 어지간한 우리나라 산에는 용이 올라갔다는 계곡이라든가, 용이 나왔다는 구멍, 용이 사는 연못 같은 것들은 하나씩 전설로 내려오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중국 고전에서는 예로부터 용이 임금의 상징이라든가, 용이 승천한다든가, 용이 비를 내리게 한다든가, 아주 옛날에 용을 길들이던 사람이 있었다든가 … [Read more...] about 용, 용손, 한국 용의 특징은 무엇일까?
“날 사랑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제발 사랑해줘. 그런데 네가 상처받는 건 괜찮아.”
한 헐리우드 가수가 한국 남자 아이돌의 노래를 자신의 콘서트에서 부른 적이 있다. 이들은 더 나은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아시아인 얼굴' 분장을 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을 흉내 내기 위해 검은 가발을 쓰고, 피부색은 노랗게 했으며, 눈도 찢어지게 아이라인을 그려놨다. 한국 보이밴드의 특징인 '메트로 섹슈얼' 이미지를 강조하는 옷차림과 몸짓까지 선보였다. 콘서트에 있었던 아시아 출신 관객들이 인종 차별이라며 비난하자, 놀리려는 의도가 아닌 공연과 예술을 위한 순수한 의도였다는 변명을 … [Read more...] about “날 사랑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제발 사랑해줘. 그런데 네가 상처받는 건 괜찮아.”
‘라이프 스타일’, 살다 보면 생기는 것
라이프 스타일 ‘라이프 스타일’, 우리말로 옮기자면 ‘생활양식’ 정도 되겠다. 입고, 먹고, 사는 전반적인 생활의 방식 또는 콘셉트랄까, 뭐 그런 거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라이프 스타일의 종류가 지금처럼 다양하게 용어화되지도 않았고, 심지어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단어조차도 지금처럼 흔하게 사용되지 않았다. 그 시절에도 분명 모두가 모두의 ‘라이프’를 살아내고 있었을 텐데. ‘스타일’이라는 것을 대표적인 특징으로 말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변주와 경계의 모호성 때문에 그 실체는 저마다 … [Read more...] about ‘라이프 스타일’, 살다 보면 생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