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초등학교 내내 개근상을 탔을 정도로 모범적인 사내였다. 하지만 나에게도 숨겨준 비밀이 있었으니. 집에서는 나무늘보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는 겨울방학이 되면 더욱 심해졌고, 이불 밖은 전쟁이라도 난 듯 꼼짝하지 않았다. 게으르다는 생각마저 부지런하게 느껴질 게으름. 그것이 나의 숨은 정체다. 먹기도 귀찮아... 모두 음료가 되었으면 귤껍질을 까는 것조차 내게는 고된 노동이다. 세상은 우리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킨다. 어째서 음식을 먹을 때 움직여야 하며, … [Read more...] about 세상의 모든 음식이 음료수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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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필요한, 청첩장의 변신
한 해에 몇 쌍이 결혼식을 올리는지 아시나요? 통계청에 따르면 올 한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혼인 수는 약 20만 쌍에 이른다고 합니다. 1쌍 평균 400장의 청첩장을 인쇄 제작한다고 했을 때, 1년 동안 사용되는 종이의 양은 8천만 장 이상이 됩니다. 해가 거듭될수록 결혼하는 커플의 수가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양의 종이가 청첩장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는 것이죠. 종이 사용을 최소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청첩장 브랜드가 있습니다. 분위기 좋은 카페가 옹기종기 … [Read more...] about 작지만 필요한, 청첩장의 변신
‘윤식당 2’ 영업 이틀째, 푸드 블로거도 반한 한식
윤식당 2 영업 이틀 째, 윤식당을 방문한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보다 금요일 밤이면 기다려서 보는 방송 <윤식당 2>를 이번에도 '본방 사수'했다. 비록 몸은 한국에 묶여 있지만, 눈과 마음만은 스페인의 가라치코를 방문한 기분으로 <윤식당 2>를 보았다. 가라치코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에서 본 여유가 너무나 부러웠다. <윤식당 2> 2회에서는 윤식당을 방문한 여러 손님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중에서도 내가 유독 눈이 갔던 인물은 카메라를 들고 … [Read more...] about ‘윤식당 2’ 영업 이틀째, 푸드 블로거도 반한 한식
가장 디즈니스러운 픽사 영화 ‘코코’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픽사의 19번째 장편영화 <코코>는 역대 픽사의 작품 중 가장 디즈니스러운 작품이 아닌가 싶다. 물론 픽사의 작품들이 디즈니가 다뤄오던 가족주의를 놓은 적은 없다. 그것의 형태는 <토이스토리> 속 장난감들의 연대나 <몬스터 주식회사>의 종족을 뛰어넘는 유사 부녀관계와 세대 격차를 넘는 <업>의 유사 부자 관계, <니모를 찾아서> 속 이방인 및 장애인과의 연대, 결국 가족으로 회귀하는 … [Read more...] about 가장 디즈니스러운 픽사 영화 ‘코코’
개발자가 깨달은 스트레스 없는 직장생활에 대하여
공기업 생활을 13년간 하고 팔자에도 없는 사기업 생활에 도전한지도 어언 삼 년이 훌쩍 넘었다. 새해를 맞아 그 삼 년 간 깨달은 것을 몇 번에 걸쳐 적어 보려고 한다. 오직 그저, 까먹기 전에. 아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도 모를 교훈들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께서는 모름지기 '인생은 케바케'라는 대전제에 입각하여, 지나치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아달라는 당부 말씀도 드리고 싶다. 세상에는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들이 차고 넘친다. 이 글에서 말하려는 교훈들이 여러분의 성에 … [Read more...] about 개발자가 깨달은 스트레스 없는 직장생활에 대하여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혹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새로운 일터로 옮겨서 디자이너라는 직책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중장비를 필요로 하는 현장과 중장비를 가지고 있는 장비주를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미국에서는 최근 이 분야와 관련하여 여러 개의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게 되면서 디자인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이곳에 합류하기 전, 이미 제대로 완성된 디자인의 홈페이지 및 안드로이드 앱, 서비스 가이드 등이 존재하고 있었다. 전 디자이너의 손길이 매우 정성스레 … [Read more...] about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혹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유치원 영어 금지?: ‘욕망을 존중하는’ 교육정책이어야 한다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 후 금지’와 ‘어린이집-유치원 영어수업 금지’에 관한 기사이다. 한겨레신문 박다해 기자가 전후 맥락을 종합적으로 정리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쓴 “7살 딸을 둔 학부모 겸 유치원 영어 교사”의 표현대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교육개혁을 하려는 의지는 충분해 보인다. 다만, 실제로 진행되는 교육개혁은 진공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뒤엉켜 있을 뿐만 아니라, 욕망과 욕망이 … [Read more...] about 초등학교, 유치원 영어 금지?: ‘욕망을 존중하는’ 교육정책이어야 한다
우아하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연습
남편은 착하게 생겼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처럼 착하게 생겨 나쁜 점은 부탁을 너무 자주 받는다는 것이다. 졸업한 지 한참 지났는데도 매년 새로운 학생회 대표가 전화해 홈페이지를 봐달라고 한다. 기획안이나 제안서를 봐달라는 연락도 부지기수다. 글과 전혀 무관한 일을 하는데도 써놓은 글을 그에게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봤다. 부탁받은 일을 하느라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뒤늦게 시작하기도 하고, 밤을 새워 일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어찌나 거절을 잘 못 하는지 내가 “혹시 나랑 … [Read more...] about 우아하고 단호하게 거절하는 연습
최저임금 망국론으로 문재인 정부 위협하는 조중동
2018년 1월 1일부터 지난해보다 16.4% 인상된 7,530원의 최저임금제가 시행됐습니다. 언론은 새해 첫날부터 최저임금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들고, 노동시간이 단축됐다는 기사가 매일 나옵니다. 폐업을 결심하는 자영업자가 늘어났다는 뉴스도 나옵니다. 뉴스를 본 자영업자들은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카톡에는 ‘최저임금이 올라서 가게들이 다 문을 닫는다’라는 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망국론’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면서 … [Read more...] about 최저임금 망국론으로 문재인 정부 위협하는 조중동
온라인의 혐오 발언, 현실의 폭력으로
※본 글은 이코노미스트지에 실린 'In Germany, online hate speech has real-world consequences'를 번역한 글입니다. 2015년 8월, 독일 법무장관은 페이스북에 공개 서한을 보냈습니다. 자국의 명예훼손과 혐오발언에 대한 법을 잘 지켜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장관은 편지에서 “인터넷은 인종차별적 폭력과 불법적인 게시물이 활개 치도록 허용되는 무법천지가 아니”라고 적었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독일 소셜 미디어는 여전히 혐오 … [Read more...] about 온라인의 혐오 발언, 현실의 폭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