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한직업은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재미있는 형사 코미디물이었다. 감독은 관객의 관습적 기대를 잘 파악하고 있었고, 그 기대들과 밀당을 하며 재미를 뽑아내고 있었다. 적당히 치밀하고 적당히 무능한 주인공 형사들은 열심히 범인을 추적하지만 결국 범인은 마을버스가 잡아낸다. 그들은 실적 부진으로 팀이 해체되기 직전 팀의 명운을 걸고 마약 조직의 거물을 잡기 위해 잠복을 하는데 잠복을 위해 인수한 치킨집이 지나치게 잘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꼬이기 시작한다. 그러다 조금 특별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 [Read more...] about 능수능란한 영화, ‘극한직업’
‘보헤미안 랩소디’: 음악의 의지에 조응하는 영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가진 최고의 미덕은 '퀸'이라는 밴드의 정수를 대승적 차원에서 서사와 연출에 구현해냈다는 점이다. 얼핏 이 영화는 많은 예술가에 대한 영화가 그러하듯 천재적 뮤지션의 광기와 집착 그리고 파멸에 대한 이야기인 듯 보인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평범하게 연출되어 있다. 〈유주얼 서스펙트〉와 〈엑스맨〉의 감독이었던 브라이언 싱어는 광기와 천재성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다. 인도 소수 파사르계였던 태생이나 게이였던 성 정체성, 에이즈로 인한 이른 죽음과 같은 좋은 떡밥을 … [Read more...] about ‘보헤미안 랩소디’: 음악의 의지에 조응하는 영화
아시안 게임 축구와 손흥민의 병역 수난기
축구를 그닥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번 아시안 게임 축구를 꽤 재미있게 본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번 아시안 게임 축구 대표팀에 대한 관심은 병역에 대한 손흥민의 수난기가 한국인들의 원혼을 충족시킬 정도의 서사를 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아시아게임 축구는 웬만한 축빠가 아니라면 별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는 아니다. 아시다시피 축구는 야구에 비해 국내에서 그다지 인기가 있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 게임에 판돈이 커진 것은 처음엔 순전히 손흥민 때문이었다. 다른 대표 … [Read more...] about 아시안 게임 축구와 손흥민의 병역 수난기
‘버닝’ 탁월함과 교차하는 무지함이 보여주는 자리
※ 이 글은 영화 〈버닝〉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면 이 글을 닫아 주세요. 서사를 감싸는 무드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소설가 출신의 감독이라 그런지 영화적 이미지가 문자에 끌려다닌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 영화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유사 리얼리즘적 문예 영화의 업그레이드판이 왠지 이창동의 영화 같았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에서 영화가 소설과 어떻게 다른지 나는 알 수가 … [Read more...] about ‘버닝’ 탁월함과 교차하는 무지함이 보여주는 자리
영화 ‘독전’에 대한 이상한 변명
※ 이 글은 영화 〈독전〉의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면 이 글을 닫아 주세요. 〈독전〉의 초반부를 보며 뭐 이렇게 이상하게 만들어진 영화가 있나 생각을 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잃었고 이야기는 단선적이었다. 연기가 전체적으로 적절하지 못했는데, 특히 중국 측 마약상 진하림(김주혁 分)과 그의 애인 보령(진서연 分)의 연기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었다. 폭발하듯 미친놈을 연기하는 두 배우는 몰입이 살짝 부족해 보여 오히려 더 보기 힘들었다. 조선족이라 … [Read more...] about 영화 ‘독전’에 대한 이상한 변명
‘B급 며느리’: 이상한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한다
일반적으로 상업영화들은 초반 5분에 많은 공을 들인다고 한다. 극장은 관객의 인내심을 강요하는 공간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닥 인내심이 없다.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이야기에 몰입하기는 쉽지 않은 법이며, 그래서 많은 상업 영화들은 짧은 시간 안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그 시간이면 ‘신과 함께’에서는 이미 주인공은 죽어 있다). 그런 셈법들이 일반화되면서 초반 5분마저 즐겁지 않다면 현실적으로 이 영화는 볼 게 없을 확률이 높아진다. 상업영화가 아니더라도 초반 장면들만 … [Read more...] about ‘B급 며느리’: 이상한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을 한다
‘염력’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염력〉을 보는 데는 상당한 결심이 필요했다. 관객들의 입소문이 무척이나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나만 당할 수 없기 때문에 추천을 한다는 웃지 못할 댓글들도 있었겠는가. 감독의 전작 〈부산행〉 역시 뭔가 투박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부산행〉은 분명 뼈대가 좋았기에 더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영화가 이토록 평이 좋지 않은 것에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것이 문제가 아닌가 짐작했다. 그는 분명 능수능란한 감독은 아니다. 하지만 직접 본 〈염력〉은 만듦새는 … [Read more...] about ‘염력’은 그런 영화가 아니다
“신과함께”, 기형적인 영화의 치밀한 계산
※ 이 글은 영화 <신과함께>에 대한 후반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내용누설을 원하지 않으시면 이 글을 닫아 주세요. <신과함께>를 보게 되었다. 이로서 최근 개봉한 3편의 한국영화 <강철비>, <1987>, <신과함께>를 모두 보게 되었다. 3편 모두 대중영화로서 크게 흥행할 수 있는 요소가 있었지만, 재미있는 점은 사람들 사이에서 별말이 오가지 않았던 <신과함께>가 조용히 천만 이상의 관객이 들었다는 … [Read more...] about “신과함께”, 기형적인 영화의 치밀한 계산