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대한민국에 민주화 물결이 일던 그때, 정권의 무자비한 사전 검열 속에서도 살아남은 영화들이 있다. 영화를 상영하려면 ‘높은 곳’의 눈치를 봐야 했기에 〈바람 불어 좋은 날〉(1980)을 검열받을 때는 주인공이 부른 노래 가사에서 ‘순자’를 ‘응자’로 바꾸기도 했다. 때로는 검열을 받으며 정권에 순응했지만, 한국 리얼리즘 영화의 신기원을 열고 시대적 아픔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 영화인, 이장호 감독이 제천을 찾았다. 처음과 마지막을 신성일과 함께한 감독 '한국영화 … [Read more...] about ‘금수저’가 ‘흙수저’ 영화를 만들다
영화
그래, 미국은 망했어: “화씨 11/9”
마이클 무어는 2004년 <화씨 9/11>을 통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4년 뒤, 제목의 숫자를 뒤집은 <화씨 11/9>를 내놓는다.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은 ‘Fahrenheit 9/11’(화씨 9/11)의 숫자가 11/9로 바뀌는 것으로 시작한다. 9/11 테러와 존재하지 않는 대량학살무기 때문에 계속 전쟁을 벌인 부시 정권이 21세기 미국의 첫 분기점이었다면, 2016년 11월 9일 트럼프의 당선은 그 두 번째 분기점이라는 … [Read more...] about 그래, 미국은 망했어: “화씨 11/9”
“체실 비치에서”: 누구도 완벽한 행복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누구도 완벽한 행복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상처받는 것도, 상처를 주는 것도, 훼손되는 것도, 엉망이 되는 것도 너무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삶은 늘 어느 정도 부서져 있는 것이고, 처치 곤란한 것이며,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나의 통제에 모든 것이 들어올 수는 없고, 완벽하게 유지될 수도, 아름답게 균형 잡히기만 할 수도 없다. 늘 어설픈 면이 있고, 실수가 있고, 상처가 있고, 연습 같은 데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런 부스러기 같은 삶, 완벽할 도리가 없는 삶을 어떻게 받아들일 … [Read more...] about “체실 비치에서”: 누구도 완벽한 행복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다 사실일까?
개봉 후에도 한참을 못 보고 있다가 드디어 봤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퀸 노래를 많이 들려주면서, 그 사이 사이에 스토리를 배치하느냐를 고민한 영상물, 즉 초장편 뮤직비디오에 해당하는 영화이므로 영화 자체의 만듦새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할 얘기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내용이 사실이라고 곧이곧대로 믿을 분들이 아무래도 80% 이상이라는 점에서, 왜 줄거리가 이렇게 짜여졌는지가 좀 의아해집니다.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영화 제작에 깊이 … [Read more...] about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다 사실일까?
‘보헤미안 랩소디’: 음악의 의지에 조응하는 영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가진 최고의 미덕은 '퀸'이라는 밴드의 정수를 대승적 차원에서 서사와 연출에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얼핏 이 영화는 많은 예술가에 대한 영화가 그러하듯 천재적 뮤지션의 광기와 집착 그리고 파멸에 대한 이야기인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평범하게 연출되어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엑스맨〉의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싱어는 광기와 천재성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다. 인도 소수 파사르계였던 태생이나 게이였던 성 정체성, 에이즈로 인한 이른 죽음과 같은 좋은 떡밥을 … [Read more...] about ‘보헤미안 랩소디’: 음악의 의지에 조응하는 영화
역병보다 무서운 충무로 사극의 고질병
※ 영화 <창궐>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공조>를 통해 예상외의 흥행성적을 거둔 김성훈 감독이 현빈과 함께 새로운 작품을 촬영했다. <창궐>은 병자호란 이후의 조선을 배경으로, 조선에 야귀(좀비)떼가 창궐한다는 소재를 담고 있다. 영화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따르는 이야기를 고스란히 따라간다. 왕(김의성)을 죽이고 왕위에 오를 음모를 꾸미던 김자준(장동건)이 야귀떼를 통해 계획을 실현하고, 때마침 청나라에서 돌아온 … [Read more...] about 역병보다 무서운 충무로 사극의 고질병
‘시댁 안 간다’는 아내를 존경하는 남자
옛날 (여자) 어른들이 그런 말 했잖아요. 존경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다고. 저는 (아내) 진영이를 존경해요. 물론 진영이 때문에 힘들긴 하죠. 그래도 약간 대리만족도 있어요. ‘시어머니, 이거 맛없는데요?’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했던 것 같아요. 지난 1월 개봉한 독립영화 <B급 며느리>의 선호빈(38) 감독은 어두운 터널을 지나 이제 거리를 두고 가족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남들이 알까 봐 쉬쉬할 법한 자기 어머니와 아내의 문제, 고부갈등을 영화로 만든 그는 … [Read more...] about ‘시댁 안 간다’는 아내를 존경하는 남자
삶의 물리법칙에 대하여: 『보이후드』
※ 영화 <보이후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 삶을 위해 공부를 하고, 그래서 교수가 되고, 치열하게 살면서 너희를 키우고, 대학을 보내고… 그러고 나면 또 무언가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이제는 내 장례식만 기다려야 하는 거야? 삶에는 적어도 하나의 물리법칙이 있다. 그 법칙은 구름에 수분이 가득해지면 비가 쏟아지고, 다시 지상에 물이 흘러넘치면 하늘로 오르는 순환의 법칙과 같다. 나만을 지나치게 찾는 삶은 서서히 그 이면의 삶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정다운 … [Read more...] about 삶의 물리법칙에 대하여: 『보이후드』
‘플라스틱 코리아’가 덮쳐온다
세계 최대 재활용 쓰레기 수입국인 중국이 지난 1월 1일부터 폐기물 24종의 수입 금지를 본격화하자 한국은 재활용품 수거 대란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쓰레기 금수 조처로 쓰레기 수출 길이 막힌 국내 재활용 업체들이 폐기물 수거를 중단하면서 여기저기서 쓰레기 난리가 벌어졌다.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인 우리나라가 ‘플라스틱 코리아’가 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주는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 이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우리에게 무슨 메시지를 던져줄까. “중국은 … [Read more...] about ‘플라스틱 코리아’가 덮쳐온다
그럼에도 역시 “슈퍼맨”: 영화 발전사를 살펴보다
그럼에도 슈퍼맨 최근 <아이언맨>, <블랙팬서>, <원더우먼> 등 마블과 DC의 히어로 무비들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히어로 무비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바로 ‘슈퍼맨’을 꼽을 수 있다. 근래에 리부트된 ‘슈퍼맨’ 영화들의 성적은 저조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맨은 여전히 히어로의 대명사와 같은 존재다. 덕분에 슈퍼맨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면 과연 슈퍼맨 영화에는 어떤 것이 있고, 또 어떻게 … [Read more...] about 그럼에도 역시 “슈퍼맨”: 영화 발전사를 살펴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