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알바를 다 해보았다. 스물한 살 때였을까, 나는 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알바를 구했다. 나름 틈틈이 공부도 해야겠단 생각에 고른 곳은 '보안 근무'였다. 그가 2004년쯤이었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 140 정도의 월급을 손에 쥐여준 것 같다. 당시로 치면 많이 쳐준 액수였지만 따지고 보면 많지는 않았다. 일하는 시간이 워낙 길었기 때문이다. 당시 근무는 '주주야야휴'로 돌아갔다. 5일에 한 번씩 쉬니까 많이 쉰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전 8시까지의 야간 근무를 마치고 … [Read more...] about ‘인천국제공항’이라는 신분은 얼마나 공정한가?
엄마는 재난지원금이 싫다고 하셨어
1.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중순부터 엄마는 가게 문을 닫았다. 엄마는 그냥 별볼일 없는 자영업자였다.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뉴스는 '재난이 사회적 취약층을 먼저 덮쳤다'고 말했다. 엄마는 5월까지 쭉 영업을 쉬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겠지만 자영업자는 더하다. 수입이 0원이 아니라 마이너스가 된다. 가게세 등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 2~300정도 되었다. 여기에 생활비를 더하면 매월 500씩 빠져나갔다. 코로나 때문에 벌지 못하는 돈은 별개로 쳐도 두달 동안 거의 … [Read more...] about 엄마는 재난지원금이 싫다고 하셨어
“이번 정부, 늦어도 다음 정부 안에는 동성 커플이 부부에 준하는 법적 보호를 받게 될 겁니다”
이번 정부, 늦어도 다음 정부 안에는 동성 커플이 부부에 준하는 법적 보호를 받게 될 겁니다. 요새 내가 주위에 자주 하고 다니는 말이다. 예언 같은 말은 아니다. 사회의 발전 속도가 빠르니까 그렇지 않겠냐는 추측도 아니다. 내가 요새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만 2년을 채워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초창기 냈던 잡음을 기억한다. 그는 사회 진보적 이슈에 말을 아꼈다. 중간자 흉내를 냈다. 위험을 각오하고 '맞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 그는 … [Read more...] about “이번 정부, 늦어도 다음 정부 안에는 동성 커플이 부부에 준하는 법적 보호를 받게 될 겁니다”
너에겐 ‘달그닥 훅’ 하고 쉬웠겠지만…
나태한 우리는 죄인이었다 그건 사치라고 했다. 친척들은 제 형제가 남기고 간 자식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대학을 진학하겠다는 내 결심이 전해진 후였다. 물론 나도 알고는 있었다. 대학 등록금은 우리 엄마의 석 달 가까이의 월급을 쏟아부어야만 마련할 수 있었고, 우리 엄마 월급으로는 나말고도 엄마와 동생도 살아야 했다. 어린 나이에 그 말은 적잖이 속상했지만, 그게 ‘어른들’의 현실적인 충고란 사실은 설명해주지 않아도 되었다. 그 말을 한 게, 내 양육을 포기한 아비의 형제들이란 점이 조금 … [Read more...] about 너에겐 ‘달그닥 훅’ 하고 쉬웠겠지만…
나는 종종 5,500원짜리 커피를 먹는다
틈만 나면 커피로 시비다. 커피를 달고 사는 나로서는 속상하다. 이제 어엿한 직장인이지만 나는 동네 앞 1,500원짜리 커피를 먹는다. 나도 맛있는 커피가 뭔지 안다. 합정동 근처 어느 카페에서는 커피를 5,500원에 판다. 정말 맛있다. 이따금 그걸 먹으러 간다고 이야기하면 무슨 커피를 그 돈 주고 먹느냐고 하겠지만, 그냥 맛있어서 간다. 대신 자주 못 간다. 나도 그게 커피값 치고는 비싼 걸 안다. 1,500원짜리 커피에 그윽한 향 따위가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아침마다 커피를 … [Read more...] about 나는 종종 5,500원짜리 커피를 먹는다
샅샅이 뒤져도 여성 임원 대상자가 없다고 말하는 기업들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여성 할당 공약에 공기업들은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샅샅이 뒤져도 대상자가 없다”고 말한다.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닐 수 있다. 공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소위 ‘승진코스’란 게 존재한다. 임원은 한 업무만 파악해서 일 처리를 할 수 없기에 순환보직을 돌고 여러 업무를 파악한다. 소위 이 코스를 밟아야만 임원의 ‘후보’가 될 자격을 얻는다. 명시적인 것은 없을 테지만 암묵적으로 존재한다. 실제로 이 기사에서 말하듯, 여성은 채용에서부터 차별을 받아왔을 것이다. … [Read more...] about 샅샅이 뒤져도 여성 임원 대상자가 없다고 말하는 기업들
임산부의 자격
가끔 노약자석에 앉은 젊은 여성을 본다. 거의 대부분 임산부 배지를 가방 위에 올려놓고 그 가방은 다시 무릎 위에 올려놓는다. 십중팔구가 그랬다. 지나가던 누구에게라도 잘 보이게 올려진 임산부 배지로 증명하고 싶었던 건 무얼까? 어떤 젊은 사람이 노약자석에 앉을 수도 있다. 그는 오늘 하루 녹초가 되게 피곤했을 수도 있고 몸이 아파 조퇴하는 길일 수도 있다. 장애가 있었을 수도 있고, 임신 초기인 데다가 증명할 배지를 발급받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들과는 상관없이, 그 자리에 … [Read more...] about 임산부의 자격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서 노동청에 간 적이 있다
2014년에 첫 취업을 했다. 이게 취업이 맞는지 모르겠다. 당시 나는 뭐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나에게 큰 해를 가할 것 같았다. 정신적으로 아주 크게 위축되었다. 면접 당시 느꼈던 회사의 분위기는 아무래도 이상했다. 이상한 걸 알았지만 그거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회사는 내 첫 출근 날부터 내가 얼마를 받을지 제시하지 않았고 나는 그냥 무작정 일을 했다. 물론 박봉일 건 예상했다. 한 달 정도가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월급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얼마 받는지 알고 싶다고 했더니 팀장은 '아무도 … [Read more...] about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서 노동청에 간 적이 있다
당신이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심했을 때
하루에 두번 선이와 투닥거렸다 하루에 두 번 선이와 투닥거렸다. 선이는 많이 아팠다. 외이염을 앓고 있었는데 귓속에 문제가 있는 병이라고 한다. 그걸 내가 안 건 선이 귓밖으로 진물이 튀어나왔을 때였다. 다급하게 병원을 데리고 갔는데 의사 선생님은 '어린애인데 좀 많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날 나는 말도 못 하는 고양이한테 하루 종일 미안하다고 말했다. 처음엔 그냥 연고 치료만 했다. 아침과 밤마다 서툰 방식으로 선이 귓속에 연고를 집어넣어야 했다. 여느 고양이에게서 쉽게 들을 수 … [Read more...] about 당신이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심했을 때
그래서 타블로의 진실은 밝혀졌습니까?
예전에 선거 관련 일을 할 때, 본의 아니게 관리계정으로 올라오는 ‘아고라 발’ 글들을 많이 봤다. 그때는 세월호 사건이 막 터졌던 2014년 4월이었다. 여러 가지 설이 난무했다. 국면 전환용 자작극이란 말부터 시작해서 잠수함 충돌설까지. 모든 설은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나름의 근거들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때 올라오는 거의 모든 설들을 의도적으로 믿지 않았다. 이야기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빈자리는, 누가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쉽게 달라질 수 있었고 그 당시에는 이 … [Read more...] about 그래서 타블로의 진실은 밝혀졌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